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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아이들
배창환
평양 소년문화궁전에서
아이들의 공연을 보며
나는 울었다
장쾌한 장고 독주
<승전고를 울려라>를 듣고
<아리랑>을 편곡한
<손풍금 합주>와
남자 아이의 민요 독창 <삼천가>를 들으며
울고
재기 넘친 <체조 무용>을 보고
<줄넘기 놀이>춤을 보며
귀여운 <패랭이 독무>를 보며
울었다
너무 잘 해서,
어린 아이들이
어쩜 이리도 잘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울고
- 언덕을 넘어서자
희망의 마을로
노래를 들으며
저 어린 아이들이
언덕이 무엇인지
희망이 왜 필요한가를
알기나 할까
싶어서 울고
<통일 기쁨 우리 기쁨>
<통일 무지개>......
통일 주체인
춤과 노래들을 보고 들으면서
누가 이 아이들을 갈라 놓아
이토록 먼 그리움으로
살게 하였는가
마음이 아파
울었다
돌아보면 나뿐 아니었다
백발이 성성한 남쪽의 老詩人도
내 곁에 앉은 젊은 시인 작가들도
남몰래 눈가로 손을 가져갔다
공연이 끝나고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는데
우리 곁에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멀리 오사카에서 건너온
재일동포 고등학생 아이들도
손바닥이 떨어져라 마주 쳐대면서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아니, 웃는 듯도 했다
조금 전 이곳 복도에서 만난
그 아이들이었다
다들 그냥 울고 웃으면서
박수를 보낼 뿐
그 누구도 말은 없었다
무대를 퇴장하면서
흔들어대는 아이들의 손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 눈물의 가시밭길에서
우리는 언제 마음껏얼싸안고
펑펑 울어볼 수 있을까
통일의 길은 이토록
소박한 꿈이어서 슬프고
멀기만 할까
궁전을 걸어 나오면서 나는
남쪽에서 더 잘 알려진 노래를
남쪽 창법으로 섞어서 부르던
어떤 소녀의 독창
<거리는 부른다>의 마지막 구절을
입술 위에 올려 보았다
- 봄 희망 멀지 않다
행운의 뱃길아
배창환 경북 성주 출생. 1981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잠든 그대],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등이 있음. 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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