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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 속에 핀 우담바라
이름 사무처 이메일
첨부 김광원_불 속에 핀 우담바라.jpg (292.0K)



인공지능이 나오고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이란 말이 나오더니, 이제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또는 가상 우주)란 말을 일상화하여 사용하는 과학문명의 시대. 이런 시대에 시집 속 의 ‘님’은 우리 곁에서 희미해지고 있는가. 1925년 일제강점기의 질곡 속에서 만해 한용운 선사가 ‘님’을 활화산처럼 노래한 게 96년 전 일이다. 시집 『님의 침묵』의 탄생 백주년이 4년도 남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정점을 치닫고 있는 시대에 김광원 시인이 ‘님’을 불러왔다. ‘양장시조 『님의 침묵』’이라는 부제를 단 시집 『불 속에 핀 우담바라』를 〈시문학사〉에서 발간하였다.
김광원 시인은 1996년 원광대 박사학위논문 「만해 한용운 시 연구」를 통해 만해 시집 『님의 침묵』의 창작 배경이 만해의 또 다른 저서 『십현담주해』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만해 한용운 시인이 설악산 오세암에서 매월당 김시습의 『십현담요해를 만난 것은 민족의 불행한 시기에 불멸의 ‘님’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십현담요해』는 당나라 상찰 선사가 지은 10수의 게송 「십현담」을 풀이한 매월당의 저술이다. 이를 만난 만해 선사가 「십현담」을 다시 풀이하여 『십현담주해』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저술의 열기에 이어 한 걸음 더 내딛은 것이 시집 『님의 침묵』이다. 『십현담주해』를 탈고한 후 두 달 만에 만해는 일제감점기의 어둠 속에서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시집 『님의 침묵』을 창조해낸 것이다.
『십현담주해』 첫마디에 ‘화사첨족’이 등장한다. 시집 『님의 침묵』의 서시 형태의 첫 제목이 ‘군말’이다. ‘화사첨족’과 ‘군말’의 의미적 일치에서 김광원 시인은 주목했다. 『십현담주해』와 시집 『님의 침묵』의 상관성을 계속 맞춰보았다.

▷ 꽃과 달 시들어도 참 미인은 옥玉과 같네.
▶ 당신의 침묵 속에서 솟구치는 노래여.

저울에 성큼 올라 눈금이 흔들려도
내리면 영零이 되나니 다가오는 얼굴이여.

⊙ 마음을 비우고 보니 자성불自性佛 드러나네. - 2. 「님의 침묵」 전문

“꽃과 달은 이미 시들고, 미인은 옥처럼 온전하구나”(▷; 『십현담주해』)와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님의 침묵』) 역시 완벽하게 일치하였다. “그렇구나.” 김 시인은 무릎을 쳤다. 계속 따라가 보았다. 『십현담주해』 90쪽과 『님의 침묵』 90편이 일대일의 순차적 관계로 맺어 있었던 것이다. 만해의 『님의 침묵』과 『십현담주해』의 순차적 상관성을 풀이한 김 시인의 저술 『님의 침묵과 선의 세계』(새문사, 2008년) 서문에는 한양대 이도흠 교수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님의 침묵』과 『십현담주해』를 상호 관련시켜 해석하시니, 『님의 침묵』이 화엄의 깊이를 갖게 되고, 『십현담주해』가 시의 비단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김광원 시인의 『불 속에 핀 우담바라』는 만해 시집 『님의 침묵』이 담고 있는 이런 비밀을 ‘양장시조’ 두 줄로 대응시키면서 우리 곁에 다가온다. 양장시조의 첫 줄은 『십현담주해』에서, 둘째 줄은 『님의 침묵』에서 뽑아내었다. 그러다 보니 다소 난해한 바 있어 김광원 시인은 각 작품마다 해설 기능으로 풀이를 덧붙였는데, 이 또한 절로 양장시조로 풀려나왔다. 이렇게 하여 90편 모두 두 개씩의 양장시조로 나타나게 된다.
만해 선사가 설악산 백담사의 ‘오세암’에서 매월당 김시습의 『십현담요해』를 극적으로 만나 『님의 침묵』이 탄생했듯이, 김광원 시인 또한 두 개의 양장시조에 한 줄 시조를 더하여 결국 5행의 시조시집을 꾸민 것이다. 그 계기는 ‘페이스북’이었다. 월간 『시문학』에 시 90편을 연재한 후 ‘페이스북’에 한 편씩 올리면서 한 줄씩 추가하게 되었는데, 이 또한 ‘한 줄 시조’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불 속에 핀 우담바라』는 90편 모두 5행의 시조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만해의 『님의 침묵』의 부활은 바로 여기서 이루어진다. 김광원 시인의 『불 속에 핀 우담바라』가 『님의 침묵』과 『십현담주해』의 상관성 고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님의 침묵』에 내재한 비밀을 열면서 천하의 새 소식을 들려준다. ‘님’은 일제강점기 고통 속에도 함께했고,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21세기 현 시대에도 ‘님’은 불변하여 우리 곁을 항상 지켜주고 있음을 알게 한다.
김광원 시인은 논문 「만해 한용운 시 연구」에서 『님의 침묵』의 ‘님’을 “본래성 회복의 한 표상”으로 규정한 바 있다. ‘님’과 ‘나’와의 관계는 현재 이별 중인 것처럼 보이나, 사실 이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만해 한용운은 시집 『님의 침묵』을 통해 선언했던 것이다. 이는 우주 만유의 어느 하나도 법신불(진리)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한다. 너무 자명한 말인 듯해도 ‘벼락’ 같은 울림이 여기에 있다.
김광원 시집 『불 속에 핀 우담바라』에서 ‘님’은 온 우주에 널려 있고, 바로 내 안에도 같은 ‘님’이 항상 내재하고 있음을 말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그저 텅 빈 것 같지만 이 속에는 항상 진리로 가득 차 있다. 이 ‘님’이 바로 법신불이며, 하느님이고, 하나님이며, 참나요, 자성불이라는 것이다. ‘양심’이 오대양 육대주의 가장 큰 율법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바, 김 시인은 ‘양심’과 ‘하느님’의 자리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시집의 제목 ‘불 속에 핀 우담바라’라는 표현은 『십현담주해』 75번째 풀이에 나타난다.

▷ 불 속에 핀 우담바라 기이한 만남이여.
▶ 왼 사람 사랑치 않을 때 날 품어 주셨어라.

외로운 나 품어주신 높은 뜻 끝이 없네.
봄비에 새로 눈트는 금결 같은 버들이여.

⊙ 억겁을 오간다 해도 한마음은 변함없네. - 75. 「‘사랑’을 사랑하여요」 전문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현상계의 이 모든 일은 ‘법신불’(진리)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우주 안의 삼라만상은 진리를 벗어날 수가 없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 안의 원만구족한 ‘참나’를 발견하고, ‘참나’의 본성인 ‘양심’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님의 침묵』 속 ‘님’의 현대적 계승이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21세기 위기의 현대 문명 속에서 만해가 새롭게 부활하는 지점이다. 만해는 큰 수레를 몰고 가는 대승의 영원한 보살임을 시집 『불 속에 핀 우담바라』를 통해 일깨워 준다.
『님의 침묵』은 우리 민족을 넘어 온 인류를 구원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집 『불 속에 핀 우담바라』에는 환인, 환웅, 단군 이래 우리 민족이 어찌하여 ‘홍익인간’의 뜻을 품고 긴 세월 내려왔는지, 인의예지를 강조한 성리학의 그 긴 시대가 존재했는지에 대한 암시도 담겨 있다. 만해 시집 『님의 침묵』의 ‘님’이 위기의 현 시대에 구원의 한 표상으로 부상한 것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이 지구에 ‘님’은 여전히 ‘진리’요 ‘자성불’로서 우리 곁을 늘 지키고 있음을 김광원 시인은 『불 속에 핀 우담바라』를 통해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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