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전체 시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북한문학 은수저 조회 2784 제목 [시] 제6회/ 박일환 - 어떤 꽃밭 2001.07.10 이름 관리자 어떤 꽃밭   모가지가 꺾인 꽃들만 즐비했다 꽃밭의 참상에는 아랑곳없이 짝짓기놀이에만 열중하는 나비들의 날개는 화려했고 퍼덕일 때마다 금빛가루들이 떨어져내려 꽃밭은 또다른 장관이었다   원예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비들이 먹을 꿀물을 나르느라 바빴고 꽃 대신 나비를 팔아 한몫 잡아볼 생각을 했다   꽃들이 내지르는 비명은 나비들의 교성에 묻혀 들리지 않았고 가끔씩 가엾어 하는 손님들이 꺾인 꽃모가지들을 들춰 보기도 하였으나 부질없는 일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아직 나비가 되지 못한 유충들은 무섭게 꽃나무 가지를 갉아 먹었다 뿌리까지 파먹어간 유충들은 자기들끼리 먹고 먹히는 살육전을 벌였고   마침내 꽃밭에는 살찐 유충 몇 마리만 가쁜 숨을 내쉬며 엉금엉금 기어다니고 있었다   다시 계절이 바뀌고 독수리만한 나비가 날아다니며 뿌려댄 금빛가루 때문에 눈이 멀어 버린 사람들은 밤마다 나비떼가 덮치는 흉몽에 시달려야 했다   그 동안 꽃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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