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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강하는 새들을 위한 잔소리
유현아
슬로우 슬로우 퀵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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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아파트 13층에 기집애가새로 이사를 왔어요
참 이뻤어요, 단발머리 촐랑거리며 단정한 교복치마 무릎 위까지 접어 올리고
신새벽 관棺같은 엘리베이터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꼴이 참 이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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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도 13층에 사는 기집애가 이사를 왔거든요
개구리 눈마냥 툭 불거진 눈을 부릅뜨고 밤 12시에
참 이상하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되는데 그 야밤에
베란다 창문을 통해 날아갔다잖아요 아마도 엘리베이터가 타기 싫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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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 년만이었어요 재작년 여름에 13층 기집애가 이사를 온 것은
물에 젖은 빨래처럼 너덜너덜한 모습을 하고
비둘기처럼 날더니 땅을 향해 사뿐히 내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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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씩 새가 되어 날더니
이젠 6개월에 한 번씩 새가 되더라구요, 정말 지긋지긋해요
화요일엔 분리수거도 해야하는 날인데 새똥도 치워야 하고
13층 기집애도 6개월에 한 번씩 눈을 마주쳐야 해요
빨간 똥을 치우는 날이면 몸속에서 허연 양잿물이 울컥 튀어 나와요
슬로우 슬로우 퀵퀵
왈츠를 추듯 날아다니는 고놈의 기집애들
우리 아파트 13층에 새로 이사를 왔어요
한숨 섞인 빗자루 들고 그 기집에 보고 있어요
슬_ 로_ 우_ 슬_ 로_ 우_ 퀵_ 퀵
내 가방 속 그림자
유현아
내 그림자가 하나일 거라는 고정관념은 버리는 게 좋아 처음부터 그림자가 많았던 건 아니야 너희들이 그림자를 잊고 지내는 동안 너희들의 그림자를 주웠을 뿐이야
그림자들이 공연 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니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초대해 줄 수 있어 하지만 너의 그림자라고 착각하지는 마 내 가방 속에 들어온 이상 너의 것은 없으니까
우울할 때면 난 가방 속에 숨겨 놓았던 그림자들 중 하나를 골라 공연을 하지 내 가방은 그림자들로 꽉 차 있어 어느 때건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주지 변신의 능력이 무궁무진한 그림자들이야 울고 싶을 땐 웃음의 방식으로 그림자를 펼치지 슬픔의 모양은 어울리지 않아
밤이면 가방 속 그림자들은 기지개를 켜며 하나씩 튀어나오지 그리고 어느 틈엔가 창문이나 틈새에 딱 붙어있어 그들의 일상은 붙어있는거야 유리창은 그림자들의 훌륭한 장막이 되기도 해 가끔은 유리창 너머로 슬며시 사라지기도 하지만 걱정없어 내 가방 속에는 아직도 그림자들이 우글우글하니까
가끔씩 뒤를 돌아봐 혹시 아니 내가 너의 그림자를 줍고 있을지
약력: 2006년 <전태일문학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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