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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한문학] 리라순/ 행복의 무게(2)
이름 관리자



3

유경이 공장에 도착했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경비원이 정문에 들어선 유경을 알아보고 반색했다.

“기술발전부기사장 동지가 지금도 사무실에 있는데 어서 들어가 보시우.”

유독 그의 방에만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부기사장은 문을 열고 들어 서는 유경을 보자 놀랐다.

“허― 근석 동무가 오는 줄 알았더니 유경 동무가?!…… 언제 왔소?”

유경은 미소를 지어보이려고 했으나 가슴이 찌르르해 와서 다소곳이 고개만 숙였다. 부기사장은 지금껏 자기 남편을 기다리느라고 퇴근도 미루고 있는 것이다.

“말씀해 주십시오. 부기사장 동지, 그이가 무엇 때문에 실험을 포기했습니까?”

부기사장이 권하는 의자에 앉기 바쁘게 유경의 입에서는 절로 그 말부터 튀어나왔다. 부기사장은 대답을 피하듯 한동한 헛기침을 했다.

“나도 모르겠소.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봐야 하지 않소? 당장 공장의 생산이 멎게 되었는데…… 헌데 그 사람은 제 고집만 부리거든.”

“?!……”

“글쎄 새 방법이 있다면야 좋은 일이겠지.…… 그건 그렇다 치고 그 사람이 견디어내겠소? 요전에도 위탈로 되게 곤경을 치르었소. 내남없이 어려운 때라 공장합숙식사도 변변치 못하지…….”

그러나 유경을 건너다본 부기사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마주 비볐다.

“이젠 유경 동무도 왔으니 힘껏 해보기요. 자, 그럼 그 양반이 어떻게 사는가 가보지 않겠소?”

부기사장의 뒤를 따라 합숙으로 가는 유경의 가슴은 아프게 옥죄어들었다. 성공을 눈앞에 두고도 그처럼 공력을 들여온 연구성과를 주저없이 포기한 그이, 그렇다면 혹시 알콜법을?……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방금 전에 부기사장이 흡족하여 유경이 왔으니 이젠 됐다던 그 말이었다. 그것은 부기사장이 유경의 출현을 근석과 함께 연구사업을 다그치려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 아닌가.

‘내가 만약 기술통보실에 들어앉았다는 것을 안다면 얼마나 놀라고 실망할가…….’

자신에 대한 이름할 수 없는 불만과 죄의식에 유경의 걸음은 자꾸 비칠거려졌다.

합숙방에 한 발을 들여놓은 유경은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 정리되어 있지 않는 책상과 그 위의 실험기구들, 책상다리 밑으로 드러나 보이는 냄비며 그릇가지들…… 옷걸이에 주렁주렁 걸어놓은 어지러운 외출복, 구멍 뚫린 실험복 등…… 어수선한 방 안 정경에 오히려 부기사장이 더 당황해했다.

“주인들이란 게 숱한 일감만 안겨주고 돌보지 못해서 볼 낯이 없소. 그제도 앓는 몸을 미처 추세우지 못한 채 부득부득 떠났는데 무거운 시료배낭에 짓눌려 어디서 쓰러지지나 않았는지…….”

하얗게 질리는 유경을 살펴본 부기사장은 황황히 그를 위로했다.

“걱정 마오. 늦게나마 우리도 대책은 취했소.”

좀 쉬라는 말을 남기고 부기사장이 돌아간 다음 유경은 맥없이 의자에 주저앉았다. 새삼스레 아내의 살뜰한 보살핌도 없이 한 달나마 외지밥을 먹으며 긴장한 실험을 해온 남편의 여위고 터갈라진 입술이 눈앞에 선하게 떠올라 또다시 가슴이 미어져 왔다.

아픈 마음으로 방 안을 더듬던 유경의 눈길이 문득 책상 위에 펼쳐진 실험일지에 가 멎었다.

“알콜법에 의한 ㅈ―5형 촉매 합성 및 특성”

‘아니, 알콜법을 ? ! ……’

떨리는 손으로 실험일지를 한장 한장 펼쳐보는 유경의 마음속에는 돌개바람 같은 것이 휙 불어치는 듯했다. 한동안 까딱않고 그대로 앉아 있던 유경은 스스로 놀라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더 생각할 새 없이 어지러운 옷가지들을 꿍져안고 강가로 나갔다. 당장 무슨 일인가를 하지 않으면 마음의 무거움에 짓눌려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아니, 남편이 이 지경이 되도록 따라서지 못한 자신의 실책을 그렇게라도 씻고 싶은 죄의식에 떠밀렸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고요한 달빛이 내리비치는 강가는 바윗돌에 부딪치는 물소리만 들릴 뿐 조용하였다. 빨래버치를 내려놓은 유경은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와락와락 옷가지들을 물에 담가 비비기 시작했다. 살을 에일 것만 같은 찬물에 손가락들이 얼어들었다. 자신에 대한 불만이 손가락 짬으로 부걱부걱 피어오르는 비누거품처럼 가슴에 끓어올랐다. 왜 나는 오늘 이런 여자가 되고 말았는가……. 연구사업을 그만두고 가정을 돌보는 착실한 주부가 된다면 이 어려운 때 남편만은 아무 일 없이 연구사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믿은 자신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근석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연구과제를 안고 고심하며 이렇게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는 지금에 와선 나의 알콜법까지 도맡아 더 힘겨운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찬물에 점점 손가락들이 감각을 잃어가자 근석에 대한 야속함이 슬그머니 머리 속을 파고 들었다.

어쩌면 그인 혼자서 그 모든 걸 하려고 하는가? 이렇게 나에게 고통스러운 마음의 부담을 덧얹으면서…….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유경은 불쑥 언젠가 퇴근길에서 만났던 미영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 미영은 풀기 없는 걸음으로 마주 걸어오는 유경을 지켜보며 의아해서 물었다.

“너 어디 편찮은 게 아니니? 얼굴이 핼쑥해졌어. 요즘 통보실에 옮겨앉아 한결 편하겠는데?!”

유경은 쓸쓸하게 웃었다. 그것은 그 자신도 풀 길 없는 미묘한 고민거리였다.

“글쎄…… 헌데 미영아, 왜 요샌 마음이 불안하고 무겁기만 할까? 연구사업을 그만두면 모든 게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그제야 미영은 어깨 뒤로 머리를 넘기며 웃었다.

“알 만해. 그런 걸 두고 우리 의학계에선 뭐라고 하는 줄 아니? 공허감에서 오는 일종의 우울병 증세라고 한단다. 그처럼 다몰리던 연구사업에서 갑자기 손을 떼니 허전할 수밖에…… 하지만 일 없어.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이젠 시간이 고쳐줄 거야!”

미영이도 역시 한때는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새로운 고려항생좌약을 연구하여 국가발명권까지 받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참, 자 맛이나 보렴.”

미영은 지금까지의 화제를 대수롭지 않은 듯 밀어치우고 왕진가방에서 뾰족뾰족한 가시들이 그대로 내돋친 생신한 오이 세 개를 꺼내주었다.

“담당구역에 왕진 나가면 드문히 이런 인사가 있구나. 우리야 주부가 아니니.”

생긋 미소 짓는 미영의 표정은 이젠 그런 일에 습관이 된 듯싶었다.

“주부…….”

유경의 입가에 그도 모르게 서글픈 미소가 그려졌다. 한겨울에 오이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유경은 고심하던 연구가 성공하는 순간에 느끼던 숨막히는 환희의 감정을 상기했다. 헌데 오늘은 가정부인의 자그마한 기쁨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정말 시간이 흐르면 나도 미영이처럼 될 수 있을까?

“원 참, 넌 뭣이 아직도 이해 안 돼 그러니? 우리 여자들에게야 가정이 있잖니. 아이를 잘 키우고 남편을 성공시키고 또 자기 자신도 성공하고 싶은 것은 우리 같은 여성들의 이상이지.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쉽진 않아. 여성의 성공에 비껴진 가정은 벌써 균형이 파괴되어 엉망이 되었다는걸 의미하지. 남편이 주부가 되었던지 아니면 아이들이 때식을 번지던지…….”

“호―”

어느 결에 빨래를 비비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앉아 있는 자신을 의식한 유경은 잡생각을 털어버리듯이 머리를 흔들고 나서 빨래방치를 찾아들었다. 성난 것 같은 방치소리가 고요한 달빛에 졸고 있던 강가를 놀라게 했다. 다시 방치질을 멈춘 유경은 지금껏 머리 속을 어지럽혀 온 번거로운 생각을 씻어버리듯 걸싸게 옷가지를 헹구기 시작했다. 하지만 머리 속에 되새겨진 미영의 말은 가시처럼 깊숙이 박여 빠지려 하지 않았다. 그래, 그때 나도 그의 마지막 말만은 부정할 수 없었지. 바로 그 때문에 오늘의 이런 부조화가 시작된 것인지도 몰라!

……그날도 여느 날처럼 실험을 끝낸 유경은 깨끗이 씻은 실험기구들을 올려놓으며 잠시 망설였다.

‘반응실험까지 마저 하고 갔으면 좋겠는데…….’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벌써 9시가 지났다. 유경은 생각을 고쳐 하고 손을 씻었다. 탁아소에 맡긴 아이를 찾아와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바쁠 때는 남편이 아이를 찾아오곤 했으나 그도 요즘은 연구도입 때문에 현장에 나가고 없었다.

구석에 놓았던 바느질감을 찾아쥔 유경은 그것을 대충 접어 가방에 쑤셔넣었다.

아들애의 신발주머니를 만들자고 며칠째 들고 다녔으나 아직 끝내지 못하였던 것이다. 집에 들어가면 손바닥만한 주머니도 미처 바느질할 경황이 없다. 매일이다시피 갈아입히는 아이의 옷가지들과 시약에 얼룩진 남편의 와이셔츠를 빨래하는 것도 점심시간이 아니면 다음날로 미루어야 했다. 그러니 실험으로 긴장했던 오늘도 그 바느질감을 그냥 들고 갈 수밖에 없었다.

퇴근시간의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자동차 소리와 궤도전차 소리, 웃고 떠드는 처녀들의 웃음소리, 줄지어 가는 학생들의 노랫소리…… 유경은 그 모든 소음을 느끼지 못했다. 머리 속에 짓꿎게 매달리는 한 가지 생각에 옴하여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어었다.

‘다공성물질인 ‘ㅈ’촉매…… 기공 크기는 4.5A°’

환상의 나래는 그를 100만 분의 1로 표시되는 아득한 A°(옹그스트롬)의 미시세계로 끝없이 이끌어갔다.

“동무!”

벼락 같은 고함소리와 함께 마주 달려오던 자전거가 급정거하며 유경의 앞에 구겨박혔다. 깜짝 놀란 유경은 급히 넘어진 사람을 부축했다.

“젊은 동무가 어디에 정신을 팔고 있소?”

머리가 희끗한 그 사람은 흘러내린 안경 너머로 엄한 눈길을 던졌다. 생각에 옴하여 저도 모르게 유경이 자전거길에 들어섰던 것이다.

“미안합니다. 제가 그만…….”

“주의하시오! ”

자전거를 바로 세운 그 사람은 송구하게 서 있는 유경에게 명령조로 이르고 다시 멀어져 갔다.

긴 숨을 내쉰 유경은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다음 가방이며 주머니를 뒤져보고 나서 다시 땅바닥을 굽어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 같은데…… 그때 지나가던 사람이 한 마디 던졌다.

“뭐 떨군 건 없는 것 같구만.”

그제야 정신이 든 유경은 저 혼자 허거프게 웃어버렸다. 무슨 물건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금방 떠올랐던 새 착상이 자전거와 부딪치는 바람에 간 곳 없이 사라졌던 것이다.

‘애가 기다리겠는데…….’

유경은 탁아소로 다시 종종걸음쳤다. 시간이 퍽이 지난 탁아소 건물은 불이 꺼져 있었다. 유경은 어느 방에선가 애가 울고 있는 것만 같아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한참 후에야 동작이 굼뜬 경비원 여인이 머리를 기웃이 내밀었다. 유경을 알아본 경비원 여인의 얼굴엔 대뜸 노기가 어렸다.

“정신 있나! 애를 팽개치구…… 빨리 가보게. 좀전에 배를 안고 뒹구는 아이를 병원으로 업어갔다네.”

“병원으로요?!”

가슴이 철렁해진 유경은 전신의 피가 모두 땅속으로 잦아드는 것만 같았다.

‘애가 앓다니? 아침까지도 일 없던 애가…….’

탁아소 마당을 뛰쳐나온 그는 벌써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주오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병원으로 달리는 그는 아침에 있은 일을 후회하였다.

새 촉매실험에 필요한 문헌을 조사하느라고 온밤을 밝힌 유경은 아침 밥상에 채 뜨지 않은 밥을 서둘러 올려놓았다.

“오늘 아침 또 늦겠구나…….”

유경은 세숫물 장난을 하는 아이를 끌어다 앉혔다.

“탁아소에서는 고운 밥만 주는데…….”

아들애는 밥공기에 드문드문 박혀 있는 통강냉이알을 꼭 눌러 숨기며 엄마를 쳐다보았다. “고운 밥”이란 흰 쌀밥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유경은 딱한 눈으로 아들애를 바라보았다. 타갤 시간이 없어 그냥 통강냉이를 삶았다가 밥에 섞었던 것이다.

“통강냉이밥은 이렇게 먹어야 맛있는 거란다.”

유경은 우정 밥 한 숟가락을 듬뿍 떠서 제 입에 넣고 맛있게 씹었다. 아이는 엄마만 올려다볼 뿐이다.

“우리 초성이 강냉이밥 잘 먹지? 그래야 착하고 고운 아이가 되요. 빨간 별두 탈 수 있구…….”

숟가락 꼭지를 두고 시무룩해 있던 아들애의 까만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빨간 별? 정말이나?”

유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밥그릇을 당겨주었다. 아이는 입에 물었던 꼭지숟가락을 빼고 얼른 밥사발에 달라붙었다. 그러고는 다른 손까지 어지럽히며 부지런히 밥공기의 통강냉이만 골라먹기 시작했다. 더는 밥그릇에 강냉이알이 남아 있지 않게 되자 아이는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 나 빨간 별 탈 수 있지? 난 착한 아이야!”

아이의 입에는 넘기지 못한 통강냉이알들이 한가득 물려 있었다. 유경은 가슴 아픈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다음번에는 꼭 맛있게 해주마…….’

하지만 어린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죄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아이에게 돌려지고 가정일에 빼앗기는 그 시간이면 유경에게는 옹근 하나의 원서를 보고도 남을 시간이었던 것이다.

……구급실에 뛰어든 유경은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한 손으로 막았다. 흰 위생복을 입은 의사들에게 둘러싸인 자그마한 침대, 그 옆에 놓인 점적대와 방울방울 약물이 떨어지는 유리관, 그 유리관을 이은 고무호스의 바늘 끝은 아이의 이마에 우러나온 파란 핏줄에 연결되어 있었다.

유경은 문 옆의 접이식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창백한 그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왔구나. 걱정할 건 없어.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니까.”

위생복을 산뜻하게 걸친 미영이 다가왔다. 울상이 되어 한옆에 서 있던 탁아소 보육원이 유경을 알아보고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급성폐렴에 소화장애까지 왔어. 너무 위급해서 금방 퇴근하신 과장 선생에게까지 알렸단다. 오늘 밤만 넘기면 일 없을 거야.”

소곤거리는 말소리에 침대를 둘러싸고 있던 의사들의 눈길이 이쪽으로 쏠렸다.

“과장 선생님! 환자의 어머니가 왔습니다.”

미영이 조용히 일렀다. 청진기를 드리운 소아과장은 침착하게 아이의 맥박을 가늠해 본 다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눈길과 마주친 유경도 엉거주춤 일어 섰다.

‘아니? 저 아바이가…….’

아까 길거리에서 마주쳤던 그 자전거 주인이었다. 그러니 퇴근했던 과장 선생이 초성이 때문에 급히 병원으로 달려오던 길이었을 것이다. 과장도 유경을 알아본 듯했으나 무심한 태도로 딱딱하게 물었다.

“아침에 무엇을 먹였습니까?”

“저… 통강냉이밥을…….”

폐부를 찌를 것 같은 소아과장의 눈길이 말을 맺지 못하는 유경의 얼굴에서 아이에게로 옮겨졌다.

그 다음 역시 실무적인 어조로 지시했다.

“수직 선생만 남고 다들 돌아가시오. 그리고 오늘 밤은 어머니도 환자 곁에 있어야겠습니다.”

유경은 구급실에서 나가는 의사들에게 길을 내주려고 한옆으로 비켜 섰다. 그 바람에 의자에 기대놓았던 가방이 넘어지면서 그 속의 바느질감이 흩어져 나왔다. 당황한 유경은 얼른 그것들을 모아 황황히 가방에 도로 밀어넣었다. 한쪽에서 눈치를 보던 탁아소 보모도 침대 밑으로 흘러내린 아이의 떨어진 멜빵끈을 재빨리 이불 속에 감추었다.

“음! ……”

흘러내린 안경을 추스린 소아과장은 언짢은 표정으로 유경을 흘깃 보고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그 사이 침대로 다가간 미영은 아이의 몸에서 체온기를 꺼내들었다.

“열이 내렸으니까 별일은 없을 거야. 아이들은 면역이 약해서 조금만 관심을 못 돌려도 앓는단다. 참, 애에게 옷을 갈아입혀야겠어. 편안한 것으로.”

“그래? 그럼 얼른 갔다 오겠어.”

넋이 나간듯이 미영을 바라보고 섰던 유경은 비칠거리며 문 쪽으로 향했다.

구급실을 나서자 상쾌한 밤기운이 유경의 머리를 식혀주었다. 밤이 깊어 행인들도 뜸했다. 다만 네거리의 장식등들만이 번쩍이며 여러 가지 글자들을 새기고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유독 유경의 눈에 확 안겨들었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가는 길 험난해도……” 그래, 우린 누구나가 이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자고 애를 쓰고 있지. 그런데 나는?……’

유경은 또다시 시간의 촉박감과 그것을 보충해야 한다는 절박한 의식에 온몸이 달아올랐다.

……‘ㅈ’촉매…… 다공체 기공 크기…….

눈앞에서는 서서히 가열되는 유리관 속의 액체들이 반응하면서 부글부글 피어오르다가 터져나가는 수많은 기포방울들이 환상처럼 안겨왔다.

이때 갑자기 유경의 뇌리에 어떤 섬광 같은 것이 번쩍하고 스쳤다. 생기지 말아야 할 불순물인 석영을 없애자면……가만! 알콜? 알콜이 어떨까? 그렇다면 알콜로 “ㅈ”촉매를 합성?!…… 가슴속에서 환희와 긴장감이 동시에 뒤엉켰다. 자전거와 부딪치는 순간에 간 곳 없이 사라졌던 착상이 번개처럼 그의 머리에 다시 떠올랐던 것이다. 흥분한 유경의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연구소의 실험실로 향해졌다.

아무도 없는 실험실에서 꼬박 밤을 새우며 새로 착상한 알콜법 실험을 진행한 유경은 쓰러지듯 실험대 위에 머리를 얹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실패였다. 수치계산도 실험조작도 정확했다. 원인은 무엇인가…….

과중한 정신적 부담은 그를 허탈상태로 몰아갔다. 유경은 천 근으로 내리덮이는 무거운 눈시울을 들려고 애썼다.

‘내가 왜 이럴까. 빨리 원인을 찾아야겠는데…….’

아침햇살이 기진한 그의 얼굴에 살풋이 비쳐들었다. 벌써 아침인가? 유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쌀함박을 찾았다. 그러다가 그만 눈이 휘둥그래졌다. 찬장이나 밥가마가 있어야 할 자리에 눈에 익은 알콜등이며 실험기구들, 보풀 인 실험일지들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여기가 실험실이라는 것을 깨달은 유경은 소스라쳤다.

“어쩌면 좋아? 아이가!……”

더 생각할 새 없이 실험실 문을 박차고 나온 유경은 정신없이 병원으로 줄달음쳤다. 달리면서도 자꾸만 갈마드는 무서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의 귓가에는 밤새껏 엄마를 찾으며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산울림처럼 크게 들려오는가 하면 불시에 기진한 듯 땅속으로 잦아들며 멀어져가곤 했다.

단내 나는 숨을 토하며 구급실 문고리를 잡던 유경은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만 주춤해 버렸다.

“한심한 여자요. 어쩌면 자식에게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소.”

“과장 선생님, 연구사야 다른 여성들과 다르지 않습니까. 지금처럼 어려운 때 연구사업까지…….”

유경은 휘청거리며 돌아섰다. 땀에 범벅이 된 얼굴을 씻을 염도 못하고 간신히 복도 맞은편 창가로 다가갔다. 그 어떤 거친 쇠꼬치가 가슴을 사정없이 쑤시며 등뒤로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어느새 등뒤에 나타난 미영이가 그를 부축했다.

“유경이, 차마 너를 못 보겠구나. 물론 연구사업은 훌륭하고 숭고한 일이지. 그래서 난 너에게 연구사업을 그만두라고 하고 싶진 않아. 그러나 우린 어머니이고 아내이며 한 가정의 주부야. 여성이 가정을 잃으면 도대체 무엇이 남겠니?…… 노엽게 생각진 마라. 난 네가 편안하지 못하고 불화가 많았던 우리 가정처럼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한숨을 내쉬며 멀어져가는 미영의 발소리가 등뒤로 들려왔다. 천천히 구급실로 들어온 유경은 아들애의 얼굴을 굽어보았다. 창백한 어린것은 땀에 젖어 눈을 감고 있었다. 숨소리마저 가늘었다. 유경의 가슴은 모질게 찢기는 것 같았다. 어린 아들이 온밤 고열 속에서 엄마를 찾고 있을 때 바로 어머니인 자기는 성공의 예감에 환희를 느끼며 자기 세계에 빠져 있지 않았던가. 정말 내가 이 애 앞에 죄를 짓는 게 아닐까? 이 애가 커서 오늘의 이 어머니를 이해해 줄까?

복잡한 그의 심중에 매달리는 것은 아이만이 아니었다. 몰라보게 축간 남편의 모습도 새삼스레 그의 가슴을 아프게 후볐다.

“젊은 사람이 참 무던해요. 글쎄 그 집의 웬만한 빨래는 세대주가 다 하곤 한다오.”

“그뿐이요? 색시는 고이 책상 앞에 앉혀놓구 제가 부엌에 내려설 때도 많다오. 홀애비처럼…….”

유경은 오늘 따라 동네아낙네들의 그 ‘홀애비’소리가 가슴에 맺혔다. 언제 한번 세대주로서 아내의 따뜻한 관심을 받아본 적 없는 남편, 연구사인 아내를 위해서 작업복 같은 것은 으레 제 손으로 빨아 입는 것으로 여겼고 가끔 아이를 찾아오거나 부엌일을 할 때도 얼굴을 흐린 적이 없는 남편이었다. 이러한 남편에게 습관되어 어느 한순간에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도 잊고 같은 동등한 연구사의 자격으로서 남편이 며칠 간 살림을 떠맡는 것쯤은 응당하게 여겼던 유경이었다.

유경은 오늘에 와서야 이상적인 생활을 꾸리겠다고 선언했던 처녀시절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깨닫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일생 가정을 이루지 않고 험난한 과학의 봉우리를 향해 벼랑길을 밟아가는 뛰어난 여성 과학자들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었다.

이 모든 생각은 지칠대로 지쳐 있는 유경에게는 하나의 타격이었다. 전망이 요원한 촉매제연구라는 큰 짐에 짓눌린 채 이상적인 가정까지 꾸릴 수 없다는 좌절감은 유경의 의지를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무너뜨리고 있었다.

“아!……”

유경은 눈을 감으며 무너지듯 아들애의 침대 모서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렇게 되어 유경은 기술통보실로 옮겨앉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찬바람을 맞으며 강에 혼자 앉아 있노라니 추위보다도 자기가 인생의 심각한 분기점을 일시적인 충동으로 너무 가볍게 뛰어넘지 않았는가 하는 가책에 몸이 떨렸다. 한 가정의 의무만을 홀가분하게 지고 가는 평범한 주부……. 물론 오늘날 여성들이 어려움을 이기고 가정을 지키는 것만도 용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그에게 ‘실망하게 된다’는 가혹한 말을 남기고 출장을 떠났었다. 자기 또한 지금껏 기대해 온 안도감 대신 노상 불안과 초조 그리고 까닭 모를 죄의식에 시달려 왔었다……. 그 원인이 무엇이었겠는가?

지치도록 자신을 깡그리 바쳐야 할 대상을 촉매연구로 규정한 자기 삶의 목적을 포기한 데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어머니이고 아내이기 전에 과학자인 유경이 찾아야 할 유일한 행복은 오직…… 오직…….

 

유경은 불시에 어두운 강변을 전조등으로 환히 밝히며 자동차가 등뒤에 멎어서는 것도 몰랐다.

“여보 !”

갑자기 울린 목소리를 듣고서야 유경은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들었다. 몇 발자욱 안 되는 곳에 앞을 떡 막아선 채 빙그레 웃고 있는 근석의 모습이 눈앞을 꽉 채웠다. 유경은 빨래버치를 엎지르며 일어섰다. 그처럼 불안과 근심 속에 가슴 태우며 기다려 오던 그리운 남편이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유경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왜 그런지 입이 열려지지 않았다. 땀과 먼지에 얼룩진 작업복, 조갈이 든 입술과 꺼칠해진 두 볼, 푹 꺼진 눈확과 더욱 날카로워진 높은 콧마루…….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은 열정에 불 타는 눈빛과 병사처럼 짧게 깎은 머리뿐이었다.

“허, 왜 그렇게 보고만 섰소? 별스레 종일 마음이 급해지더라니……. 당신 성미에 올 것 같았지.”

근석이 여전히 웃으며 하는 말이었다. 유경은 불시에 심장 한끝을 깨물리는 듯했다. “당신 성미에……” 하던 근석의 말이 고막을 아프게 두드렸던 것이다. 처음 근석을 찾아 그의 연구소로 갔을 때에도 저이는 그런 말을 했었다. 그렇게 근석을 찾아가게만 되는 것이 어떤 주어진 운명 같기도 했지만 그날의 걸음과 오늘의 이 걸음은 얼마나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인가.

“여보, 온밤 이럴 작정이요? 무겁구만.”

못박혔던 유경은 그제야 근석의 어깨를 무겁게 파고 있는 큼직한 시료배낭을 보고 덤벼치며 그 앞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나란히 합숙방에 들어섰을 때 유경은 남편의 얼굴을 곧추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하던 알콜법을 하고 있지요?!”

책상 위의 실험일지를 바라본 근석은 말없이 빙긋이 웃었다.

어째서 아민법을……. 유경은 고집스러운 눈길로 그를 지켜보았다. 지금껏 야속함과 원망, 타는 듯한 자책감 속에 수십 번을 곱씹어 굴려오던 의문이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근석은 서둘지 않고 대답했다.

“그건 합당치 않소. 설사 아민법이 성공했다 해도 몇 년 후면 막대한 투자를 들여 세운 그 공증을 다 깨버려야 하오. 우리 과학의 발전속도에 비추어보면 이 공장의 생산공정도 인차 고도로 현대화 될 게고 그러면 값 비싼 원료를 쓰는 아민법이 얼마나 불합리한가를 모두가 깨달을 게요. 그걸 알면서도 당장 목이 멘다고 아민법을 도입하는 건…… 그래서 힘들긴 하지만 과학적으로 더욱 완벽하고 값이 눅은 알콜법을 완성하자고 결심했소.”

유경은 새삼스레 근석을 바라보았다.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아민법…….이번 실험만 그대로 내밀었다면 그는 또다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을 것이고 생산에 받아들인 것으로 하여 평가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조국 앞에 죄악이 된다고 스스로 포기하고 바로 유경이 내버렸던 그 알콜법을 완성하려고 저리도 애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것을 왜 편지로라도 알려주지 못한담. 회초리로 후려쳐서라도 다시 자기를 끌고 가야 옳지 않은가!……

“당신은!…… 당신은 너무해요!……”

유경의 가슴속에서 용을 쓰며 고패치던 그 무엇이 끝내 왈칵 터져나오고 말았다. 그만 두 손에 얼굴을 묻은 유경은 시료배낭 위에 쓰러져 주저 앉았다. 가슴이 후련해지도록 마음껏 소리쳐 울고 싶었다. 지금껏 마음을 괴롭혀오던 번민과 회오의 눈물을 다 쏟아놓지 않고서는 영영 다시 일어날 것 같지 못했다.

“유경이!”

근석의 억세고 힘있는 손이 세차게 떨리는 유경의 어깨를 천천히 일으켜세웠다.

“내 당신의 마음을 모르진 않소. 나를 위해 모든 걸 바치려 했다는 것을……. 하지만 유경이, 난 우리가 버릴 수 없는 시대의 짐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오. 촉매제 연구라는…… 우리 가정에서 아내인 당신이 그 짐을 벗어놓았다고 해서 그것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건 아니오.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 물론 당신의 몫까지 내가 지고 갈 순 있소. 그렇지만 그만큼 내 걸음이 더디어질 게고 그러면 우리 조국의 과학적 진보도 그만큼 떠질 게 아니겠소.”

근석의 절절한 목소리는 마디마디 가슴을 파고 들었다. 버릴 수 없는 시대의 짐, 그렇다. 우리는 그 시절 촉매연구라는 공동의 짐을 지고 이 길에 나섰었다. 그런데 나는 어찌하여 그것을 도중에서 벗어던졌던가. 그것을 버리고 어떻게 살며 숨쉴 수 있으리라고 여겼던가.

유경의 괴로운 마음속 반문을 읽고 있기라도 한 듯 근석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생각나오? 대학연구원 시절에 당신은 우리 장군님의 사랑을 받는 훌륭한 여성 과학자가 되겠다고 했었지.”

유경은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아름답고 꿈 많던 그 시절의 소망을 감감 잊었던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그것을 다시 깨우쳐준 근석에 대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하여 그의 눈에서는 또다시 눈물이 고여 올랐다.

“어째서…… 절 그냥 내버려두기만 했어요. 예?”

투정하듯, 항변하듯 부르짖는 유경을 정겹게 굽어보며 근석은 환하게 웃었다.

“유경이, 당신이 제일 아름답게 보일 때가 어느 때인지 아오? 바로 지금 같은 모습이요. 분망한 연구사업에 다몰려 다니면서 힘들다고 투정하고…… 또 울면서 나와 막 다투던 모습…… 그럴 때의 얼굴이 또 제일 행복한 당신의 모습이었지.”

그리고는 목소리를 죽여 좀전의 유경의 물음에 대답했다.

“강제적 방법은 반충을 더 크게 한다는 거야 당신도 알지 않소. 난 믿었소. 당신이야 촉매연구를 떠나서는 못 사는 여자가 아니요.”

유경은 뚫어지도록 자기를 바라보는 근석의 눈빛에서 지금껏 기다리던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드디어 맞은 듯한 크나큰 기쁨을 엿보았다.

두 사람의 눈길이 서로 뜨겁게 부딪쳤다. 천만 마디의 말을 대신하는 눈길이!……

 

4

비행기 문이 열리자 단정한 차림의 30대 젊은 부부가 승강구에 내려섰다. 마중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 흔드는 그들의 가슴에서는 두 개의 박사 메달이 번쩍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과학원을 현지 지도 하신 그해 여름 유경과 근석은 공동연구한 알콜법에 의한 ‘ㅈ’촉매합성에 성공하였고 뒤이어 그 응용분야인 ‘ㅁ’흡착제를 개발하여 오늘 스위스에서 행된 국제과학기술축전에서 ‘제네바금은상’을 받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엄마!―”

미영이와 함께 비행장에 나와 있던 아들애가 꽃다발을 한가득 안고 넘어지듯 달려왔다.

“초성아!”

유경은 두 팔을 한껏 벌리고 아들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높이 안아올린 아들애의 티없이 맑고 깨끗한 눈동자를 들여다보니 어쩐지 목이 메었다. 환히로운 이 자리에 진정 유경이 자신이 서 있단 말인가! 인간에게 있어서 자기 자신을 이겨낸 사람만이 진정한 삶의 기쁨과 행복의 참 무게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유경에게 다가온 미영이 눈부신 박사메달을 부럽게 쳐다보았다.

“유경이, 넌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성이야.”

유경은 절래절래 고개를 저으며 가슴에 안은 향기로운 꽃다발에 볼을 대였다.

“아니, 난 오히려 더 걱정스럽고 어깨가 무거워만 지는구나. 우리 장군님께서 과학중시사상을 내놓으시고 과학자들을 이렇게 내세워주시는데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니. 그걸 생각하면…….”

미영은 유경의 두 손을 뜨겁게 잡았다.

“어깨의 짐이 무거울수록 마음은 가벼워지는 거야. 정말 이 어려운 때 모든 걸 이겨내고 사회 앞에 자기의 큰 짐을 진 여성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행복한 여성이라고 생각해.”

유경은 말없이 머리를 들어 저 멀리 아득한 창공을 바라보았다. 마치도 더 높이 올라서야 할 미지의 세계를 더듬어보듯이…….(끝)

[실천문학] 2001년 가을호(통권 63호) 수록

 

 리라순(북한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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