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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 중립의 초례청에서*
이름 강수경 이메일



중립의 초례청에서*


                                    강수경




창 밖에선 가을 풀벌레 소리 깊어가고

유스호스텔 복도에선 작가들 소리 왕왕

반백년 전 세상을 달리한 시인을 기리는 밤

껍데기를 찢고 알맹이를 간절히 원했던

쇠항아리를 깨부수고 민족을 노동자 농민,

무산자無産者들의 삶을 따뜻한 시각으로 노래한

맑고 투명한 눈빛의 시인과 함께 하는 이 밤

나는 어떤 시를 노래하려 하는가

홀로 섬처럼 떠 있는 이 밤

지구라는 별에서 고맙게도 수면으로 나와 있으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써야할지

의도하지 않으나 자발적으로 내 안에서 발화하여

발현되어야 함을 간절히 기도하는 밤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

맑은 정신과 호흡으로 시를 써야 한다고, 이 밤

귀뚜리가 여치가 내 귀에 대고 끊임없이 읊조린다

내가 나에게 부여한 수경秀鏡 이라는 이름

시상을 잉태하고 가꾸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기를 소망하는 밤

새벽이 되도록 멈추지 않는 기타 연주

끊이지 않는 노래,

시인의 혼을 위로하는 밤

모두의 혼을 깨어 있게 하는 이 밤


*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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