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과 및 위원회 법률 및 의료상담 올해의책선정위원회

분과 및 위원회

법률 및 의료상담

올해의책선정위원회

분과 및 위원회

이 글을 twitter로 보내기 이 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이 글을 Me2Day로 보내기 이 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이 글을 C공감으로 보내기 rss
조회 1249
글자 크게 하기 글자 작게 하기 프린트
제목 [자유실천위원회] [후기] '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진상규명을 촉구 집회
이름 자유실천 이메일
첨부 DSC02937.JPG (2.5M)
첨부 DSC03028.JPG (2.6M)





가만히 있지 말아라!”고 작가들이 외치던 날

 

5월 10일 토요일, 오후 7시. 아직 어두워지지 않은 대한문 앞의 거리에는 삼삼오오 작가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이번 집회를 준비한 자실위원회 작가들과 김성규 사무처장이 철건조물을 세우고, 바닥에 부직포를 덮고, 깔개를 까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연중 집회를 하고 있는 대한문 앞에서 열린 작가들의 집회장 앞에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작가행동’이라는 조금 긴 주제와 “가만히 있지 말아라!”는 구호가 들어간 현수막이 내걸렸다.

일찍 온 민영, 강은교, 이상국 선배 시인들이 저녁 식사도 거른 채 앞자리를 지켜 주었고, 김명지 시인이 준비해 온 오십 줄의 김밥으로 요기를 대신했다.

예정 시간이 되면서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대한문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시민들까지 합쳐 대한문 앞거리는 이내 이백 여명의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 이천십사 년 사월 십육일 오전 여덟시 사십팔 분.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근 한 달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두 명이 모이면 두 명만으로 비를 맞으면서 시를 읽자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된 집회는 준비한 자실위원회 쪽에서도 놀랄 만큼 많은 작가들이 함께 해 주었다. 준비한 백 부의 문집은 순식간에 동이 나고, 이백 개면 충분하리라 여겼던 촛불도 바닥이 났다. 누가 청하지 않아도, 많은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딱딱한 거리에 주저앉아 두 시간을 넘게 자리를 지켜준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저녁 일곱 시. 휘민 시인의 집회 시작 멘트로 추모제 문을 열었다. 명상음악가 신기용 선생의 ‘평산회상(平山回想)’ 의 장중한 명상음악 속에 추모제 참가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올렸다. 곧바로 오랜 날을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쌍용자동차 김정우 전 노조지부장의 “함께 합시다!” 발언에 이어 민영 선생의 ‘여는 말씀’이 있었다. 다음으로 백기완 선생의 순서. “오늘 나는 시인으로 이 자리에 섰다. 현실적으로 말하지 말고 문학적으로 이야기 하겠다!” 열변 후 시가 낭송됐다.

 

다음 순서는 멀리 부산에서 달려온 강은교 시인의 「‘너의 마지막 카톡은 2014년 4월 16일 10시 17분」 라는 다소 긴 제목의 추모시가 낭송되면 본격적인 세월호 희생자 추모문예제가 시작되었다. “그날 네가 떠난 항구는 낮은 바람이 불고 있었지/ 네 걸음 소리 모래에 자국을 내며 달리고 있었지/ 너는 웃으며 배의 날개를 붙잡았었지” “희망도, 영원도, 우리 모두 한 꿈 되어 누우리 불멸의 한 이불 노오랗게 덮으리” 어린 학생들의 고운 때를 회상하는 낭송에 참가자들 마음은 촉촉이 젖어들었다. 다음 차례는 강원도 속초에서 한걸음에 달려 온 이상국 시인. “꺼내달라고 살려달라고/ 뒤집힌 배안에서 손가락뼈가 부러지도록/ 누군가에게 매달렸을 그대들에게/ 이 나라가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하면,” 시인 또한 금수만도 못한 시인이고, 이건 시도 아니라고 자책의 마음을 던졌다.

 

차분함 속에서 추모시 낭송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작가회의 사무총장인 정우영 시인은 “이제는 기다리지 말아라/ 가만히 있지도 말아라/ 너는 이제 자유다” 그러니 가만히 따르지 말고 다시 태어나라고 돌아와 네 나라를 살아가라고 아이들에게 긴 주문을 건다. 검은 제복을 반듯하게 차려 입고 나온 정원도 시인의 「또 다른 방주 타고 오시라」의 낭송 차례. “침몰하는 어린 영혼들을 어쩔 것이냐, 포말로 일어서는 내 새끼들을 어쩔 것이냐!” 고 시인은 사뭇 안타깝게 외쳐대다가 “이럴 거면 차라리 저희에게 박쥐의 날개라도/ 고래의 허파라도, 물고기의 아가미라도 내려주시지요!”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 보태진다. 이어서 송지현 소설가가 「넋을 달래며」라는 추모문이 낭독되었다. “며칠 동안은 다만, 해가 길게 뜨거나 기온이 오르기를, 혹은 바람이 잦아들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침묵한지 약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저는 이곳에 있고, 결국 침묵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우리 작가들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고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어서 정세훈 시인의 부드러움 가운데 진중한 무게로 세월호의 슬픔과 문제를 짚어가는 현장 발언.

세월호에 희생된 어린 영혼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특별히 자리를 함께 해 준 한양대 장순향 교수와 제자들 (박희진, 여재민 )이 펼치는 쌍풀이 춤이 이어졌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돼 어린 영혼을 위로하는 고통스런 춤사위에 참여자 모두는 긴장했다. 넓은 흰 천에 뒤집어쓴 채 허우적허우적 그 속을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는 희생자들을 은유하는 춤사위에선 무서움이 일었다. 슬픔이 올라오고 아픔이 매달렸다. 저 크고 넓은 흰 보자기가 선장 저 혼자 살겠다고 달아난 세월호겠지. 공직자 어느 한 사람 나서서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대통령조차도 사고책임을 면책하려고만 드는 비정한 대한민국호겠지.

 

다시 시 낭송이 이어진다. 박일환 시인의 추모시다.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추운 바다 속에서 차디찬 주검으로 건져진 200여 명의 학생들이 당한 참사에 누구보다도 시인은 가슴 아팠을 것이다. “안에 있는 게 안전한 거라고 했다/ 안에서 가만히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어른이 되겠지/ 어른이 되어서도 기다리겠지” 자조하다가, 시인은 정신을 가다듬어 학생들을 불러낸다. 이제 그만 밖으로 나오라고, 어서 빨리 나오라고 소리쳐 불러낸다. 친구야 친구야 친구야.

 

일곱 시에 시작한 추모제 시간이 훌쩍 깊어졌다. 환하게 올려보이던 하늘이 캄캄해졌다. 여기저기 촛불들이 켜지고, 캄캄한 밤하늘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인들의 추모 시가 조용히 가 닿는다.  

멀리 강화에서 추모시를 들고 올라온 함민복 시인의 ‘마지막 에어포켓’ “우리는 사람은 과적하지 않고 화물만 과적했다/ 우리는 효과적인 고용창출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했다/ 우리는 민간업체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구조조끼가 되어야 할 정부가, 구명조끼가 필요 없는 세상을 펼쳐야 할 정부가, 구명조끼를 만드는 이 나라 국정에 개탄한다. 코를 내밀어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이라고. 다음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 버스를 이끌고 있는 송경동 시인. 집회 현장엔 어디든지 달려가는 시인은 온 나라가 상주입니다, 라는 멘트로 시문을 열었다.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꿔요/ 모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중심인 세상으로/ 이제 그만 이 나쁜 선장도 바꿔요/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의 생의 조타수로/ 갑판원으로 구조대원으로 나서요” 라고 역설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얼마 후에 2호선 전동차 추돌 사건이 있었다. ‘움직이지 말고 제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의 참상을 교훈삼아 승객들은 스스로 힘을 모아 침착하게 전동차에서 탈출했다. 아이와 노약자와 여자를 먼저 탈출 시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활짝 꽃 펴보지도 못 하고 꽃봉오리로 억울하게 스러져간 푸른 영혼들을 불러내는 의식을 치르는 문동만 시인 시 「소금 속에 눕히며」 가 낭송된다. “이윤이 된 세상, 흑막은 겹겹입니다/ 차라리 기도를 버립니다/ 분노가 나의 신전입니다/ 침목의 비명과 침묵이 나의 경전입니다” “골절된 손가락으로 짓이겨진 손톱으로/ 아가미 없는 목구멍으로/ 오늘의 분통과 심장의 폭동을/ 죽어서 죽었다고” 써야하는 아이러니한 이 나라. 억울한 원혼은 소금 속에 묻는다 하였는데, 소금이 그들의 신이라 하였는데, 아이들은 서로에게 매듭이 돼 승천하는 이 무섭고 슬픈 나라, 대한민국. 우리는 끝내 ‘눕히며 품으며 입 맞추며 끝내 일어나’길 모두가 한 마음 돼 간절히 두 손 모은다.

 

이번 순서는 예쁜 아기를 데리고 참석한 허은실 시인의 차례다. 시인은 「제망가, 흰꽂들의 노래」 의 추모시를 낭송했다. “흐르는 피 뜨거운 총구 막으려 찔레꽃 피네 면사포에 꽃목걸이 하고 가라고 아카시아꽃 잘린 네 젖가슴 위에 놓으려 큰꽃으아리 숭어리마다 붉은 응어리 서러운 땅 닿지 말고 가라고 절뚝절뚝 철쭉이 피네 피어오르네 산딸나무 흰 나비떼 날아오르네 누이야 누이야 여기서 더 놀고 가렴 밥 한 숟갈만 더 먹고 가렴” 사월과 오월에 피는 흰꽃(弔詩)들만을 골라 희생자들의 이름을 호명하듯 그렇게 시인은 순수한 영혼들을 하나하나 섬세한 감성으로 보듬어 안는다.

 

추모 문집의 표지 제목인 「내 손을 잡아 줘」를 쓴 임성용 시인. “난 하늘의 별빛이 아니야/ 난 못다 핀 꽃이 아니야/ 나는 나는 노란 리본이 아니야” 부러진 손이고, 달려가는 발이고, 절규하는 말이고, 공포의 눈이고, 얼굴이고, 숨 쉬는 체온이고, 웃음이라고 쇳소리로 절규하는 시인이 낯설어 오히려 캄캄한 바다 속에 숨어 사는 괴물의 울부짖음처럼 느껴졌다. 이재무 시인는 “역사는 국치일로 기록할 것이다/ 역사는 실종된 날로 기록할 것이다” 라는 문집의 시 대신에 임성용 시인은 애끓는 목소리로 즉석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엽기소설’이라는 시를 바꿔 낭송하였다. 그의 절절하고도 거침없는 사자후에 참석한 작가와 시민들은 뜨겁게 달아오르며 공감하였다. 이상으로 열 넷 편의 시낭송은 마무리 됐다. 이어서 동생의 결혼식을 치룬 이재무 시인이 바쁜 중에도 달려와 추모시를 낭송했다.

 

끝으로 이번 행사를 기획한 자유실천위원회의 이시백 소설가가 격문을 낭독하였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이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국가는 어디에 있느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뜨거운 격문을 낭독했다. 비통에 찬 음성으로 낭독된 격문은 대한문 앞을 가득 메운 추모제 참가자들의 의분심을 함께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느 덧 밤 아홉 시. 이젠 추모 문예제를 접을 시간. 이번 행사는 추모와 애도 분위기에 맞추어 음악이나 공연적인 성격의 프로그램을 최대한 자제하고, 오로지 작가와 시인들의 진정성만으로 준비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행사였지만 어느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깔개 하나만으로 딱딱한 거리에 두어 시간을 앉아 함께 자리를 지키는 작가와 시민들 중에는 시종 낭송되는 시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참여자들은 진지하고 경건하게 세월호 희생자들의 추모제를 올렸다. 추모제를 마치며 참여자 모두는 앞에 켜든 촛불과 노란 리본을 접어 가슴에 새겨 안았다.

 

이천십사 년 구월 십이일에서 오늘 오월 십이일로 세월호가 침몰한지 꼭 삼십일 째. 희생자 이백칠십 오명은 침몰한 배에서 차디찬 주검이 돼 가까스로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스물아홉의 희생자는 아직도 진도 팽목항 깊은 바다 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광장의 한귀에서 고함도 없이, 촛불에 어둠을 밝히고 읽는 시의 목소리는 작고도 미세했지만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작가들의 마음은 순정하고 진지했다. 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일은 일찍이 찾아보기 힘들었다. 밤늦도록 세월호의 슬픔을 나누는 작가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자리를 함께 한 작가들>

 

이시영 민영 백기완 강은교 이상국 정우영 정원도 박일환 함민복 송경동 문동만 허은실 임성용 이재무 김진경 정세훈 임동확 이은봉 박상률 김정환 박철 이승철 나해철 김동승 유종순 김이하 조정 정수자 공광규 김응교 김이구 김희정 조일성 휘민 김성규 황규관 김일영 이용임 유현아 박찬세 최명진 이진희 이설야 신현수 손채은 안주철 양은숙 김자흔 김명지 김의현 강고운 김영철 (이상 시)

김남일 이정민 김서령 서성란 김정란 홍명진 백정희 유채림 김한수 김태영 신철규 안희정 전삼혜 박혜지 이태형 이시백 (이상 소설) 서영인 고영직 홍기돈 오창은 김영찬 (이상 평론)

 

* 어두운 시각의 행사로 미처 알아보지 못하여 기록에서 빠뜨린 작가들에게 죄송합니다.

(기록 : 김자흔 시인)

 




목록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2 자유실천위원회   [좌담] 6월 시사좌담회 - "천안함에서 세월호까지!"(… 자유실천 2014.06.16. 686
31 자유실천위원회   [연명] 전교조 지키기 문화예술인 연대 요청 자유실천 2014.06.16. 661
30 자유실천위원회   [초청] 민영화 다큐 영화 '블랙딜' 시사회에 모십니다 자유실천 2014.06.12. 609
29 자유실천위원회   [집회] 5. 31 "세월호 집회에 자실이 함께 합니다!” 자유실천 2014.05.30. 649
28 자유실천위원회   세월호 관련 작가 시국선언에 관한 제안 자유실천 2014.05.30. 642
27 자유실천위원회   [자료] 세월호 추모 문집 자유실천 2014.05.13. 641
자유실천위원회   [후기] '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진상규명을 촉구 집… 자유실천 2014.05.13. 1250
25 자유실천위원회   [보도] 5.10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 촉구를 … 자유실천 2014.05.09. 812
24 자유실천위원회   [집회]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 자유실천 2014.04.30. 639
23 자유실천위원회   5.10 유성 2차 희망버스 계획 연기 및 상황 보고 자유실천 2014.04.23. 654
22 자유실천위원회   [알림] 세상을 말하다 - 좌담회 (4월 24일, 임옥상 화… 자유실천 2014.04.14. 657
21 자유실천위원회   5. 10 유성 희망버스 2차 계획 및 문화예술인 시국선… 자유실천 2014.04.09. 962
20 자유실천위원회   3.15 유성 희망버스 참가 후기(백정희 소설가) 자유실천 2014.03.26. 1074
19 자유실천위원회   유성 희망버스 참여 보고 후기 자유실천 2014.03.21. 961
18 자유실천위원회   3.15 유성 희망버스 배차 계획 자유실천 2014.03.11. 818



1 / 2 / 3 / 4 / 5 / 6 / 7 / 8 / 9 /10 / [다음 10개]

 

후원 우리은행 1005-802-113278 (사)한국작가회의

(03965)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로 128, 마포중앙도서관 5층 (사)한국작가회의 _ 전화 02-313-1486~7 / 전송 02-2676-1488
이메일 hanjak1118@hanmail.net(사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