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별 사이 / 지창영
알파별이 오메가별에게 신호를 보낸다
아득한 별밭 속 깜박이는 한 점은 응답 신호일까
먹빛 하늘을 할퀴던 별똥별은 무슨 메시지일까
별이 되어 떠난 아이들은
몇 광년을 달려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빛보다 빠른 속도로 지구를 천 바퀴 돌면
안아 볼 수 있을까, 한 번만이라도...
웜홀을 통과하여 우주 건너편으로 가
초롱초롱 잠들지 않는 눈망울들
너희는 반짝이는 보석이었지
영정사진을 어루만지면 눈가에 보석이 맺혀
꿈에서라도 얼굴을 쓰다듬어 줄 수 있을까
별을 쥐고 잠을 청하는 밤
단식으로 뼈와 살을 태워도 보고
삼보일배로 지구를 돌아 보아도
진실은 저 너머에...*
잡힐 듯 잘힐 듯 잡히지 않는 빛인가
우주 공간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너희에게
우리가 사는 것은 한 순간 반짝이는 이슬
하루를 천 년 같이 천 년을 하루 같이
지상의 별들이 스친다
광화문에서 팽목항에서
잠들지 않는 별들이 은하수를 이루어 행진하며
우주를 유영하는 세월호에게 메시지를 타전한다
제1막을 마감하는 장막처럼 눈꺼풀이 덮이고
떨리는 속눈썹 풀잎에 이슬이 마르면
또 다른 세상 눈이 뜨이고
눈동자처럼 까만 심연에서
파랗게 빛나는 별들이 달려온다
---
* "The Truth Is Out There"
미국 드라마 <The X-Files>에서 주인공 멀더가 별을 바라보면서 했던 대사.
멀더는 실종된 자신의 여동생이 우주 공간 어디엔가 살아 있다고 믿는다.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