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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한문학] 한웅빈/ 딸의 고민(2)
이름 김재용



3

 

안천복은 확실히 ‘이상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여 칭찬을 싫어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주어도 (예를 들면 그에 대한 간부들의 평가 같은 것을) 덤덤했고 오히려 “나한테 그런 이야기는 뭣하러 하오?” 하듯이 못마땅한 눈길로 쳐다보곤 했다. 이야기를 꺼냈던 사람이 어색해져서 자신에게 화를 내며 물러설 지경이었다. “에이, 싱겁군, 난 그래도 기쁘게 해주려고 했는데…….”

얼마 전에 그는 가열로 축조하는 곳을 지나다가 레루 이음짬에서 밀차가 탈선될까 봐 내화벽돌을 절반씩밖에 나르지 못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곳을 지날 때면 밀차를 틀어주고 들어주고 하느라고 한 번에 실을 것을 두 번 세 번에 나누어 싣고 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그는 지체없이 뚝딱거리며 레루 길을 고쳐놓았다.

덕분에 벽돌을 나르는 시간이 절반 단축되었고 축조도 더 성과가 올랐다.

이튿날 아침 벌써 속보원은 그 소식이 쓰여져 있는 원고를 들고 속보판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안천복이라는 이름을 멋들어지게 휘둘러 썼다. 그때 그의 어깨를 넘어 눈앞으로 손가락이 쑥 나오며 성난 목소리가 울렸다.

“내 이름은 왜 쓰나?”

안천복이 속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아, 거야 아바이가 일을 잘했으니까 쓰는 거지요.”

“뭐? 벽돌을 나르고 로를 쌓은 건 내가 아니라 축조작업반인데두? 난 그저 지나가다가 잠깐 들여다보았을 뿐이고! 그런데 주인은 내놓구 안천복이 어쩌구 저쩌구…….”

“난 모릅니다. 원고를 받은 대로 쓸 뿐입니다.”

“거 속보원고는 누가 준 거냐?”

“직맹위원장이지요.”

“직맹위원장?”

속보원은 일을 더 시끄럽게 만들지 않으려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바이, 속보라는 게 막 썼다 지웠다 하는 건 줄 압니까? 한번 써놓으면 다란 말이에요. 신문처럼 말입니다!”

안천복은 ‘신문처럼’이라는 말에 더 반박을 못하고 꺼지게 한숨만 내쉬었다.

속보원은 그를 곁눈질해 보다가 한마디했다.

“아바인 너무 겸손합니다.”

안천복은 그를 치떠보았다.

“겸손하다구? 왜?”

“속보에 나는 것두 사양하니 말입니다.”

“사양한다구?”

그는 속보원을 한동안 멀뚱멀뚱 건너다보더니 쯧 하고 혀를 찼다.

“이상한 사람이로군, 자넨!”

하고는 화가 난 얼굴로 가버렸다.

“아, 글쎄 도리어 나보고 이상한 사람이라는 거야. 기가 막혀서! 그 아바인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어!” 하고 속보원은 후에 사람들에게 말했다.

“너무 겸손해서 그러는지…… 지나친 겸손은 겸손이 아니란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까지 (겸손) 할 필요는 없겠는데 말이야.”

그런데 얼마 후에 안천복의 지나친 겸손을 이해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공장에 찾아왔던 한 신문기자가 안천복을 이틀이나 만나고 갔는데 그가 쓴 기사에는 안천복의 유다른 겸손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안천복은 조국 해방전쟁이 가장 치열했던 전지 방어전 때에 입대했다. 배치된 중대에서 그는 제일 신대원이었다. 아직 총도 제대로 쏠 줄 몰랐고 수류탄 안전고리를 뽑는 것을 잊고 던지기도 하는 애송이 전사였다. 전호에 머리를 틀어박고 총을 쏘다가 분대장의 호령에 겨우 정신을 차리기도 했고 소대장이 끌어안고 엎드리는 바람에 살아나기도 했다.

전투는 시시각각으로 치열해졌으나 안천복은 변변히 싸워보지를 못했다. 중대장과 소대장은 그에게 탄약을 가져오게 하는가 하면 부상자들을 엄폐호에 데려다 눕히라든가 하는 명령을 주었다. 적지 않은 전우들이 희생되었고 많은 전우들이 후송되었다. 소대장도 치명상을 입고 후송되었다. 드디어 마지막 시각이 왔다. 고지에는 여섯 명밖에 남지 않았다. 또 한 차례 적들의 공격을 물리쳤을 때 한 사람이 중상을 입었다. 중대장은 안천복에게 위생병을 도와 중상자를 고지 후면으로 후송할 것을 명령했다.

중상자를 전방 군의소 간호원들에게 넘겨주고 돌아왔을 때 고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사이 있은 전투에서 모두 전사한 것이었다.

고지에는 안천복이 혼자밖에 남지 않았다. 그 혼자서 고지를 지켜내야 했다. 적들이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텅 빈 전호에 보병총을 쥐고 의롭게 엎드려 있었다. 그런데 그가 첫 방을 쏘기도 전에 적들은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뜻밖의 일에 멍청해졌던 그는 잠시 후에야 대대가 도착했음을 알았다.

“동무 이름이 뭐요?”

대대장의 물음에 안천복은 배운 대로 차렷자세를 취했다.

“전사 안천복”

“혼자서 고지를 지켰구만! 영웅이요! 응? 장하오!”

그는 며칠 간의 벼락 같은 군대 복무기간에 배웠다기보다 보아두었던 그대로 대답했다.

“조국을 위하여 복무함!”

그것으로 그는 일이 다 끝난 줄 알았었다. 그런데 며칠 후 정치부 대대장이 가져다준 신문에는 안천복에게 국기훈장을 수여한다는 정령이 실려 있었다…….

“그게 어떻게 내가 받을 훈장이었겠소? 중대의 어느 전사도 나보다는 잘 싸웠지요. 전사한 사람들은 또 얼마였겠소? 정치부 대대장은 ‘혼자서 고지를 지키겠다고 있은 것만도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고지는 내가 지킨 게 아니지요. 내가 또 어떻게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겠소?……

난 때때로 나에게 있는 훈장 메달들 중에서 진짜 내 것이 어느 것일까 하는 생각해 보기도 하는데…… 찾기 힘들구려…….

지금 우리가 하는 일도 같지 않겠소? 지금 어떤 일이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있소? 독불장군이라는데…… 그런데 때로는 혼자서도 장군이 될 수 있는 것처럼 평가되지요. 그럴 땐 맘이 편안치 않수다.”

 

이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누구나 안천복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고 존경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존경을 안천복은 자기 스스로 망쳐버렸다.

그 기사를 읽고 난 안천복은 두 볼이 푸들푸들 떨릴 만큼 성이 나서 기자가 공연한 이야기를 썼다고 화를 냈던 것이다.

“이게 왜 공연한 이야기란 말인가요?”

누군가의 물음에 그는 사납게 눈을 흘겼다.

“이렇게 쓰겠다는 말은 안했단 말이야!”

“아 기자들이야 들은 이야기 중에서 써야 할 것을 쓰는 거지요. 그건 기자들의 권리란 말입니다.”

“어떻든 그 사람은 쓸 필요가 없는 것들을 썼어!”

안천복은 이제부터 다시는 기자라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겠다고 단호히 선언했다.

“창피만 당하게 하거든!”

그 말 때문에 안천복은 많은 손해를 보았다.

기자가 그의 자랑으로 될 수 없을 전투담을 썼기에 창피를 당했다고 한 말로 해석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겸손이 아니라 거만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존경을 잃은 것은 그 때문만이라고 할 수 없었다.

중요하게는 사람들의 기쁨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젊은이들의 형상적인 표현이었다) 언행 때문이었다.

공장에서 작업반별 경쟁을 총화 지을 때였다. 경쟁은 대체로 생산부문 작업반들만 해왔는데 이때는 보장부문에서 강경히 제기한 때문에 모든 작업반들이 다 망라되었다.

총화를 앞두고 수리반장은 매우 만족해 있었다.

1등은 못 되어도 2등이나 3등은 자신있었던 것이다. 판정결과는 예견보다 더 좋았다. 1등의 가능성이 있었다. 사실 그 달에는 수리반을 1등으로 만들려고 그랬는지 직장에서는 수리할 개소가 무척 많이 제기되었고 수리공들은 어느 하루도 편안히 쉬어보지를 못했었다.

속보원이 ‘수리공들 현장에서 침식을 하며’라고 썼다가 지나친 과장이라고 취소한 일까지 있는 것이 우연치 않았다. 수리반은 그 달에 해놓은 일을 양만으로도 자랑할 수 있었다. 판정성원들은 경쟁요강에 있는 대로 반원들과 여러 가지 담화도 하였다. 그때 안천복은 뜻밖의 말로 모두를 아연하게 만들었다.

“이 경쟁이라는 게 어느 누가 일을 더 잘했는가 하는 데도 목적이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공장이 생산을 많이 내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겠소? 그런데 수리작업반이 일을 많이 했다면 그만큼 여기저기서 고장이 많이 났다는 소리와 같질 않소?”

그 말에 판정성원들은 당황했다.

“그럼 아바이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공장일이 잘되고 생산이 제일 높았을 때에 수리반을 평가해야지요.”

“그때야 생산을 많이 한 작업반들을 평가해야 하지 않습니까?”

“암, 평가해야지요, 생산이 기본이니까요.”

“그러니까 아바인…….”

“하여튼 수리작업반이 실적인 높다고 1등을 주는 건 환자 많은 진료소를 칭찬하는 것과 비슷해서 그러외다.”

수리작업반원들은 모두 격분했다. 자제력이 강한 반장도 그때는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터뜨려 놓았다.

“그럼 아바이는 우린 언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까? 생산이 높을 때는 생산작업반을 평가해, 그럼 우린 그저 일만 하는 사람입니까?”

“일만 하는 게 뭐 나쁜가?”

“에익, 아바이와는 말하지 맙시다!”

안천복은 이런 사람이었다…….

 

 

4

 

이날은 단조직장에서 명절과도 같은 날이었다.

청년돌격대가 대형가열로 공사를 열흘이나 앞당겨서 성과적으로 끝낸 것이었다. 이 공사는 단조직장만이 아니라 공장적으로도 큰 의의를 가지는 것이었다.

마침 또 월말이었다. 내일은 회관에서 월생산총화를 짓는 종업원총회가 있다고 했다.

회의 뒤끝에 의례적인 것으로 되어 있는 예술소조공연도 크게 한다고 했다. 문화회관 관장은 단조직장에 와서 청년돌격대의 명단을 통째로 베껴갔다.

이것은 청년돌격대가 이번 월총화의 주인공임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공장 정문에 세워놓은 대형속보판에는 ‘160프로!’라는 숫자가 청년돌격대의 이름과 더불어 큰 창문만큼씩한 글자로 쓰여져 있었다.

게다가 오후에는 이날의 다채로움을 더해 주려는 듯 사진기를 둘러멘 기자가 공장을 찾아왔다. 공장 당 위원회에 들어갔던 기자는 지체없이 단조직장으로 안내되어 갔다.

“아바이! 안천복 아바이!”

돌격대장은 밖에서부터 소리치며 달려 들어왔다. 배관 옆에 앉아 바킹을 따고 있던 안천복은 고개만 돌렸다.

“왜 그래?”

“저―”

대장은 너무 빨리 달려와 생각이 미처 따라오지 못한 듯 달려온 쪽을 한번 돌아보고서야 대답했다.

“직장장실로 당장 오래요!”

“왜?”

“내가 알게 뭐예요? 당장 찾아보내라고 해서 이렇게 왔는데!”

안천복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을 좀 해볼라면 찾는군.”

그는 주섬주섬 공구들을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대장은 그의 손을 거들어주며 흘끔흘끔 곁눈질해 보았다. 그러더니 아무래도 참을 수 없는 듯 손을 멈추고 물었다.

“아바이, 직장장이 왜 찾는지 모르겠어요?”

안천복은 그를 힐끗 보았다.

“자네가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대장은 무엇인가 좀 알고 있는 것을 말하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인 듯 입술을 씨물씨물 했다. 일을 거두는 안천복의 못마땅해하는 얼굴이 그 충동을 더 부채질해 주었다. 그는 쥐고 있던 공구를 주머니에 넣어주며 수군거렸다.

“거 아바이가 배관수리한 일 있지요?”

“배관? 배관이야 매일 수리하지.”

“아, 거 터진 걸 몸으로 막고 고친 것 말이에요!”

“몸으로 막았다구?”

“이 아바이 정말! 아, 방송에서두 떠들구 속보에두 크게 썼잖아요?”

“으―`응, 사고날 뻔한 일 말인가?”

“사고요?”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건가?”

“그 일 때문에 찾는 것 같아요.”

안천복은 공구 모으던 손을 멈추었다.

“그 일 때문에? 거기서 무슨 일이 또 생겼나?”

“일은 무슨 일이 생길 게 있어요? 널리 소개하려고 그러지요.”

“널리? 그만큼 떠들었는데두?”

“답답하구만요. 그거야 암만 떠들어두 우물 안이지 울타리 밖으로야 나가나요? 온 나라에 알려져야 ‘널리’라고 할 수 있단 말이에요.”

“온 나라에?”

대장은 안천복이 너무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신이 난 김에 그만 마지막까지 입 밖에 내지 않으려던 비밀을 누설하고 말았다.

“기자가 와 있어요. 아바일 만나겠다구요.”

사실은 기자는 돌격대를 취재하러 왔는데 대장은 안천복 아바이도 취재하자고 제기했었다. 직장장은 찬성이었다. 그는 자기 직장을 많이 자랑하는 것이 좋았던 것이다.

“뭐? 기자?”

안천복은 공구주머니를 도로 탁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대장은 ‘아차!’ 하고 입술을 깨물었으나 이미 늦었다.

“안 갈 테다!”

“아, 아바이!”

“내가 없더라구 하게.”

“아바이!”

“난 가지 않는다질 않나?”

대장은 울상이 되었다.

“난 아바일 믿고 이야기했는데…… 직장장 동진 절대루 말하지 말라는 걸 난 아바일 생각해서 말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가지 않겠다는 건 뭐예요? 난 가서 뭐라고 하라요?”

안천복은 눈살을 찌푸리고 대장을 잠시 동안 보더니 손가락을 내밀어 그의 이마를 쿡 찔렀다.

“이건 어데다 쓰는 거냐?”

“예?”

“나를 못 찾았다고 하면 그만인데 무슨 울상이야? 없는 사람을 못 찾은 게야 무슨 잘못인가?”

대장은 눈을 껌벅거리더니 피식 웃었다.

“아바인 날 거짓말쟁이루 만드는구만요?”

“거짓말이 언제나 나쁜 건 아니야.”

“그럼 아바인 오늘 노동규율을 어긴 것으로 돼요. 노동시간에 작업장을 뜬 것으로 된단 말입니다.”

안천복은 바킹감을 도로 땅에 펼쳐놓았다.

“괜찮아.”

“비판받아도 좋아요? 요즘 노동규율을 강화하는 주간인 줄 몰라요?”

“말도 길다. 가보기나 할 노릇이지!”

“에― 에― 내가 물러서야지.”

대장은 일어섰다.

그는 사실 아바이를 좋아했다. 좀 괴벽스럽고 까다롭기는 하지만 아바이가 수리를 맡으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별 시끄러운 일이 생겨도 성을 내거나 짜증부리는 적 없이 해치우는 아바이가 마음에 들었다. 아바이는 젊은축들이 어지간히 버릇없는 말을 해도 성내는 적이 없었다.

아바이와는 일할 재미가 있었다! 대장은 사람들이 ‘지나친 겸손’이라고 하는 아바이의 겸손을 ‘자만’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자기에 대한 높은 요구성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누구나 잘한 일이라고 하는 일을 두고 이런저런 결함을 들추어내는 것만은 질색이었다. 일을 많이 하면 실수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자그마한 실수를 해놓은 일 전체보다 더 큰 것처럼 들추어내는 것만은 몹시 싫었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다고 자그마한 결함도 없는 사람이 어데 있겠는가.

때문에 그는 이때도 아바이의 편이 되기로 주저없이 결심했다. 직장장한테 가서 아바이가 이 작업장에 없더라고 말할 작정이었다.

“하긴 뭐 기자를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하고 대장은 중얼거렸다.

차라리 그가 아바이를 대신하여 이야기해 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고 흥겹기까지 한 일이다!

“난 그럼 갑니다.”

하고 걸음을 떼는데 안천복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손을 쳐들었다.

“가만!”

“?”

혹시 아바이가 생각을 고쳐한 것이 아닐까.

“왜 그럽니까?”

“자네가…….”

안천복은 그를 처음 보는 듯 유심히 보며 뜨직뜨직 물었다.

“……청년돌격대 대장이 맞지?”

“예―?”

대장은 입을 딱 벌렸다.

“아니? 아바이, 우리 돌격대에 한두 번 와봤다구 모르는 척해요? 어제는 아바이가 두 손 다 기름이 묻어 어떻게 할지 몰라할 때 내가 담배에 불까지 붙여 물려드렸잖아요? 기억 안 나요?”

“그건 그거구.”

안천복은 감동된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대장이 맞는가 말일세.”

“내참! 맞는다 합시다.”

“맞는단 말이지? 가열로를 앞당겨했지?”

“…….”

“몇 프로라고 했던가?”

“160프로…….”

“160프로? 꼬리가 붙은 건 없더라?”

“꼬리요? 좀 있지요. 159.3프로…….”

대장은 까다로운 물음 앞에서 점차 불안을 느끼며 대답을 더듬거렸다. 안천복은 입술을 뿌주름히 내밀었다.

“사실은 159.3프로인데 사사오입해서 160프로라는 거로구만?”

“예?”

‘자재 소비는 어떻게 됐던가?”

“그건….…”

“100프로라는 거지? 내 알기엔 101.3프로인것 같던데… 그러니 이것도 사사오입이겠다. 응?”

대장의 얼굴은 시뻘겋게 되었다. 콧구멍이 사납게 벌름거렸다.

“아바인 그래 뭘 말하자는 겁니까?”

“그저 그렇단 말일세.”

안천복은 다시 바킹을 따기 시작했다.

대장은 구부정한 그의 모습을 한동안 쏘아보았다. 눈길이 무게를 가진 것이라면 안천복은 그대로 땅바닥에 눌러붙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천복은 바윗돌처럼 끄덕도 않고 앉아 망치질만 해댔다. 대장의 존재는 완전히 망각해 버린 것 같았다.

‘에익!’

대장은 획 돌아서고 말았다…….

“괴짜 영감 같으니! 이젠 마지막이다!”

하고 사납게 투덜거리며 걷던 그는 앞을 보고는 주춤했다. 밝은 미소를 띠고 마주오는 영순을 보았던 것이다.

대장은 자기의 좋지 않은 기분상태를 나타내지 않으려 했으나 요모조모로 살피는 예민한 눈길 앞에서는 숨길 수 없었다.

“왜 그래요?”

영순의 물음에 그는 얼굴을 슬며시 돌리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소…… 그저 현장에 뭘 좀 전할 것이 있어서 갔다오는 길이요.”

하고 나자 그는 그만 참아오던 화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 괴짜 영감한테 갔다오는 길이요. 젠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죄다 말하고 위안을 받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정이다.

“누구한테요?”

“괴짜 영감 말이요! 동문 모르오? 우리 직장에 있는 그 안천복이라는 까다로운 영감을!”

“…….”

영순의 얼굴에는 한줄기 그늘이 드리웠다. 대장은 자기의 기분상태로 처녀의 얼굴까지 흐리게 한 것이 후회되어 곧 어성을 낮추었다.

“직장에 기자가 나와 그 아바일 만나겠다기에 데리러 가질 않았겠소? 그런데 안 오겠다는 거요! 절대로 안 만난다고 땅땅 큰소리를 치면서…….”

“왜 안 만나겠대요?”

“내가 알게 뭐요? 속이 어떻게 삐뚤어져서 그러는지! 그리고는 또 우리 돌격대가 한 일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하던 그는 처녀가 자기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영순은 그가 아니라 깊은 의혹에 찬 눈으로 멍하니 보고 있었던 것이다.

“저―전 가보겠어요.”

“?”

“안녕히 가세요.”

영순이 몇 발자국 갔을 때에야 대장은 겨우 한마디 소리쳐 물었다.

“어데 가오―?”

영순은 못 들은 듯 그냥 걸어가고 있었다.

대장은 의혹에 차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하찮은 말 한마디라도 마지막까지 들어주고 채 하지 않은 말까지도 짐작해 보며 기뻐하거나 걱정해 주던 영순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하는 말도 채 듣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내용을 말하려 할 때 그의 옆을 떠나버린 것이었다. 영순이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이상한데?”

대강은 머리를 수그리고 멀어지는 처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맥없이 직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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