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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지
김영희
그 사내는 나를 이곳에 팽개치고 떠났다 .
축축한 숲 그늘을 지나융모 같은봄 햇살 헤치며 산을 오른다양수 같은 따스한 안개가 산자락을 휘감는다 안개 속을 헤엄쳐 팔봉산의 자궁을 두드린다.산은 능선마다 소원 하나씩 얹고 간다 삼봉이 가까울수록 만삭이다 난산이냐 순산이냐
팔봉산의 산문(産門),해산굴만이 알고 있다 머리가 나오면 다 나온 거라고 굴 입구에서 어깨가 걸린다. 어디선가 힘주라는 삼신 할매 목소리가 들리는 듯 태아처럼 스스로 몸을 돌리게 한다. 산도(産道)를 지나산문 밖으로 떨어진다 .
내몫으로 남겨진 자궁 밖의 세상
지나온 길의 바위서렁이 가야 할 생(生)만 하리요 앞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순간
이제부터가야 할 길은수천 길 낭떠러지 길이다.
치통
김영희
밤이 오면깨금발로뛰어오는,
까치발로뒤뚱 기웃거리는,
어둠속 뒤척이던 불면.
돋움발로멈춰선 당신에 대한 연민이었다.
봄비.어둠속에서 달뜬몸다독이는,
멈췄던 통증이절뚝거린다
약력: 2004년 《강원작가》 신인상, 2009년 《리토피아》로 등단,시집 『저 징헌놈의 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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