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제목

[신간] 김경진 시인, 시집 <나도 생리를 한다>(시와사람) 간행

이름

전성태

김경진 회원이 세번째 시집 <나도 생리를 한다>를 시와사람에서 냈다.<시문학> <월간문학>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경진 시인은 <서른살의 사랑>, <나는 그리움을 타고 너에게로 간다> 등의 시집을 상재한 바 있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이은봉 시인은 <나도 생리를 한다>는 시집 전체를 관류하는 시풍이 '쓸씀함"이라고 일별하고 '비극적 자아의 방황과 고백을 담고 있다'고 평한다.
"시의 화자는 실천적으로 행동하는 자아이기보다는 망설이는 자아, 주저하는 자아로서... 일종의자기성찰과 자기 다짐으로 자리해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히말라야시다

그랬다 맨 처음엔 멍한 눈길에 소름이라도 오소소 돋기
를 기다렸다
시선이 얽히자마자 너는 잎 끝에 세운 기다림의 독기를
털어내고 있었다
푸른 눈발이 날린다고 생각할 때쯤 네 독에 감염된 모든
외피를 벗고자 했으나 다시 돋아나지 못할 껍질, 부스러기
같은 일상의 잔해들이 팽팽히 보호막을 치고 있었다
부르르 몸을 떨며 솓아놓은 네 잎을 깔고 따뜻한 동면을
준비할 수 있도록 내 등짝에 달라붙은 딱딱한 허물을 벗어
야 할 텐데 네 팔을 흔들어도 작은 그늘만을 내줄 뿐, 끝
이었다
그럴 테지 너는 또 다음 생의 어느날 바늘잎 같은 눈길
로 찾아와 네 앞에 처음인 듯 설 나를 위해 기다려야 하겠
지
잎 끝에 저장된 독이 나를 연민하는 네 눈물이란 걸 깨
우칠 때쯤이면 네 옆에 나란히 우듬지를 세울 수 있겠지
바람 불면 푸르게, 푸르게 몸부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