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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유실천위원회] 유성 희망버스 참여 보고 후기
이름 자유실천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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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14년 3월 15일-16일

* 참여작가

수도권  참가자

정우영 (시, 사무총장) 이시백(소설, 자실위원장) 송경동(시, 희망버스 실무담당) 김일영(시, 희망버스차장) 김성규(시, 사무처장) 김이하(시, 사진담당) 최강민(평론) 박일환(시, 리얼리스트100실무위원장) 유채림(소설) 문동만(시) 양은숙(시) 백정희(소설) 홍명진(소설) 유현아(시)

이미애(동화) 김자흔(시) 최경주(소설)

 

지방 참가자

최기종(시, 목포지부장) 유종(시, 목포사무국장) 이진수(시, 충남지회장) 전홍준(시, 충남사무국장) 함순례(시) 김희정(시)

조성웅(시) 하태성(시) 전성태(소설) 김성장(시) 김창규(시)

 

  [후기] 

 

연대는 희망이다 

               

3월 15일 오전 열 시. 대한문 앞, 한진중공업과 밀양에 이은 11번째 희망버스가 움직이는 날이다. 작가회의 소속 작가들과 리얼리스트100 작가들은 ‘청소부노동자, 예술을 만나다’라는 타이틀을 건 희망버스 9호차에 탑승했다.

 

탑승 전에 다큐영화를 만든다는 젊은 감독의 인터뷰에 응했다. 몇 가지 질문에 이어, 유성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희망버스를 움직이게 한 최근 사건은 지난 해 말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 혐의 대부분을 불기소 처분한 대전지검 천안지청의 수사결과다. 노조가 고소한 지 1년 2개월 만의 뒷짐 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는 3월13일 자 읽은 한겨레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사실, 유성기업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나는 어느 공장에 속해 있는 노조도 아니고, 내 관심분야 쪽과도 별개이므로 언론에 나오는 표피적인 무늬만 알고 있는 정도랄까. 다만 이번 희망버스 탑승으로 인해 유성기업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갖게 한다.

9호차에는 청소노동자 서경지부 조합원들과,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동승하고 있었다. 서울을 떠난 버스가 휴게소에 들를 때까지 차안은 조용했다. 이시백 소설가의 말로는 “순복음교회 신자들과 탄 줄 알았다”고 할만큼 경건하고 숙연했다. 휴게소에서 내리니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항의를 했다. “아니 시인들과 함께 버스를 타서 무언가 재미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조용해요.”

휴게소를 떠난 희망버스는 생기를 찾았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백기완 선생께 누군가 드리는 홍어회를 중간에서 가로채서 가져와 나눠 먹으며 기륭전자 조합원 한분이 흥겨운 노래를 불렀다. 숙연했던 희망버스는 급속히 희망의 온기로 채워졌다. 사람과 사라a 사이에는 섬이 있다지만, 희망버스는 바로 그 섬을 건넜다.

기계소리만 들리던 버스 안에서 순식간에 온기를 찾아가는 9호차를 보면서, 예술가와 노동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가 주는 안온함을 느낀다. 연대란 바로 그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는 섬을 건너는 것이 아닐까. 연대야 말로 희망이다.

 

154일의 고공농성

 

옥천에 도착했다. 정지용 생가 주변의 식당에서 묵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김성장 시인과 반가움을 나누었다. 김성규 시인의 스승뻘이 되는 김성장 시인은 전교조 교사로 지역활동과 문예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듯했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한 기륭전자 조합원들과 함께 정지용 생가를 잠깐 들렀다. 막걸리를 반주로 나눈 뒤에 기륭전자의 여성 노동자 한분이 무심코 던진 “봄날이 안주요!”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에 고무된 작가들은 사라진 현장문예 소모임들을 되살려보자는 제안도 즉석에서 나왔다.

옥천의 경부 고속도로 옆 광고용 철탑 주변에는 전국에서 모인 90여대의 희망버스가 도착해 있고, 고속도로변에는 수많은 경찰 버스가 대치하고 있었다. 고속도로애서 인접한 광고탑에는 전국금속노조 이정훈 영동 지회장이 회사와 검찰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154일째 되는 날이다. 땅에서 고개 치켜들어 올려다보는 22m 높이의 고공농성 탑이 아찔하다. 그 위에서 혼자 긴 겨울을 보낸 이정훈 지회장은 두 팔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광고탑 아래에 설치된 가설 무대에서는 이정훈 지회장의 부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연대발언을 했다. 같은 해 입사해 같은 해 해고된 도성대 씨가 마이크를 잡다말고 뒤돌아 울컥 눈물을 훔쳤다. 그의 굵은 눈물을 보는 순간 와락! 내 심장박동수가 빨라졌다. 구구절절 백 마디 말보다 진정을 담은 한 방울 눈물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나비효과일 터이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도착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며 희망버스가 유성기업지회로 온다고 결정된 날부터 감격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마음을 전하는 이 지회장에게 “힘내라! 이정훈, 하지만 힘들면 내려와도 된다!"고 도성대 씨는 외쳤다. 구호 따라 외치는 주먹에도 조금씩 힘이 커지고 있는 걸 느꼈다. 수많은 연대의 깃발들이 펄럭이는 가운데 한국작가회의의 깃발도 우뚝 서서 함께 하였다. 펄럭이는 작가회의의 깃발 아래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작가들뿐이 아니라, 대전지회와 충남지회, 멀리 목포지회에서 달려온 지방 회원들도 함께 하여 더욱 반갑고 힘이 났다.

 

뜨거운 난장의 열기

 

이어 오후엔 민주노총과 민중의 힘 등 전국 35개 지역에서 출발한 희망버스는 아산 유성기업본사 앞으로 집결했다. 이 작은 마을에 이 중규모 기업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것은 모르긴 몰라도 지명이 생긴 지 처음일 것이다. 전국에서 올라온 90여 대의 희망버스와 경찰 44개 중대가 상행선과 하행선 도로를 마주하고 죽 늘어섰다. 아이러니하게도 희망버스 승객이 두른 수건과 경찰들이 입은 조끼 띠가 같은 연녹색이었다. 명시성이 뛰어난 색이니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었다. 희망버스와 같은 대한문서 출발한 경찰버스는 휴게소에서도 마주쳤다. 동상이몽으로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박 이일 동안 한 목적지를 두고 함께 움직일 동지애 같은 느낌도 전혀 없진 않았다.

 

유성기업 본사로 진입하려는 유성 조합원들과 백기완 선생님은 경찰과 대치하며 한동안 힘겨루기가 있었다. 경찰은 최루액이 섞인 물을 쏘았다. 일부 본사로 진입했던 조합원들이 돌아오면서 참가자들과 함께 금속노동자 결의마당이 시작되었다. 힘내라 민주노조! 희망버스 연대마당과 전국 해고노동자 한마당, 지역 버스별 놀이마당, 파견미술팀과 함께 벽보놀이, 민속놀이마당, 학술단위 거리강연, 올빼미 영화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현장에서 낯익은 작가들을 만나게 되는 일이다. 조성웅 시인과 하태성 시인을 만나 반가움을 나누었다.

집회 현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비교적 질서정연했고, 저녁 식사 시간에는 봉사자들이 제공하는 따뜻한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비록 자리가 없어 땅바닥에 둘러앉아 먹는 저녁이었지만, 작가들에게는 또 다른 창작의 체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아홉시를 넘겨 진행된 공식행사에는 마지막으로 밀양에서 올라온 할머니들이 송전탑 저지활동의 보고와 함께 ‘내 나이가 어때서’와 ‘흙에 살리라’는 노래를 흥겹게 불렀다. 뒤이어 열린마당으로 들어가는 동안 작가회의 회원들은 임시숙소로 마련된 비닐하우스에서 모여 술잔을 나누며 각자의 소감을 나누었다. 비닐하우스는 춥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고추를 말리던 곳인지 매운 내와 농약 냄새가 났다. 열시를 넘기면서 공식행사는 끝나고, 연대하러 온 음악인들의 수준높은 음악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깥에선 전국에서 모인 참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바탕 난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밤이 되어도 뜨거운 연대와 투쟁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일정이 있고, 몸이 안 좋은 회원들은 상경하는 버스편으로 올라가고, 남은 작가들은 적잖은 여성 작가들을 고려해, 밤 11시경에 인근 마을로 이동하여 숙박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허허벌판의 농경지에 놓인 유성기업 현장에 차편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전전긍긍하던 차에 마침 평택으로 복귀하는 화물연대 버스를 얻어탈 수 있었다. 가는 길에서 가장 가까운 성환에 내려 숙소를 잡고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민하고 기록하자

 

16일 아침 일찍 천안에 주거를 두고 있는 전성태 작가가 달려와, 성환 시장의 할매 국밥집으로 데려갔다. 끓어 넘치는 뚝배기순대국밥 한 그릇씩을 앞에 받아들고 새벽이 오도록 시정에 대한 열변을 토하느라 술독으로 쓰린 작가들은 뜨거운 위장을 달랬다. 지방에 사는 작가들은 늘 서울서 내려온 작가들에게 베푸는 따뜻한 인정이 있다. 지난번 밀양에 갔을 때도 표성배 시인과 김용만 시인에게서 같은 살가운 정을 받았다. 공주로 귀향해 정착하면 나도 이 아름다운 선배 작가들의 풍속을 이어 받으리라.

서울로 돌아온 희망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선뜻 헤어지지 못한 작가들은 떼를 지어 홍탁집으로 들어갔다. 노동자들의 집회에 왜 작가들이 참여해야 하는가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결론은 글을 쓰는 작가들이 할 수 있는 싸움의 방식은 현장에서 보고, 듣고, 고민하는 것. 그리고 기록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은 일종의 불안을 동반한다고 한다. 허나 불행과 질병, 고통 등 온갖 해로운 것들로 판치는 세상일지라도 판도라 상자 속에 남은 마지막 희망을 찾는 것은 틀림없이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희망을 품고 있는 한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 믿고 있으므로. 그러니 연대하는 희망버스여, 만세!!

[기록 : 김자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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