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

2015년 12월 7일 발행//208페이지/값14000원/ISBN

[책 소개]

부산은 구도(球都)이다. 그래서인지 야구에 대한 열혈 팬들이 어느 곳보다 많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이자,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한 저자도 야구 관람에 만족하지 않고 주말마다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한다. 문단에 등단할 무렵부터 함께 시작한 사회인야구가 어느덧 십 수 년을 훌쩍 넘겨 그는 이제 팀에서 코치와 감독을 지내기도 하였고, 지난 2012년엔 이런 사회인야구의 경험을 살려 국내 최초의 야구 시집『왼손잡이 투수』를 펴내기도 했다. 사회인야구를 하면서 겪었던 미시적인 일상과 더불어 사회 문화적인 담론까지를 1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유년시절 동무들과의 공놀이에서부터 성인이 되어 야구를 통해 바라보는 우리시대의 아킬레스건까지를 꼼꼼히 시로 형상화한 시도는 여러 독자와 매체로부터 관심을 받기도 하였다.

이번 산문집은 시집에 이어 좀 더 구체적으로 경험된 몸의 언어로 야구와 생의 문제에 천착하면서 모두 21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야구의 룰에서부터 실제 경기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변수와 불확실한 우리 삶과의 접점 찾기를 시도하면서 이를 성찰하는 과정을 스스로 기록한 일종의 자서전인 셈이다. 여기서 21개의 이야기는 그의 등번호 숫자 21번에 연유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야구와 관련한 전문서적이 아니며, 단지 야구를 좋아하는 불혹을 넘긴 평범한 아마추어의 눈에 비친 인생사를 그만의 필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편 그가 발 딛고 있는 부산이라는 지역성에 바탕을 두고 온몸으로 겪은 야구의 짜릿한 전율을 스토리텔링화한 프롤로그와 야구를 통해 부산을 읽어 내린 에필로그 또한 관심 있게 읽을 만한 대목이다.

왜 야구를 좋아하는지 그는 이번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야구는 우리 생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홈(home)에서 출발하여 홈으로 귀환하는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무수한 변수의 서사(敍事)이자, 투아웃 투 스트라이크에서도 역전을 꿈꾸는 발칙한 매력이 숨어있다. 또한 공수가 평등하게 분배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 실력이 좋든 그렇지 않든 한 번의 공격이 끝나면 반드시 한 번의 수비에 임해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철저한 생존경쟁과 공평하지 못한 경쟁의 메커니즘에 힘들어하는 우리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작은 청량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이번 주말에도 가족들의 원성을 뒤로하고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아니 그의 생을 플레이하고 있을 것이다.

[책의 서문]

경기가 있는 주말이 다가오면 늘 날씨를 챙겨보는 일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매번 그라운드에 설 때마다 설레는 마음은 아마 어린 시절 동네야구에서 싹을 틔웠는지 모를 일이다. 사회인야구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지 십여 년이 넘는 시간의 흔적들, 혹자의 말처럼 야구와 인생은 닮은꼴이 참 많다는 것을 경기를 뛰는 내내 나의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활자로 한번 들춰보고 싶었다. 결국 2012년, 결국 이를 소재로 한 60여 편의 시를 한데 묶어『왼손잡이 투수』란 야구시집을 펴내었다.

하지만 타석에 서든 수비를 보든 여전히 생은 보다 정치(精緻)한 나의 실존을 위하여 21개의 주문을 걸어왔고,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서 흘리는 땀만큼 자연스레 삶에 대한 성찰도 더해졌다. 그러기에 좀 더 구체적으로 경험된 몸의 언어로 야구와 생의 문제를 풀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런데 왜 여기서 ‘21’이란 숫자가 나올까, 의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답은 여러 이유로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초창기 미국에서 만들어진 야구는 지금과 달리 21점을 선취해야 경기에 이길 수 있었는데 유독 그 숫자가 눈에 들어와서였다. 혹은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라 불리는 두 명의 투수, 두산베어스 박철순 선수와 한화 이글스 송진우 선수의 영구 결번 때문이기도 하다. 나아가 사회인야구는 7회까지 경기를 벌이는데 그 룰에 맞춰 상대팀을 최종 아웃시켜야 할 카운트의 합이기도 하며, 사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의 등번호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인야구를 시작하며 달게 된 이 번호는 고교 시절 내내 통학하던 시내버스 번호였다. 이유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80년대 중반, 혹독한 대학 입시로 새벽에 집을 나서 자정 무렵 귀가할 때까지 늘 탔었던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시대를 관통하는 고단한 이웃들의 모습이 너무도 선연했기에 잊을 수 없는 번호로 뇌리에 남았던 탓이리라.

여기에 실은 글은 2013년 <국제신문>에 기획으로 연재했던 것과 여러 다른 매체에 실었던 글을 모아 고치고 더하였다. 글 쓰는 내내 도움 받았던 진정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글과 구술, 그리고 야구를 통해 생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기회를 마련해 준 국제신문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아울러 어려운 출판 여건 속에서도 부족한 글을 선뜻 책으로 엮어주신 전망 출판사 서정원 대표와 주말 경기 매 순간을 사진에 담느라 고생하신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이승종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주말마다 야구하러 다닌다고 제대로 가장 역할을 못해 아내와 딸들에겐 늘 미안함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선수 못지않은 열정과 투지로 그라운드를 불태우는 이 땅의 수많은 사회인야구 선수들께 이 책을 고스란히 바친다.

칠암 바다엔 야구장이 있다

구도(球都) 부산의 기장 바다엔

푸른 야구장이 있다

소금 바람에 기댄 잔디가

하얀 아우성을 길어 올릴 때

방파제 끝엔 이미 홈베이스가 마련되었다

어둠 속 몇 십리까지 눈이 밝은

등대 모양의 배트는, 마침내

휘영청 둥근 공을 그라운드로 쏘아올리고

출항을 서두르는 배들은 1루를 향해 달려갔다

야수인 물새들은 전진 수비를 서며

묘한 달의 행방을 찾느라 분주하고

다음 타자의 타석, 짙은 새벽의 고요가

외야 수평선 너머 희붐한 안타를 쳐 내자

홈으로 쇄도하는 만선의 깃발들이 펄럭인다

환호하는 선창의 관중들

일광의 칠암 앞바다엔, 늘

등대 환한 야구장이 함께 있다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수상을 기념하여 부산시에서 만든

전국 유일의 야구 조형물(배트, 글러브, 공)로 된 등대

생을 밝혀줄 야구라는 등대를 생각하며

김요아킴 씀

[책의 목차]

여는 글

1부 : 프롤로그

세 가지 즐거움을 주는 생의 영원한 필드, 삼락(三樂) 강변 야구장

2부 : 스물 한 개의 야구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야구’라는 매력

두 번째 이야기- 생과 사를 넘나드는 순간의 역설

세 번째 이야기- ‘글러브(glove)’와 ‘사랑(love)’

네 번째 이야기- 느림의 미학, 너클볼 이야기 (상)

다섯 번째 이야기- 느림의 미학, 너클볼 이야기 (하)

여섯 번째 이야기- 희생, 어렵지만 아름다운 그 이름

일곱 번째 이야기 - 번트, 그리고 노블리스 오블리제

여덟 번째 이야기- 팀워크, 갈등과 소통의 변증법

아홉 번째 이야기- 왼손잡이, 그 불온함을 위하여

열 번째 이야기- 생의 곡선으로 비춰본 내야수들의 의미

열한 번째 이야기- 산다는 건, 홈으로의 영원한 귀소 본능

열두 번째 이야기- 라이벌, 생의 마운드를 지배하다 (상)

열세 번째 이야기- 라이벌, 생의 마운드를 지배하다 (하)

열네 번째 이야기- 원 포인트 레슨, 약이 되는 쓴 소리

열다섯 번째 이야기- 그라운드, 긴장과 몰입의 불연속적 대서사

열여섯 번째 이야기- 실패가 던지는 생의 화두 (상)

열일곱 번째 이야기- 실패가 던지는 생의 화두 (하)

열여덟 번째 이야기- 이기는 야구, 즐기는 야구 그 딜레마의 변주

열아홉 번째 이야기- 징크스, 생을 이겨내려는 몸부림
스무 번째 이야기- 변방의 경계에 선 루저들의 향연

스물한 번째 이야기- 詩를 쓰듯 야구를 하다

3부 : 에필로그

야구로 읽는 부산 이야기

부록

[추천사]

부산은 야구의 도시이다. 전국 어느 곳보다 야구에 대한 팬들의 열정은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다. 야생야사(野生野死),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 책의 저자 김요아킴도 10여년 넘게 사회인야구를 하면서 그가 몸으로 체득한 야구의 애정을 고스란히 글로 우리에게 채워 넣고 있다. 비록 열악한 여건이지만 늘 주말이면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며 그가 길어 올린 21개의 이야기는 야구가 우리의 생과 얼마나 많이 닮았는지를 반증해 주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 스포츠로서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문화적 인프라가 더욱 활성화되어 대중들이 야구를 함께 즐기고 공유하는 장으로 자리매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성득, KNN 야구 해설위원)

소설을 쓰고 있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저자 김요아킴은 고등학교 교사이자, 불혹을 넘기고도 사회인야구를 하고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몇 년 전 야구시집을 펴낸데 이어 이번엔 산문집을 내어 놓았다. 소속 팀에서 이미 코치와 감독을 거치며, 야구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그는 우리 현실 속의 삶에 비춰 다양한 각도로 구체화하고 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경기를 하면서 팀원이 갖추어야할 자질과 덕목에서부터 팀을 운영하는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나가는 그의 이야기는 프로 세계에 몸담고 있는 한사람에게 신선함 그 자체로 다가온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야구와 함께 의미 있는 글쓰기를 바라며, 건투를 빈다. (양상문, 프로야구 LG 트윈스 감독)

[저자 소개]

김요아킴

본명(김재홍): 1969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초 중 고를 다녔다.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2003년 계간<시의나라>와 2010년 계간<문학청춘>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가야산 호랑이』『어느 시낭송』『행복한 목욕탕』과 야구시집『왼손잡이 투수』가 있다. 한국작가회의와 부산작가회의 회원이며, 현재 부산 경원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유년시절 동네야구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해 2004년 사회인 야구에 입문하여 토요리그 ‘티맨즈’팀과 일요리그 ‘실버스타’와 ‘굿모닝’팀에서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고, 또한 30년 넘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팀을 최근엔 고향 팀 NC 다이노스를 열렬히 응원하는 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