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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젖
김충규(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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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손주가 할머니의 젖을 빨고 있다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젖을
모래 서걱거리는 젖을 빨고 있다
어둑한 공원의 벤치에 앉은 할머니와
대여섯 살쯤 돼 보이는 손주가
서로를 둥글게 감싸고 있다
하늘엔 젖 풍성한 달이 떠 있다
달은 넘치는 젖을 지상으로 흘리고 있다
저 달을 끌어내려 할머니의
젖 속에 넣어주고 싶은 밤,
넘치는 달빛 위로 걷는 발자국이 질척질척
나도 빈 젖을 빨고 싶다
김충규(시인, 회원) --------------
1965년 경남 진주 출생, 1998년 [문학동네] 문예공모 당선, 2001년 시집 [낙타
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현재 부천작가회의 회원
처음 올린 날: 2001년 7월 24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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