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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방
임성용
가을볕은 짧다
콩타작을 반도 못했는데
홍시같은 노을이 수수모가지에 걸렸다
도리깨질이 서툰 내 어머니
아무리 쳐도 헛매질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잘도 돌렸는데
튀는 콩을 주워 담으며
워따메, 잘 좀 치쇼
기운껏 때리면 뭐가 남아 난답디여
잔소리도 한 망태기 퍼붓더니
살아 깍지에 낀 물컷처럼 속 썪은 일 뿐이고
죽어도 아쉬운 거 하나 없드만
그래도 옹삭시런 그 기운 조금이라도 주고 가시지
자글박진 얼굴 옷소매로 훔치시며
후유, 늙을수록 웬 땀이 더 나지야
방안으로 들어오는 맨발이 부르텄다
물 한 대접 맛나게 들이마시고
어머니는 갑자기 가래침을 방바닥에 뱉었다
아니, 어무니! 왜 방에대가 침을 뱉어요?
에잉? 여기가 방이였다냐? 난 마당인줄 알었다
깜짝 놀란 내 어머니
걸레로 얼른 가래침을 닦아냈다
방이 마당이고 마당이 방이었던
항시 방바닥에 마당의 흙이 고스란히 묻어있던
어머니의 방, 어머니의 마당
이러고 사는 게 호강이제, 별 것 있다냐?
풀뿌리처럼 나긋나긋한 어머니의 말씀조차
그대로 흙투성이 밭으로 변한지 오래
잡풀 우거진 집터에는 하루 아침에 된서리가 내렸다
약력/
1965 전남 보성 출생.
2008년 《실천문학》과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하늘공장』이 있음.
현재 화물운수노동자로 일하고 있으며 2002년 《전태일문학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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