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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고독
조 은
보호자 대기실,
씨감자처럼 쪼글쪼글한 아내 옆에서
남편의 몸이 바닥으로 기운다
아내는 가방을 가슴에 바짝 붙이고
수술 진행을 알리는 안내판을 보고 있다
한 쪽 팔로 의자를 짚고
젖은 흙더미 몸을 지탱한 늙은 그의
손톱 밑에는 검은 흙이 끼어 있다
거친 손의 주름살을 메우고
손톱의 하얀 반달을 덮고
두 눈에 질척하게 매달려 있는 흙
그의 체온에 익었을 흙은
강하고 고집스러워 보인다
이 순간만 잘 버티면 삶이 지탱되리라 믿는지
얕은 호흡에도 어깨가 흔들리는 그의
곧 쓰러질 것 같은 얼굴엔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있다
수술실에서 뛰어나온 의사가 보호자를 부른다
노부부가 벌떡 일어나 흙빛으로 달려간다
조 은 1960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사랑의 위력으로>, <무덤을 맴도는 이유>, <햇볕 따뜻한 집>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벼랑에서 살다>, <조용한 열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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