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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아줌마
리호근
호실 정돈하던 관리인 아줌마
서울 어데쯤 사느냐 묻는 내 말에
봉천동 고개 밑에 산다고 건성 대답하더니
지나가는 말처럼 대답한 제 말이 안된 듯
다시 차근차근 제 대답 풀어서 한다
봉천동이라면 서울대로 가는 방향
개나리가 예로부터 지천으로 피여나
개나리고개라고도 불리는 고개밑에
예전 그 아근의 대학생들 단골이던
한잔 집 , 돼지집과 함께
일미집으로 불리우던 음식집이
바로 자기 집이였다고 한다
일찌기 과부가 된 어머니는
바로 그곳에서 오가며 들리는 서울대생들의
온갖 객기와 술주정 넉넉히 받아주며
주머니 가벼운 그들에게 늘 외상술 주어
그때 외상장부만 하여도 아마 대학노트로
몇상자는 실히 되였을거라는 소리
그래도 통일을 부르며 울고 웃던 그들이라
어머니는 그들의 외상 탓한적 없었고
자기 또한 그때 한 대학생과 눈이 맞아
이러구러 몇년을 살다 남편을 병으로 잃고
지금은 어머니를 따라 과부로 되였다는 것
밤에 봉천동고개를 오르면
멀리 산동네의 불빛들 별처럼 흩어져있고
그렇게 흩어져있는 불빛 보다나면
통일운동하다 간 남편과 함께
그 불빛 보던 때가 생각나
괜히 눈굽을 적시군 한다는 이야기
부질없는 얘기 꺼냈다는 듯
눈언저리 훔치며 웃음 지어보이더니
어머니때부터 과부는 제 집 팔자라 여겼는데
돌이켜보면 나라자체가 둘로 갈라져
과부, 홀아비들 사는 격이니
이제 통일만 되면
자기 집 팔자도 달라질거라며
어줍은 웃음 쓸쓸히 남기고
총총히 내 방을 나서던
아, 잊지 못할 아줌마,
봉천동의 아줌마! ……
출처: 남북작가대회 평화소시집 - 반년간지 <시경>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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