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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제22회
계절과 계절 사이 어느 날 저녁 놀
조 진 태
서쪽 산은 화염 속, 붉은 놀 무더기다
어둠을 등에 지고
한 점 굳건한 암흑 덩어리로야 하늘 닿는 것이다
저렇게 맞닿는 석양은 얼마나 환한 것인가
비 그치고
내 아내 말간 얼굴로 새록새록한 어스름 서쪽 하늘
집 앞 감나무 금빛 이파리 사이를
거미 한 마리 부지런히
집을 짓고 있다
동쪽으로 한 칸 서쪽으로 한 칸
다시 남으로 북으로 기둥세우고 서까래 얹고
살아보아야 안다 세월 기막힌 것
눈멀도록 대낮 태양을 바라다보아
길 걷고 또 걸어보았어야 안다
저 붉은 하늘 저 단단한 검은 산
쏟아지던 비 피해 잠깐 적막 사이
거미집 방 한 칸, 붉게 물들어 차지한 잠자리 하나
귀뚜라미 여치 소리에
귀 기울여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저 산 오르던 그 사람 멈춰 서서
듣는 듯 귀기울이는 듯
같이 덩달아 흔들흔들 춤추는 듯
한 여름에서 다시 한 가을로 가는 동안
짧은 비 그친 저녁 놀 석양 어스름
조진태(시인) --------------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1959년 광주 광산 출생.1984년 [민중시 1집]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다시, 새벽길] 이 있음. 현 광주전남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
장.
처음 올린 날: 2001년 11월 15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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