한국작가회의

우리 주위에 천상 시인인 사람이 몇 있다. "영혼의 빈 터"에서 한 마리 새처럼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죽은" 천상병 시인, 그는 이름 그대로 천상 시인이다. 대책 없는 시인이었다.

박용래시인도 그렇다. 세상 사 슬프지 않은 일이 없던 그는 늘 징징 거리며 울다가 갔다. 요즘 시인들 중에는 문인수시인, 박철 시인, 송찬호 시인 같은 이들이 천상 시인에 속하는 시인들이다.

별다른 직업도 갖지 않은 채 시만 쓰면서 사는 이 시인들은 순해 빠졌다. 송찬호 시인은 보은 관기에 산다. 거기서 소 몇 마리 돌보며 산다.

자기 집을 짓다가 대목(大木)에게 목수 일을 배워 가끔 그를 따라다니며 뒷일을 거들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목수는 아니다. 다행이 성실한 교사인 부인이 있어서 밥은 굶지 않고 시를 쓸 수 있었다.

그는 올해 대산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지난 해 미당문학상을 받았고, 2000년에 김수영문학상을 받았으니, 시인들이 받고 싶어 하는 중요한 문학상을 차례차례 받고 있는 좋은 시인이다.

이번에 대산문학상을 받은 시집『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은 올해 우리나라 시단에서 거둔 최고 성과 중의 하나라고 평가한다. 이 시집은 올해 만해문학상, 오장환문학상 등 많은 문학상 본심에 올랐었고, 올해 가장 큰 상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이미 문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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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운동회 날 같은 맑은 아침
학교 가는 조무래기 아이들 몇 세워놓고
쉼 없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저 꽃의 근육 없는 무용을 보아라

이제 가까스로 궁티의 한때를 벗어났다 생각되는
인생의 오후, 돌아보면 젊은 날은 아름답다
코스모스 면사무소 첫 출근 날 첫 일과가
하늘 아래 오지의 꽃밭을 다 세는 일이었다,
스물한 살 지방행정서기보

바람의 터번이 다 풀렸고나 가을이 깊어간다
대체 저 깊고 푸른 가을 하늘의 통점은 어디인가
나는 오늘 멀리 돌아다니던, 생활의 관절
모두 빠져나간 무릎 조용히 불러 앞세우고
코스모스 길 따라 뼈주사 한 대 맞으러 간다

---송찬호 「코스모스」중에서

시의 화자는 코스모스 꽃을 바라보며 면사무소에 첫 출근을 하던 날을 떠올린다. 궁핍하게 살아온 젊은 날도 돌아보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푸른 가을 하늘의 통점은 어디일까 생각한다.

피부 표면에 자극을 받으면 아픔을 느끼는 감각점이 통점(痛點)이다. 이제 가까스로 궁티의 한때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며, 지난 시절이 아름다운 날들이었다고 회상하면서도 아직 아픔이 다 가시지 않은 화자의 심정을 유추하게 된다.

송찬호 시인의 시는 쉽게 읽히는 시가 아니다. 그의 동화적 상상력은 따라잡기 힘든 미적 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비유는 아름답고 상상력은 청신하다. 시골에 묻혀 평생 시만 쓰며 살고 있는 송찬호시인이 동네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지역에 참 좋은 시인 한 사람 있어서 기쁘고 자랑스럽다.

<2009.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