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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 가을비를 보면서
이름 나정욱 이메일



가을비를 보면서 / 나정욱

 
아침 저녁으로 가을비에 젖는 소나무를 본다
그 옆의 참나무와 대나무도 함께 본다
가을비를 보면서 자유와 평등과 사랑을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는 사람들과 “자신이 싼 똥은
자신이 치워야 한다.“라는 말을 바탕에 깔고 대화했다.
그 말을 생각하면서 가을비를 본다.
가을비를 보면서 참나무와 대나무와 소나무를 본다.
그리고 자유와 평등과 사랑을 생각한다.
가을비는 나무를 가리지 않고 내린다. 이것은
평등이다. 가을비를 맞는 나무들은 나무들의
이름을 갖고 있다. 제 각각 다른 이름이다. 이것은
자유이다. 비를 골고루 맞고 있는 나무들을
아침 저녁으로 보면서 내리는 가을비를 본다.
이것은 사랑이다. 가을비를 보면서 자유와 평등과
사랑을 소묘한다. 어둠이 서서히 젖어드는 것은
평등이며, 이것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은
자유이며, 어둠이 물러가기까지 어둠과 함께
가을비를 들으며 나무를 보는 것은 사랑이다.
자신이 싼 똥을 치우는 것은 자유이며 평등이다.
자신이 싼 똥을 치울 수 없는 것은 자유와
평등을 모르는 것이다. 대신 치워주는 것은
사랑이다. 억지로 치워라, 명령하고 치워주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자유와 평등을 알고 있을 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똥을 싸고 똥을 치운다.
사랑까지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그 누구도 사랑의 이름으로 그 똥을 치우라고
강요할 수 없다. 그것은 자유와 평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을비를 보면서 내리는 가을비의 자유를 본다.
가을비를 어둠의 시간처럼 공평하게 맞고
젖어드는 나무들의 평등을 본다.
아침 저녁으로 자유와 평등으로 물드는 가을 하늘을
본다. 사람들은 자연으로부터 배운다.
사람들이 배운 최고의 가치가
자유와 평등과 사랑이라면, 오늘 내리는 가을비는
자유와 평등과 사랑의 가을비다.
오늘 내 스스로 내가 똥을 싸고 똥을 치우는 동안은
나는 자유와 평등과 사랑을 안다.
가을비를 맞으며 나무들과 함께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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