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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기
장영춘
흔들리는 강아지풀 눈뜨고 감는 사이
저만치 앞지르기하는 엇갈린 시간 앞에
계절의 문턱 앞에서 엉덩방아 찧는 하루
얼마를 더 달려야 종착지에 닿을 수 있나
습관처럼 액셀 페달에 무딘 발을 올리고
오늘도 황색 신호기 앞에 멈칫멈칫거린다
하루를 백 년같이 백 년을 하루같이
초저녁 귀뚜라미 목젖 발갛게 부르는 노래
황색선 빗금 친 계절의 방지턱을 넘는다.
굴비
장영춘
꽁꽁 언 참조기가 얼음 속을 빠져나와
은빛 지느러미 푸른 물살 가르며
바다도 때를 맞추어 아가미를 벌린다
아득히 시간 너머 퍼덕이던 꿈들이
유유히 세상 밖으로 분신들을 털어내듯
싱크대 수도꼭지에 와르르 무너지는,
살아 숨 쉬는 것, 때가 되면 가는 것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섬 자락의 불빛처럼
끝끝내 부활의 꿈만은 져버릴 수 없었다
제주 해협 급물살에 토막 나던 수평선이
노을 멎는 시각이면 또 하나의 등을 켜고
노랗게 구운 굴비를 바다 위에 얹는다.
□ 약력: 2001년 『시조세계』 등단. 시집 『쇠똥구리의 무단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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