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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아, 너는 너이기에 최고다
박종국
성광아, 요즘 들어 풀죽어 있는 네 모습이 무척 안쓰럽다. 드러내놓고 부추겨 주고 싶지만 워낙 자존심이 강한 너이기에 선뜻 말 붙일 수가 없었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얼굴을 크게 다쳤으니 얼마나 속상하겠니? 그런데 수술 경과가 좋아 점차 예전의 네 모습을 되찾고 있다니 맘이 놓여.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 당장에는 힘들겠지만 머잖아 말끔하게 나을 거야.
누구나 건강할 때는 자기 몸이 소중한지 몰라. 왜냐? 적어도 나만큼은 아프지 않을 거란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그러나 사고는 미리 예정되어 있지 않아. 너의 경우를 생각하면 정말 황당했어. 네 잘못이 전혀 없었는데도 뜻하지 않는 사고는 너를 덮쳤어.
성광아, 세상을 좋은 눈으로 봐. 당장에는 참아내기 힘든 고통이 따르겠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은 다 다르게 보여. 관심을 갖고 챙겨보면 그냥 지나쳤던 풀 한 포기,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꽃송이 하나에도 소중한 이야기들이 총총 자리하고 있어. 그 속에 네가 있는 거고.
친구들이 네 얼굴 보고 놀려서 괴롭지? 너 만할 때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얘기야. 잘 생겼다고, 키가 헌칠하다고, 남보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우쭐대고 싶은 거지. 피아노를 잘 친다고, 그림을 잘 그린다고, 운동을 잘한다고 해서 괜히 내세우지. 그렇잖으면 지레 열등감에 빠져 우울해 하거나 절망감으로 고민하기도 하지. 그건 누구나 겪게 되는 사춘기의 몸짓이야.
물론 남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받아야 해. 그렇지만 그러한 것 때문에 주눅 들거나 바동댈 까닭은 없어. 하물며 고민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생각해. 사람의 얼굴이 다 다르듯이 능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야. 중요한 것은 각자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 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집집마다 부엌에는 여러 개의 그릇들이 놓여 있어. 어떤 것은 크고 아름답지만 어떠한 것은 작고 모양도 볼품이 없어. 그렇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그것들이 작고 못생긴 그릇일망정 함부로 버리는 법이 없어. 왜냐고? 언제고 요긴하게 제 구실을 하며 예쁘게 쓰일 때가 있기 때문이지.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부족한 것 같아 보여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능력을 인정받을 때가 있어. 그런데도 작은 그릇을 가지고 지나친 욕심을 갖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닐까. 더구나 미덥지 못한 생각을 갖는다면 자신의 참모습까지 잃게 되어 결국에는 가슴 아파하게 돼.
작은 그릇도 능히 물을 담을 수 있듯이 사람은 나름대로의 꿈이 있어. 다만 작다는 것이 남과 비교해서 모양이 다를 뿐이야. 그것 때문에 그 어떠한 것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은 아니야. 그러니 꼭 큰 그릇을 가지려고 발버둥 칠 필요는 없어. 중요한 것은 한데 어울리고 서로에게 든든한 사랑을 나누는 거야.
넌 사고 후 엄마 아빠를 지독하게 원망했었어. 그런데 내가 보기에 네 엄마 아빠는 아무 잘못이 없어. 네가 그렇게 원망하며 따지듯 무심하지도 않았어. 화가 난다고 그 분풀이로 부모한테 덤터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귀여운 자식일수록 매 한 번 더 들고, 낯선 곳으로 자주 여행 보내라는 말이 있어. 네 부모가 너한테 무덤덤했던 것은 힘든 아픔을 네 스스로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어. 넌 그렇게도 애틋한 부모의 소원을 놓치고 있어.
성광아, 세상을 혼자서 살아가야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니? 그렇다면 얼마나 힘 빠지고 답답할까. 아무리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어 놓았더라도 한 가지 꽃들만 심어 놓고 보면 얼마나 싱거울까. 아름다운 꽃밭에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해. 커다란 꽃들뿐만 아니라 작고 앙증스런 풀꽃들도 함께 심어 서로의 빛깔이 돋보이게 해 주어야 해. 그래야 다 다른 속에서 제 빛깔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거야. 네 엄마 아빠도 그렇게 너를 응원하고 있어. 든든하지?
내가 너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도 똑같아. 단순히 더하기 빼기 문제 하나 더 푼다고 해서, 가르치는 대로 잘 따른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아. 난 네가 지금처럼 힘겨운 일들을 툴툴 털고 다시 우뚝 섰으면 좋겠어. 새로운 모습으로 당당할 수 있고, 네 생각을 여무지게 드러냈으면 해.
그렇지만 지금 네 모습은 참 실망스러워. 너는 아름다운 꽃밭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꽃이라기보다는 애써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청개구리 같아. 그 동안 잘 해 보자고,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애써 얘기했었지. 그런데도 너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어. 병원에서 방방됐을 때 그 모습 그대로여서 너무나 속상해.
한데도 꼬집어 가며 다그치지 않았어. 간혹 엉뚱한 짓을 하거나, 시큰둥한 태도로 거드름을 피워대도 난 묵묵히 너를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야. 시시콜콜한 공부를 하지 않겠다며 필요 없는 행동까지 하는 데 애써 목청을 높일 까닭이 없었어. 소중한 것은 하고자 하는 네 마음 자세가 아닐까. 학교는 그저 오는 곳이고, 단지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 시간만 때우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바보 같아.
그러한 네 행동을 보면 장차 네가 아무리 큰 그릇을 가지고, 잘난 얼굴을 내세우더라도 작고 못난 그릇을 가진 사람들보다 나아 보이지 않았어. 나도 인간이니까 그렇게 얄궂은 감정을 가질 때가 있었어. 알겠니?
성광아, 너한테 보잘것없는 그릇이 주어지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참아내기 힘든 고통이라도 말이야. 모든 일들을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어. 자기의 판단 기준을 찾아내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좋게 찾았으면 해. 또한 고운 양심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좋은 생각과 진실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양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야.
그 뿐만이 아니다. 행복하게 주어진 네 생명을 가꾸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도 안 돼. 함부로 포기한다는 말도 하지 마. 그보다 가장 평범하고, 가장 검소한 생활 속에서 꾸밈없는 마음으로부터 야물어지는 거야. 참다운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도 키워야 해. 해서 참고, 양보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행복한 네 모습을 만드는 거야.
또 하나, 곧잘 남에게 따져 드는 네 성격도 고쳤으면 해. 대체로 싸움질하려 드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그릇이 작기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것이야. 인격적인 만남은 다른 사람의 개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격려하는 데서 찾을 수 있는 거야. 명심하렴.
성광아, 우리가 소망하는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크고 값진 것에 있을까. 아니면 작고 보잘것없는 것에 있을까. 그러나 행복이라는 것은 크든지 작든지 간에 소중한 것이야. 또한 그것은 멀리 있다기보다는 우리 생활 주변의 조그만 것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그런데도 넌 현재 네 모습만을 탓하며 친구들과 곧잘 다퉈. 그건 네 참 모습이 아니야.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남을 헐뜯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잘잘못도 이해하고, 용서해 줌으로써 자기 자신도 배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함께 웃으며 하루하루를 편안하게 살아야 하는 거야. 그것이 네가 가져야 하는 그릇이고 진정한 아름다움이 어우러지는 꽃밭이야. 작고 보잘것없는 그릇도 쓸모가 있듯이 말이야.
성광아, 너는 너이기 때문에 특별해. 특별함에는 어떤 자격도 필요 없으며, 너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해. 네가 특별하다는 것은 네가 가진 것 때문이 아니라, 넌 너이기에 행복할 수 있어. 잊지 마. 넌 언제나 특별하며, 난 널 사랑한단다. 난 네가 최고다.
□ 박종국 :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 활동. 현재 경남 창녕 부곡초등학교 교사.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 함께 나누는 사랑은 아름답다』, 『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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