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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물 드는 저녁 무렵
김 경 윤(金璟潤)
머루빛 어둠이 들녘으로 번지는 다 저녁 무렵
서산마루에 불그레한 저녁놀이 장엄하다
동구 밖 저 건너
누구네 문전옥답일까
해종일 땡볕에 목마른 애기모들
살랑살랑 고사리손 흔들며 못물 빠느라
자꾸 몸 뒤척일 때마다
젖배 곯은 아기들 칭얼대는 소리
또 어느 집 논인지 아직 모내기 못한
마른 논에선 보릿대 태우는 매운 연기
모락모락 안개처럼 피어나
찔레꽃 향기로 번지는 어스름 속에서
온 들녘을 몇 번인가 들었나 놓았다 하는
저 무논의 수백 수천의 개구리 떼 울음소리
듣는다, 논물 드는 이 저녁
그 소리에 놀라기라도 했다는 듯이
일순 청청한 하늘에 애기별 몇 놈 글썽이는.
김경윤(시인) --------------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1957년 전남 해남 출생, 1989년 <민족현실과 문학운동>
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아름다운 사람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 땅끝문학
회 회장.
처음 올린 날: 2001년 10월 8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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