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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
이름 사무처 이메일
첨부 박신규_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jpg (18.8K)





▶ 책 소개

“그늘진 말들이 와서 가만히 안아주었네”

죽어도 죽지 않는 삶들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눈
가장 아름다운 것에서 가장 슬픈 것을 건져내기까지……


2010년 『문학동네』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신규 시인의 첫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가 출간되었다. “목숨 같은 말들을 오래 닦”(이은지, 해설)아 묶은 이 시집에서 시인은 주변의 모든 것이 변모하는 가운데 죽어도 죽지 않는 삶의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가장 아름다운 것에서 가장 슬픈 것을 건져내는 탁월함을 발휘한다. 시인은 묵묵히, 그리고 물끄러미 죽음만을 응시하며 죽음에 가까운 이들의 손을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붙잡아준다. 오래 닦아온 목숨 같은 말, “‘전생에서 버림받은 말’이 금생에 와서 산전수전을 치러내고 있”(고은, 추천사)음을 보여주는 시편들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소리 없는 절창, 이 시들이 숨은 무명의 세월이 무자비하다” _고은 시인
가장 아름다운 풍경, 가장 슬픈 것을 건져내는 시선
그늘진 말들에 꽃을 피우려는 처연한 미학의 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죽음을 선언한 뒤/중력을 벗어던지고 뛰어내린다/운석들이 충돌한다//머릿속에선 끊이지 않는 빗소리/아플 때마다 하염없이/폭설은 밤바다에 투신한다//돌은 진다 닿을 데 없이 떨어진다/죽음의 인파, 더러운 소음 속에/놓치고 헤어진 혈육 같은//벗어났다는 안도는 금세 이탈했다는 불안에 녹는다//돌고 도는 것은 당신이 아니다/멈추면 비로소 우주가 공전한다(「이석」 전문)

2010년 『문학동네』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신규 시인의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가 출간되었다. 7년 만에 펴내는 이 첫 시집에서 시인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물끄러미 응시하며 ‘전생에서 버림받은 말’들을 살려내고 ‘그늘진 말’들에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것에서 가장 슬픈 것을 건져내는”(해설) 처연한 아름다움이 깃든 시세계를 선보인다. 오랜 시간 다듬어온 ‘목숨 같은 말’들에 더하여 삶의 현장에서 우러나는 피 터지는 절실한 언어가 숨쉬는 “소리 없는 절창”(고은, 추천사)의 시편들이 가슴 저릿한 감동을 자아낸다. 「물끄러미 혀에 가닿는 그 말」을 비롯하여 모두 60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실었다.

느그 하나씨나 이 고무나 그 누군들 심장에 맺힌 이름 하나 없겄다냐 가심에 묻고 이날 입때꺼정 살았는디도 흘러간 것이 여직껏 흐르고 있단 말이여//신을 수 없는 한짝 어쩔 것이냐 왜 죽었는지 어디로 흘러갔는지 모른다고, 알믄 또 머던다고 퍼질러 통곡헐 것이냐 니 맴 훤히 아니라 진짜 아픈 맴은 우세스럽게 께벗는 것이 아닝게 필언허고 앙구찮으믄 모다들 살아지는 것잉게 이눔아 엥간히 퍼마시거라 잉(「필언허고 모다들 살아지는 것잉게」 부분)

이 시집에서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죽음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다. “죽을 것 같은 고통만 남고”(「눈길을 따라가다」) “밀리고 서럽고 걷어차이”(「물끄러미 혀에 가닿는 그 말」)는 뻔한 삶 속에서 시인은 주변의 모든 것이 변모하더라도 묵묵히, 그러면서도 끈질기게 “죽을 수도 없는 슬픔에게도 빈틈을 내주지 않는”(「들별꽃」) 지독한 존재로서의 죽음의 순간순간을 섬세한 통찰력으로 찬찬히 응시한다. 그러나 “죽을 만큼 아팠다는 것은/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너는 봄이다」), 정작 그 자신은 죽고 싶어도 함부로 죽지 못하는 세상이기에 시인은 먼저 떠나간 이들의 몫까지 과적된 삶을 살아내는 가운데 “밟혀서 눈에 잘 띄지 않아서/들꽃 같은 사람들”(「물끄러미 혀에 가닿는 그 말」)에게 다스한 손길을 건넨다.

붙들어도 흔들리는 것이 있다/아주 많이 흔들렸으므로//쉽게 붙잡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너무 오래 흔들려왔으므로/놓아주고 싶은 것들,/해는 저물고 어김없이 시작하는 새해/잠 못 드는 연휴 지나/구년째 의식이 없는 병실에 간다/궤도를 잃은 유성처럼 흔들리는/그 눈빛에 안부를 물어야 한다/촛불을 대신 끄고 손뼉 치며/생일을 축하해야 한다/늘 웃는 얼굴인 그가 크게 웃으면/모두가 환해지던 때가 있었다,/놔주기에는 아직 힘주어 따뜻한/손이 있다(「떠도는 손」 부분)

삶을 압도하는 죽음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한편에서 시인은 “스무살 앳된 죽음마저도/함부로 버림받”(「화양연화」)고 “역사가 또다시 조작되고 미화되는 지금”(「관식이처럼 마주 앉아서」), “여전히 흑백인 세상”(「철조망을 중심으로 안과 밖」)을 살아가며 “비정상이 정상에서 칼춤 추고 거꾸로만 흘러가는 역사” 앞에서 “갑자기 낯이 뜨거워”(「삐라를 주세요」)지는 슬픔을 느낀다. “흔적 없이 사라진 작은 마을”에서 “죽었으나 죽어도 죽지 않는/죽음들”(「환상박피」)을 되새기며 “붙어 있는 숨은 목숨의 증거가 될 수 있는가”를 자문하면서 “억울한 죽음이 천지사방에 만개한 사월” 한복판에서 “어디로든 돌아가고 싶다”는 시인의 간절한 외침은 “저승에 가까운 말”(「자유로」)로 들리기도 한다.

오래전 화형당한 숯덩이 신낭/팽나무 옆구리에서 숨비소리가 났다/폐허의 허파에 터지는 숨/내생이 이승을 어루만지는 손길로/반쪽이 어두운 반쪽을 껴안고 초록으로 솟구친다/죽음이 시신을 껴안고 통곡할 때/태워진 몸은 스스로 있는 존재처럼 일어난다/시나이산 떨기나무처럼 다시 불사른다/(…)/눈감지 못한 수만 눈동자들은 하나둘/선흘리로 와서 천년수(千年樹) 이파리로 맺힌다/학살로 몰살로 끝낼 수 없는 것이 있다/한번 죽은 것들은 그 어떤 것으로도/다시 죽일 수 없다,/인간도 신도/또다시 죽을 수는 없어서/타오른다, 피어린 채/피어난다(「불카분 낭」 전문)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삶인 듯 삶과 죽음이 넘나드는 곳, “실핏줄 끝까지” 번지는 “잔혹하고 목마른 폐허”(「대숲의 묵시록」) 속에서 “광화문 한여름 땡볕 아래/버림받은 어깨들”이 처참하게 흐느끼는 세상은 “눈물이 나기 시작하면 계속 눈물이 나고/눈물이 나서 더 눈물이 나는”(「슬픔의 질량」) 곳이다. 그러나 “절벽으로 밀려나서 돌아보면/가지 않은 길은 길이 아니”(「허공 항아리」)라는 걸 알기에 시인은 “끝내는 죽는 게 나을 만큼 까마득”할지라도 “무엇이든 시작하지 않고는 죽는 게 나아서/나무의 불길에 방을 들”이고 “재가 될 때까지라고 무작정하고/더없이 뜨거워”(「미류를 부를 때」)진다.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을 때/모래바람 속으로 나타났다/사라지는 얼굴들을 보라/도둑같이 죽음이 임할 때/딱 한번 최후진술의 기회가 주어진다면/운명이여,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낙타처럼/낙타의 최후처럼 무릎 꿇게 하라/잠시 또 시간을 허락해준다면/평생 남원평야를 벗어나지 않은 아버지/쌀자루 지는 팔순 무릎처럼,/가까스로 지구를 들어올리는/첫아이의 걸음마 그 처음 무릎처럼/펴서 올리게 하라/비틀비틀 찰나라도/여한 따위 가차 없겠다(「무릎」 전문)

시를 ‘쓰는’ 사람이기 이전에 시를 ‘만지는’ 사람으로서 살아왔던 시인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떠들던 치들은 밤새/은는이가 조사 하나 바꾸지 못한 채 쩔쩔매고 있었”고, “바꾸지 못한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었으므로/시는 단 한줄도 쓰지 못해야 옳았”(「모래알 동기들」)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시의 무력함이 다시금 시가 되는 이 시대에 “숭고한 척 잔인하고 싸가지 없는 밥”(「들별꽃」)을 빌어먹더라도 시를 써야 할 이유가 있다. “바람에 떠는 풀잎보다/그 풀잎 아래 애벌레의 곤한 잠보다/더 소소한 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 위해” “그 하찮고 미미한 날들을 위해”(「청혼」) 이제 시를 ‘짓는’ 사람으로서 “향토의 흙길 넋두리들”이 오롯이 새겨진 “천년 목판본 경전 몇쪽”(고은, 추천사)을 들고 시단에 첫발을 들인 시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그늘진 말들이 와서/가만히 안아주었네/빨리 늙고 싶은 마음들이 함께/차가운 맹지에 숨어들었네/끝내 묻지 않고 묻어둘 수도 없는/침묵은 다 벗은 상처의 끝물이었네/서로를 베어물면 햇볕마저 시고 떫었네/누구라도 먼저 져버리길/애타게 기다리지 않고/이미 전생에서 버림받은 말들로/사랑을 나누며 잠이 들었네/바람꽃 앞에 내던진 시간,/늘어진 속옷처럼 놓아버린 마음들이/꽃자리에 머물렀네, 저만치/떠올릴 때마다 새벽 가등이 꺼지네/어스름 속으로 푸르게 돌아보면/짓다 말고 버리고 온 집이 한 채,/그 자리에 선 채로 늙고 있네(?삼십세? 전문)



▶ 목차


제1부 그리고 그럼에도
봄밤, 우주의 저편
칼날이 잠든 곳
너는 봄이다
물끄러미 혀에 가닿는 그 말
미류를 부를 때
첫사랑
떠도는 손
김사인과 싸우다
허공 항아리
반지하 바다
늙은 무사
허,
눈길을 따라가다
이석
나무수국

제2부 친애하는 배후 세력들
봄비
검은 마루 붉은빛
청혼
천사의 발자국
환상박피
불카분 낭
사라진 유산
여름 한가득 붉고 파닥거리는
노을 알레르기
철조망을 중심으로 안과 밖
가수리
히말라야의 염주
유리비행
저만치에 배후 세력들
연시가 녹는 시간
삼십세

제3부 더럽고 숭고한
거룩한 일
들별꽃
호랑이는 나를 물어가지 않았다

지독한 사랑
그런 날들
동막떡
필언허고 모다들 살아지는 것잉게
영등할망
애완동물의 일상을 보는 시각
삐라를 주세요
그해 첫눈
노동시 혹은 에디터십
그믐달
자국도 없이

제4부 공중에 나는 저 꽃은
곡우
관식이처럼 마주 앉아서
화양연화
「저녁눈」 듣다
자유로
가수리 2
슬픔의 질량
대숲의 묵시록
모래알 동기들
꽃가루주의보
걸어가는 풍경들
악기, 오래된 전주곡
무릎


해설|이은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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