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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친일시 너머.. <미당문학상>과 나희덕 등속 (고규태)
이름 고규태 이메일
링크http://blog.daum.net/seopyeong Hit:8



모윤숙 노천명 서정주의 친일시 너머
-미당문학상과 나희덕 등속


          고규태


 
빛고을 광주의 준공립대 문창과 여교수.

시인으로도 활동하는 그녀는 최근 ‘XX문학상’ 수상을 통보받고 이냥 달떠서 “길 위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다. 조금씩 다른 풀벌레 울음들이 어우러진, 어떤 음악보다 맑고 깊은 소리의 길을 오래 걸었다. 미당 선생이 싱긋 웃으며 축하한다고 말하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하고, “시인이란 ‘다른 빛을 보고, 다른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달달한 수상소감을 폈다.


또한 그녀는 “지금도 ‘무등을 보며’라는 시를 읽으면 무등산을 향해 걸어가는 미당의 서늘한 시선이 떠오른다”고 무등등한 헌사를 바쳤다. 그녀는 그 대학 제자들에게서 미당문학상 수상에 즈음한 축하도 훈훈히 받았다. 충남 논산 출신으로 이른바 ‘스카이(SKY)’에 속하는 세칭 일류대에서 학사와 석․박사까지 취득하고, 등단 시인이기도 한 몸으로, 타관 광주에 와서 ‘미당 정신’ 받들며 시 창작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 그런데 그녀의 제자들은 미당 서정주가 어떤 시인인 줄을 바르게 알기나 할까? 


미당 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녀는, 서정주가 이런 시도 썼다고 솔직히 가르칠까? 그의 친일시들을 읽어주고 역사 배경을 옳게 설명해줄까? 그 진실을 알고도 제자들은, 미당문학상 수상이 그리나 히덕히덕 기뻐할 일이어서 뇌동했을까? 일제의 침략전쟁 찬양시를 대차게 쓰고는 해방 후 정작 6․25전쟁이 나자 겁에 질려 정신분열로 회까닥 돌아버린 서정주. 그 정신분열자가 누구 덕에 광주로 피난을 와서 요양할 거처와 부교수 자리까지 얻어 강단에서 횡설수설했는지, 나희덕은 그걸 알기나 하고 그의 시 ‘무등을 보며’에 관하여 저와 같은 요설을 발토한 걸까?


식민치하 치열한 독립운동의 성지 광주, 독재치하 민주쟁취의 최전선 광주, ‘전두환 찢어죽이자’는 격문 내걸고 피어린 민중항쟁을 전개한 광주-. 이곳에서, 대표적인 친일시와 이승만 찬양 전기와 독재자 박정희 찬미시와 5․18 학살범 전두환의 생일축시까지 쓴 서정주를 하늘로 받들며 버젓이 시 교습을 하는 저녀. 거기에 미당문학상까지 받고 우쭐대는 저이를 저냥 둬도 되나? 광주는 횡사해버렸나? 아무리 배신의 때가 재림했대도 이건 과하잖나?


이런 의문을 품고, ‘겉광복’ 70년째인 오늘은 일본의 시 한 편과 이 나라 ‘모․노․서’의 친일시 몇 편을 견줘 읽으련다.
   


   너는 죽지 마라

     -여순성 공격군에 징집된 동생을 한탄하며

                             

                             요사노 아키코 與謝野晶子 (일본)



아아 동생아 네 생각에 운다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막내둥이로 태어난 너이기에

부모의 정 더욱 깊었는데

그 부모가 너에게 칼을 쥐어주며

사람 죽이는 법 가르쳤을 리야

남을 죽이고 너도 죽으라고

스물넷 되도록 너를 길렀을 리야


사카이 상점가의 상인

유서 깊은 가문의 주인으로

부모님의 명예를 잇는 너이기에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여순성을 포위하여 빼앗든

말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더냐

넌 모르느냐, 상인 집안에

죽이고 죽으란 규율은 없나니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천황은 러시아와의 이번 전쟁에

당신 스스로는 출전치 않았다

서로 서로 사람의 피 흘리며

짐승 같은 짓을 하고서 죽으라니

그렇게 죽는 게 사람의 명예라니

천황은 마음이 깊을 것인데

애초부터 그런 생각 했을 리야


아아 내 동생아, 전쟁에서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얼마 전 지난 가을에 남편을

먼저 보내신 내 어머니는

슬픈 탄식 중에 더욱 애통히

아들 이름 부르며 집을 지키시고

태평성대란 천황치세에도

어머니의 흰머리 늘어만 가네


커튼 뒤에 엎드려 흐느끼는

가냘프고 연약한 새댁을

넌 잊었느냐 기억하고 있느냐

열 달도 같이 못 있고 생이별을 한

어린 아내의 마음 헤아려보렴

이 세상에 하나뿐인 네가 아니면

아아 또 누가 있어 의지하랴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번역: 고규태 / 번역의 저본은 「君死にたまふことなかれ」,

                           『明星』明治 37年 9月号, 新詩社, 東京, 1904.



  「너는 죽지 마라」와  이 땅의 친일시


시는 무엇보다 인간의 상정常情에 닿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 사람의 심금이라도 쿵광광 움직일 수 있다. 시가 언어예술인 한, 그리고 언어와 예술이 공공의 가치지향을 기본으로 하는 한, 인간의 보편적 상정과 무연한 시는 가짜다. 그런 따위는 허섭스레기다.


한 편의 좋은 시는 그 자체가 인지상정에 닿아 상호 융합․교감하며 인간의 운명조차 바꾸는데, 그 시야에서 살피면 이 일본 시 「너는 죽지 마라」는 어떤 작품일까?


또한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한 편의 ‘잘 써진’ 나쁜 시도 그 자체가  인지상정에 닿아 상호 융합․교감하며 인간의 운명조차 파국으로 치닫게 하거나 혹은 육신의 죽음에까지 이르게도 한다. 얼핏 생각하면 시란 미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기 쉽지만 속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면 그 반대이다. 시란 인간의 정신, 사상, 감정을 압축된 언어를 매개로 정교하게 짜나가기 때문에 타자에게 수용되면 그의 정신, 사상, 감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잘 써진’ 좋은 시는 그의 운명을 긍정으로 이끄는 순기능의 위력을, 그리고 ‘잘 써진’ 나쁜 시는 그의 운명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는 역기능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후자에는 사람을 깜빡 속여 혼미케 하는 위력 또한 의외로 강력히 내장돼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 땅의 친일시들은 또 어떠한 작품일까?


작금의 세태에서는 시가 무관심과 무효용의 영역으로 밀려나 있으나, 해방․분단 70년의 저편으로 시간을 조금 소급해서 식민시대로 돌아가 보면 사정은 다르다. 일제가 소위 ‘문화통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특히 각종의 신문과 잡다한 잡지들에서조차 시를 게재하는 것이 예사였으며, 그런 속에서 친일시, 즉 ‘잘 써진 나쁜 시’가 생각보다 더 풍미했다. 그리하여 피식민 겨레의 상정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관심을 일으켰고, 잘 써진 시이기에 친일과 내선일체內鮮一體의 효용을 현실화하며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며, 해방․분단 70년의 이 시점에서 앞의 일본 시 「너는 죽지 마라」와 이 땅의 친일시편들을 한 자리에서 읽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금 이 나라 문단과 문예창작 강단에는 망조가 들어있다. 시가 무슨 걸자乞者의 넝마 같은 퀴퀴 사담이나 늘어놓으며 히덕이거나 혹은 제법 적요한 품새로 괴망한 말놀음이나 해댄 결과물인 줄, 그렇게들 알고서 쓰고 읽고, 또 가르치고 배우는데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그렇게 써진 것은 무늬만 시일 뿐 인간의 상정과 아예 무관하므로 시가 아니다. 하여, 그 따윗것은 일고의 짬도 아까우니 접고, 더 큰 문제는 인지상정을 살살 건드리며 사기치는 시와 시인들이 있다는 것, 그러한 사례가 이 나라 한국현대사 속에 엄존하고 있다는 것, 그에 주목하자. 후자의 것에는 우리가 아차하면 속을 수 있고, 실제로 깜빡들 속아 왔으므로. 



  「너는 죽지 마라」와 「너는 가서 죽어라」


앞에 게시한 시 「너는 죽지 마라」를 읽으며 나는 이 땅의 시인 몇을 떠올렸다. 누님 아키코는 시체 즐비한 러일전쟁의 최대격전지에 징집당한 막내동생을 한탄한다. 그러며 피붙이로서의, 인간으로서의 인지상정을 발동한다.


그래서 “아아 동생아 네 생각에 운다 /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하며 연신 눈물을 닦는다. 이를 정독하며 나는 이 나라 시인 몇의 민낯을 생각했다. “막내둥이로 태어난 너이기에 / 부모의 정 더욱 깊었는데”를 읽으면서는 3대 독자를 면하러 마흔 넘어 늦둥이 막내아들을 낳고 노심초사 정을 쏟던 내 부모님 모습이 어른거렸다. “그 부모가 너에게 칼을 쥐어주며 / 사람 죽이는 법 가르쳤을 리야 / 남을 죽이고 너도 죽으라고 / 스물넷 되도록 너를 길렀을 리야”, 이러히 자식 키우는 부모의 상정을 환기할 때는 그들도 자식․조카가 있었을 친일시인들의 얼굴이 스쳤다. “서로 서로 사람의 피 흘리며 / 짐승 같은 짓을 하고서 죽으라니 / 그렇게 죽는 게 사람의 명예라니”, 이렇게 인간의 보편적인 상정에 호소할 때는 비유로 차용된 짐승에게 내가 미안했다. 하물며 짐승들도 그렇지는 않기에.


리고 총 5연 40행에서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를 다섯 번이나 반복하는 누님의 절절한 한탄을 들으며 내 인지상정은 한껏 요동쳤다. 얼마 전부터 지병처럼 된 심장의 벌떡임과 떨림이 더 거세져서 한참 눈을 감았다. 그래-,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그런데 이 땅의 유명 시인 몇은 어땠을까? 그자들은 일본제국주의자들이 벌이는 침략전쟁의 승리를 위해 “너는 가서 죽어라” 하고, “죽은 너는 위대하다”고 찬양했다. 그런 기막힌 전쟁․죽음 찬미의 시들을 써서 자국 식민지 젊은이들의 심금과 상정을 건드렸다. 그렇게 하며 꽃다운 그들의 비극적 운명에 깊숙이 개입해 들어갔다. 그자들이 누구냐 하면- 서정주, 모윤숙, 노천명이다.


이들은,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겨레붙이 청년들 가슴이 퍽이나 뛰도록 문예역량을 총동원해 언어마술을 부렸다. 그런 정성에 식민지배자들조차 휘둥그레 놀랐다. 이들 언어마술에 속아 전쟁동원에 응하고 귀한 목숨을 적잖이 앗겼느니, 이들을 나이 순으로 재호명하면 모윤숙, 노천명, 서정주이다.


이자들 성씨만을 따서 축약하면 ‘모․노․서’이다. 이들의 진품 친일시는 조금 뒤에 감상할 것인데, 이들은 인지상정을 교묘하게 살살 혹은 강렬히 건드리는 시로 일제 식민치하의 겨레를 속였다. 또 해방 후에는 애국시 순수시의 시인으로 변장해 살아남았고, 교과서에까지 시를 올리고, 걸출한 시인으로 추앙받고, 자신들 죄과와 신분을 스스로 또는 비호자들 도움으로 은폐해 왔다. 친일의 후손들과 그들의 매체들은 또 이들 이름자 혹은 호를 딴 문학상을 제정해 매년 상을 주는 형편이다. 이 부류는 더 있으나 이자들이 반민족 친일시인의 국가대표인바, 우리는 이들을 오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전쟁의 길, 그녀는 신여성의 길 

  

이 시 「너는 죽지 마라」의 작자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낭만파 여성시인 요사노 아키코與謝野晶子이다. 그녀는 1878년 12월 오사카부 사카이시市에서 유서 깊은 전통과자점 스루가야 집안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평온 속의 자유분방을 늘 꿈꾸었던 그녀는 그러나 1942년 5월에 64세로 세상을 뜨기까지 온통 ‘전쟁의 시대’를 살았다.


그녀의 생몰기간인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시기는 일본과 일본인들이 침략전쟁에 광분하던 때였다. 칼 휘두르는 무사계급 중심의 막번체제가 무너지고 메이지유신明治維新으로 왕정복고와 함께 자본주의 기반의 제국주의 국가가 된 일본은 부국강병책으로 국력과 무력을 쌓은 후 조선과 중국의 지배를 위해 침략전쟁에 나섰다.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처럼 식민지배를 꾀했다. 그리하여 청일전쟁, 러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19-20세기 전쟁의 주범이요 전범국이 됐는데, 그녀는 이 ‘전쟁의 시대’의 전 기간을 살았다. 


가부장적 봉건교육을 하는 사카이 여학교에 다니며 그녀는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동경 제국대학에 다니는 오빠가 보내주는 신서와 최신 문예지들을 탐독하며 구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할 의식을 키워갔다. 그리고 조선 지배권 확보 등을 위해 벌인 청일전쟁(1894-1895)에서  승리 후 “전장에 나가 장렬히 죽어 일본제국의 영광을 드높이자”는 광적인 주전론主戰論의 전쟁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단가短歌로 창작한 첫 시집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1901년에 펴내 일약 스타가 되었다. 여기서 단가는 총 31자 음수율을 갖춘 일본의 전통적인 시형식을 말하는데, 그녀는 이 시집의 단가들을 통해서 당시 팽배해 있던 광적 전쟁분위기와는 다르게 근대적 자아에 눈뜬 신여성의 목소리와 자유분방한 관능적 성애까지 과감히 표현해 센세이션과 낭만주의 신풍을 일으킨 것. 


이후 아키코는 『꿈의 꽃』 『여름에서 가을로』 등 여러 권의 시집 간행과 단가 문예동인지 『묘조明星』를 주도하며 인습에 구애받지 않는 신여성으로서 일본의 근대낭만주의를 이끌었다. 이에 그녀는 ‘묘조의 여왕’ ‘정열의 가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일본은 전쟁의 길로 갔는데 그와는 매우 다른 신여성의 길을 간 아키코는 뇌일혈로 쓰러져 투병하다 1942년 5월 사망하기까지 가집 20권과 수백 편의 단가를 남겼다. 그뿐 아니라 문화여자학원文化女子學院을 설립해 교육활동에도 주목할 만한 족적을 남겼다. 그래서 사카이의 유서 깊은 전통과자점 집안 출신 아키코는 메이지시대 대표적 신여성 중 일인으로 일본의 여권신장운동, 여성해방운동, 여성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 한 편으로 ‘죽일 년’이 된 아키코


아키코는 앞의 시 「너는 죽지 마라」를 러일전쟁(1904. 2.-1905. 9.)이 한창일 때 썼다. 제국주의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해 조선과 만주의 지배권 확보와 막대한 전쟁보상금을 청나라에서 받아내는 등 톡톡히 재미를 보자 이번에는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다. 러시아의 남하를 막아 특히 조선의 지배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당시 일본제국은 승전에 들떠 있었고, 위에서 말한 대로 광적인 주전론의 전쟁분위기에 휩싸여 “전장에 나가 장렬히 죽어 일본제국의 영광을 드높이자”는 외침이 거세져 있었다. 그 전쟁통의 1904년 여름, 이리도 살벌한 때에 그녀는 최대격전지인 요동반도의 여순성旅順城 포위․함락 작전에 막내동생이 강제 징집당해 투입되자 이 같은 애끓는 시를 써서 그해 문예동인지 『묘조明星』 9월호에 발표했다. 그러자 일본제국은 들끓어 올랐다.


매우 중요한 작전에 투입된 동생에게 “너는 죽지 마라”를 5번이나 반복 강조하고, 전쟁의 승패를 판가름할 수 있는 전략요충지 여순성을 함락시키러 투입된 군인에게 “여순성을 포위하여 빼앗든 / 말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더냐”고 직설로 전쟁을 부정하고 반전을 외쳤으니 일본사회가 들끓어오를 수밖에. 또한 더구나 “천황은 러시아와의 이번 전쟁에 / 당신 스스로는 출전치 않았다”고 절대지존 천황까지 비판적으로 들먹이자 침략전쟁에 광분해 있던 일본열도는 노여움으로 벌겋게 달아오를 수밖에. 여기에 더해 “태평성대란 천황치세에도 / 어머니의 흰머리 늘어만 가네”라고 금기의 천황을 또 들먹이며 ‘태평성대’와 ‘어머니의 흰머리’를 대비시켜 침략전쟁에 자식을 징집당한 노모의 애타는 상정을 극명히 드러냈으니 소동은 극으로 치달을 수밖에. 


그래서 그녀에게는 “비국민非國民이다”는, “너는 일본국민이 아니다”는, “너는 반역자다”는 비판과 원성과 매도가 쇄도했고, 심지어는 극우 호전주의자들로부터 “죽여버리겠다”는 살해협박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내가 옳다”고 응수하곤 했다. 그 뒤로 이 시 「너는 죽지 마라」는 큰 반향과 더불어 일본의 대표적인 반전시가 됐으며, 지금도 평화국 일본을 열망하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널리 애송되고 있다. 지금의 시점에서 당시 상황을 여실하게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처럼 광적인 전쟁선호 흐름 속에서 절대지존 천황까지 등장시키며 전장의 남동생에게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하는 반전시를 써서 공공연히 발표한다는 것은 여간한 용기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그녀 나이는 불과 26세, 그 젊은 여성이 이런 시를 썼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그런 점에서 한편으로, 상시적인 전쟁위험 국가에서 사는 이 나라 젊은 시인들은, 걸자의 넝마 같은 퀴퀴 사담이나 늘어놓으며 히덕이거나 괴망한 말놀음이나 해대는 걸 통렬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시 한 편으로 ‘비국민’이 돼야 했고, ‘반역자’가 돼야 했고, 그래서 ‘죽일 년’이 되어야 했던 일본의 26세 여성시인 한 명-.


반면에, 그 이짝 식민지 조선 땅에는 그녀와 퍽 대조를 이루는 두 명의 여성시인과 한 명의 남성시인이 있었다.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그들은 앞에서 말한 모윤숙, 노천명, 서정주이다. 시 잘 쓰는 이자들 ‘모․노․서’는 저 일본제국주의자들이 벌인 침략전쟁을 최우수한 시들로 앞장서 찬미했다. 이것이 문제다. 이자들이 시를 잘 쓰는 시인이었다는 것이 문제다.


런데 이들을 추종하고 애호․비호하는 자들은 “그래도 이 시인들은 시 잘 쓰는 분들이니, 우리 문학사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고 말한다. 시를 잘 쓴다는 이유로, 그래서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내세워 그들의 친일행적에 눈을 감거나, 면죄부를 주거나, “정치 쪽이면 몰라도 친일경향의 문학예술과 시 몇 편이 악영향을 끼쳤던들 얼마나 끼쳤겠는가?” 하는 관용․포용적 반문을 들이민다. 그러면서 이자들의 친일시를 제외한 시편들로 문예업적을 평가하고 추종하는데, 그러한 관점과 태도와 추종은 과연 올바른가? 올바르지 않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시 잘 쓰는 아키고와 ‘모․노․서’가 왜


시를 못 쓰는 자들이었으면 말도 안 하리. 시도 못 쓰는 자들이 그랬으면 문제도 적고 작았을 것이다. 시나 못 쓰는 자들이 그랬으면 이 겨레의 청춘들에게 끼친 영향도 미미했을 테니 대충 넘어갈 수도 있겠다. 그런데 좋은 시와 바른 시와 ‘진짜 시’를 썼더라면 감히 노벨문학상도 넘볼, 문예역량 수승하고 창작역량 뛰어난 천하의 ‘모․노․서’가 아니던가.


앞의 시 「너는 죽지 마라」를 쓴 요사노 아키코가 시를 잘 쓰는 시인이듯 이자들도 이 땅에서 뉘도 부인 못할 내노라하는 시인 아닌가. 물론 아키코가 쓴 앞의 시와 이자들이 쓴 친일시는 방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이들 양쪽의 시들이 당시 독자들에게 끼친 영향은 비슷했고 매우 강렬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양자가 공히 ‘잘 써진 시’라는 데 있다.


간략히 말하면 ‘잘 써진 시’는 반향이 강하게 일어 널리 읽히고 그만큼 영향력도 강하다. 아키코가 ‘비국민’으로 매도당하고 ‘죽일 년’이 된 것도 그녀가 시를 잘 썼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 써진 시는 타자(독자)에게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친일시와 친일시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과 논리도 이제는 바르게 교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친일시를 썼다는 사실보다, 시 잘 쓰는 시인들이 ‘잘 쓴 시’로 친일을 했다는 그 사실과 그래서 악영향도 심각했다는 진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를 잘 쓰는 시인이란 세상을 깊이 그리고 남이 못 보는 것까지를 정확히 보는 자일진대, 유명 친일시인들도 기실 그러했을 것이란 점과 그럼에도 그들은 반민족적 친일시를 썼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잘 쓴 시를 대하면 가슴 출렁 감동받고 그만큼 각자의 행동과 운명에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그에 비해 못 쓴 시는 읽다가 그만둔다. 따라서 못 쓴 시는 영향력이 없거나 있어도 극미하다. 그러나 잘 쓴 시는 다르다.


잘 쓴 시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 사례를 우리 문학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변절자 시비와 표절 시비가 붙어있긴 하나, 어쨌든 문예역량 수승하고 창작역량 뛰어난 시인 김지하가 잘 쓴 시(잘 표절한 시)- 「타는 목마름으로」를 숨죽여 읽고,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에 감동받아 저 70-80년대의 수많은 열혈청년들이 자신들의 인생진로와 운명의 길마저 바꾸지 않았던가.


나 또한 수배 중에 김남주 시인의 잘 쓴 시를 읽고 행로를 다잡았다. 남민전의 김 시인이 옥에서 은박지에 몰래 써서 흑인문학전집 딱딱한 앞뒤 표지 안쪽에 정교히 도배해 숨겨 내보낸 광주 5.18 관련 명시 「학살」 연작을 시인 아우의 도움으로 해남 자택에 잠입해 어렵게 찾아내서 바깥사람으로는 세상에서 최초로 읽고, 전율하고, 정신 아득해지고, 눈물범벅이 되면서 나는 다시 작심했다. 정장 양복차림으로 근사히 변장한 나를 보고 기관원인 줄 알고 김 시인의 허리 굽은 노모가 백내장 하얀 눈의 물켜진 눈시울 훔치며 “우리 아들 좀 살려주씨요” 하는 가운데 본문만 있는 시에는 제목 붙이고 원시를 빼앗길까봐 먼저 내 육성으로 내 즉흥시처럼 녹음해서 아슬아슬 빠져나와 널리 퍼뜨리며 수배 중 고민하던 내 운명의 길을 재확정했다.


김남주 시인이 시를 못 쓰는 시인이고, 그래서 그날 거기서 당신이 쓴 졸작을 읽다가 중도에 그만뒀던들, 나도 얼마간 평탄히 살았을 테고 내 어메도 덜 울었을 것을-.



  비국민 아키코와 비인간 ‘모․노․서’


그렇듯, 문제는 이것이다. ‘모․노․서’, 즉 모윤숙, 노천명, 서정주 등속은 시를 아주 잘 쓰는 시인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 역량을 무기로 사용해 이 땅을 강점한 일제의 대륙 침략전쟁에 겨레의 젊은이들이 어서 나가라고 선동하였다. 이자들은 놀라운 기교와 언어마술을 부려가며 전장에서 전사한 청춘들을 화려 찬란하게 칭송하고, 그 죽음을 목 놓아 찬양했다. 너무나 빼어난 시로, 너무나 감동적인 시로, 아주 정성껏 잘 다듬은 시로, 겉결만 보면 어디에다 내놔도 단연 돋보이는 최상의 시로 선동하였다.


거기에다 아차하면 훅 넘어갈 ‘조국애’과 ‘동양평화’와 ‘귀축영미 외세축출’과 ‘대아시아 번영’과 ‘인간의 도리’와 ‘국민됨의 의무’와 ‘효도’와 ‘행복’과 ‘삶의 보람’과 ‘청춘예찬’까지 실로 쿵광광 가슴 설레게- 쿵쾅쾅 심장 터지게 할 대의大義를 입혔다. 이자들 ‘모․노․서’는 그렇게 자신들의 창작역량과 문예기량을 총동원하고 외면하기 어려운 대의를 입혀 정교히 직조한 ‘잘 쓴 시’로만 이 겨레 피 끓는 청춘들의 인지상정을 건드리고 자극하며 선동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이자들은 진솔․진실․진정․진지한 태도와 자세를 내보이는 것 또한 결코 잊지 않았다. 그렇게 탁월히 형상화하고 가슴 벅차게 하는 시들로, 그렇게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미하고, 이 겨레 청춘들의 참전을 독려․촉구하고, 젊은 전사자의 억울한 죽음을 드높이 찬양했느니, 이에 아니 속아 넘어갈 이 겨레의 어린 청춘들이 몇이었으랴. 뉜들 지금 읽어도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절로 탄성 지르며 훅 넘어갈 걸작 아니랴.  


이렇듯 「너는 죽지 마라」의 요사노 아키코가 전쟁에 광분한 일본제국의 ‘비국민’이라면, ‘모․노․서’는 같은 민족으로서는 그리고 같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한 ‘비민족’이요 ‘비인간’이거늘-.


그럼에도 해방 이후 이 땅에서는 친일파 후손들과 그들 추종자들을 중심으로 이자들을 드높이 추앙하며 ‘모윤숙문학상’ ‘노천명문학상’ ‘미당문학상’까지 일찍이 제정하여 훗시인들을 표창하고 있다. 그 문학상들을 받은 자가 해마다 늘어나서 그 수만큼 ‘모․노․서’ 추종자도 늘고 있다. 수상자들은 또 그것이 치욕인 줄 모르고 죄짓는 것인 줄을 모르고 영광으로 여겨 상장․상금 챙기며 히덕히덕 우쭐대거늘. 그래서 이 나라의 문학예술 쪽 역시 무늬만 해방 70년, 겉껍질만 광복 70년의 오늘이거늘-. 


이에, 지금부터는 이자들 ‘모․노․서’, 즉 모윤숙, 노천명, 서정주의 수십 편 친일시 중 몇을 차례로 감상해보시라. 이자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창작기량을 총동원해서 인간의 상정常情을 건드리며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겨레붙이 어린 청년들 가슴을 쿵광광 쿵쾅쾅 뛰게 했는지, 얼마나 정성껏 언어마술을 부려서 겨레 청년들에게 저편 일본 아키코의 시 「너는 죽지 마라」와는 정반대로 “너는 어서 가서 죽어라”고 선동했는지 확인해보시라. 그리고 또 이자들이 친일시를 얼마나 잘 썼으면 식민지배자들조차 놀라고 감동했는지 보면서 이자들의 죄값을 매겨보시라.



1910년 3월 함남 원산 태생이며 이화여전 영문과를 졸업한 기독교인 모윤숙은 수많은 친일시는 물론 논설, 수필, 강연, 방송 등을 통해 일제의 침략전쟁에 겨레 청년들이 참전하여 장렬히 전사해야 한다고 쉼 없이 선동했다. 아래는 친일신문 《매일신보》에 실린 그녀의 친일시 2편이다. 일제의 해군특별공격대(가미가제)에 적극 참여하라고 열렬히 독려하는「어머니의 힘」은 1942년 3월 9일자에, 「내 어머니 한 말씀에」는 1943년 11월 12일자에 실려 있다. 이들은 모성애, 효심, 정의, 애국 등의 인지상정을 교묘히 자극하며 선동한다.
 


        어머니의 힘
            -해군특별공격대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편


       "어머니 인제 가겠습니다" 
       한마디 말 
       기약 없는 언약을  
       가슴에 받아둔 채 
       어머니는 밤마다 
       아들의 벼개를 어루만졌다

       바람 불고 천둥 치는 밤엔
       강보에 싼 채
       첩첩 방안에서 젖을 물니든 아들 
       먼지 날리는 벌판 
       짐승 많은 산속엔 
       "부디 부디 조심해라" 
       타일르든 아들이다 
       구슬 같은 눈동자 
       볼우물 고히 웃는 
       어머니의 즐거움 
       어머니의 희망인 아들이었다

 

       어릴 때 나무과녁을 겨눌 때는
       어서 커서 강철과녁을 부시어라
       조용히 그 입으로 빌었더니라 
       "정의어든 목숨을 밧치라"
       어머니는 아들의 혼에 생명에
       지워지지 않는 인印을 아로새겼다


       만년 한 흐름에 
       거룩한 이 나라의 신비를 
       우악한 말씀으로 받들어
       아들의 혈관에 불어넣었다
       집에서 학교에서


       가지를 흔드는 우렁찬 웃음과
       문간에 메여치든 「란드셀」 소리
       커가는
       이 나라의 기둥
       아들의 씩씩한 몸은
       어머님의 굳센 품에서 활짝 피었다
       해가 지고 밤이 오는 동안
       아들은 힘차고 커지었다
       역사의 구름다리 밑으로
       하루아침 대양의 안식이 째여지는 날
       어머니는 부르짖었다

 

      「나가라 아들아!
        서쪽나라 검은 오뇌 속으로
        인류의 고달픈 싸움 마당으로 
        목숨이 무에랴?
        네 자신의 안일이 무어랴?
        ‘돌아온단’ 약속은 잊어버리고
        오직 나가라 네 목숨이 가는 곳까지
        대화大和의 높은 의기
        하늘에 뿌리고
        만세의 빛난 자랑
        네 어깨에 달렸나니
        아들아! 이 나라의 아들아

        인제 갈 날이 왔다 문을 차고 나서라


        옳은 일 위해 흐르는 피 세계의 꽃이 되고
        부서진 너의 뼈 인류의 양식이 되리니 
        아들아! 세기의 울음을 네가 삼켜라
        신던 구두 매든 총 모두가 말한다
        아들아! 네 발자국 소리
        오늘도 현관에 그대로 들리고
        누이 잡고 숨바꼭질 모습대로 살었다
        원수의 죽음 위에 홀로 피는 혼
        어머니의 아들 조국의 영광아!
        너는 영원한 어머니의 아들이니라」


       “어머니 인제 가겠습니다”
       한마디 말
       기약 없는 언약을
       가슴에 받어둔 채
       어머니는 밤마다 
       아들의 베개를 어루만졌다 
 



       내 어머니 한 말씀에
          -특별지원병 夏山正義(하산정의) 군 어머니께


       어머니,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
       젖 먹어 이만치 크게 될 때까지
       어머니 사랑에 안겨 자라온 이 몸
       하늘에 비하릿가 그 넓은 사랑
       바다에 비하릿가 그 깁흔 자애

 

       어머니 손길에 귀히 길리우고
       자라고 커서 사각모 쓸 때까지
       아침저녁 어머니 손에 따뜻한 국을 마시고
       치위 더위에 몸소 빨아주신 옷을 입고
       이만치 커서 다 커서
       오늘 어머니 무릅을 훌훌히 떠나가오니
       어머니 우스십니까 우십니까?

 

       어머니는 지난 새벽 고요한 시간에
       잠 못 들어 하는 제 곁에서
       망서리는 제 번고를 마금지여 주셨습니다
       어머니여! 어머니는 내 손목을

       힘 있게 쥐셨지요
       그리고 다무렸든 입을 여러

 

        「나는 그 눈에 눈물을 보앗습니다 
         뜨겁고 빗나는 눈물을 보앗습니다」

 

       「오냐! 지원을 해라 엄마보다 나라가
       중하지 안흐냐 가정보다 나라가 크지 안흐냐
       생명보다 중한 나라 그 나라가
       지금 너를 나오란다 너를 오란다
       조국을 위해 반도동포를 위해 나가라
       폭탄인들 마다하랴 어서 가거라
       엄마도 너와 함께 네 혼을 따라 싸호리라」


       이렇게 어머니는 자리에서 나를
       일깨워 주셨습니다 
      「스팔타」와 「아데네」의 어머니는 
       역사에서 알엇으나
       굿세인 내 어머니 조선에 숨어 빛나옵니다
       나는 어머니의 빛나는 눈물을 싸안고
       단번에 일어났습니다


       어머니! 이 몸이 간들 아조 가릿가?
       나의 넋은 죽엄 우에 찬란히 피여

       어머니 나라에 꼿이 피기 원이옵니다
       산그늘에나 깁은 바다ㅅ속이나
       내 살과 뼈가 버리워지는 대로
       내 넋은 내 나라의 하늘에 살니오니
       어머니 나라에 복된 거름이 되기 깃꺼워이다

 

       어머니여! 거룩한 내 어머니여!
       찬 구들에 구을거나 진흙에 파뭇치거나
       내 나라에 행복을 위함이여니
       설어마소서
       내가 가면 아세아의 등불이 되여
       번개가 되여 광명이 되오리다
       위안이 되오리다
       어머니! 오래 쉬든 피가
       이제 소리쳐 끓습니다
       잠자든 혼이 이제 새벽 시내ㅅ소리에
       깨엿나이다


       나는 비록 지금 가오나 내가 간 후
       어머니의 동산엔 봄꽃이 웃어
       황량함이 오지 않으리다
       내 아우 내 누이들은
       행복의 요람에 영원히 웃고 살리이다
       이것을 믿으며 내 어머니여!

       저는 갑니다
       이것을 아오매 내 걸음은
       허둥거리지 않습니다
       대아세아의 아들로 칼을 들고
       나갑니다


       어머니여! 안녕하소서
       사랑하는 선생님들 안강하소서
       정든 책상 못 잊어운 책들
       자랑스럽든 학문도 잘 잇거라
       나는 오늘 모든 곳에서 노여나
       오직 한길 나라를 위하여 뛰여가노니
       나의 태양 나의 살든 곳
       잘 있으시라


       나는 조선의 아들로
       내 어머님 아들로
       아세아의 빛이 되려
       웃으며 웃으며
       낙토로 가나이다

 



1912년 황해도 장연 태생, 이화여전 영문과 출신의 기독교인(가톨릭) 노천명 역시 수많은 친일시는 물론 논설, 수필, 참관기, 강연 등을 통해 겨레 청년들이 일제의 침략전쟁에  참전해 장렬히 전사할 것을 선동했다. 아래는 그녀의 친일시 5편이다. 일제침략자들을 ‘님’이라 경칭하며 조선청년들의 참전을 열렬하게 독려하는「님의 부르심을 받고서」는 친일신문 《매일신보》 1943년 8월 5일자에, 일제의 해군특공대(가미가제) 전사자들을 ‘군신軍神’으로 높이 신격화하며 신사에 모셔져 추앙받으리라고 선동한 「군신송軍神頌」은 《매일신보》1944년 사진특집판 12월호에, 「부인근로대」는 《매일신보》 1942년 3월 4일자에, 「전승의 날」은 친일잡지 『조광』 1942년 3월호에, 「싱가폴 함락」은 《매일신보》 1942년 2월 19일자에 각각 실려 있다. 이들은 여성성, 희생, 눈물, 용기, 승리, 축하 등의 인지상정을 교묘히 자극하며 선동한다.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남아면 군복에 총을 메고
       나라 위해 전장에 나감이 소원이리니
       이 영광의 날

       나도 사나이였드면 나도 사나이였드면
       귀한 부르심 입는 것을-


       갑옷 떨쳐입고 머리에 투구 쓰고
       창검을 휘두르며 싸움터로 나감이
       남아의 장쾌한 기상이어든-


       이제
       아세아의 큰 운명을 걸고
       우리의 숙원을 뿜으며
       저 영미를 치는 마당에랴


       영문營門으로 들라는 우렁찬 나팔소리-


       오랫만에
       이 강산 골짜구니와 마을 구석구석을
       흥분 속에 흔드네




        군신송軍神頌


       항상
       거룩한 역사엔 피가 흘렀다

       아름다운 장章 우엔 희생이 있었다


       유리같이 맑은 하늘 아래
       조국은 지금 고요히
       세기의 거체巨體_--


       새 아세아를 바로잡고 있다


       앞으로 앞으로 오직 돌진이 있다


       이 아침에도 대일본특공대는
       남방 거친 파도 위에
       혜성 모양 장엄하게 떨어졌으리

 

       싸움 하는 나라의 거리다운
       네거리를 지나며
       12월의 하늘을 우러러본다

 

       어뢰를 안고 몸으로 
       적기敵機를 부순 용사들의 얼굴이 
       하늘가에 장미처럼 핀다
       성좌처럼 솟는다 
 


        부인근로대


       부인근로대 작업장으로
       군복을 지으러 나온 여인들
       머리엔 흰 수건 아미 숙이고
       바쁘게 나르는 흰 손길은 나비인가


       총알에 맞아 뚫어진 자리
       손으로 만지며 기우려 하니
       탄환에 맞던 광경이 머리에 떠올라
       뜨거운 눈물이 피잉 도네


       한 땀 두 땀 무운을 빌며
       바늘을 옮기는 양 든든도 하다
       일본의 명예를 걸고 나간이여
       훌륭히 싸워주 공을 세워주


       나라를 생각하는
       누나와 어머니의 아름다운 정성은
       오늘도 산山만한 군복 위에
       꽃으로 피었네



        전승의 날


       거리거리에 일장기ㅅ발이 물결을 친다
       아세아 민족의 큰 잔칫날
       오늘 「싱가폴」을 떠러트린 이 감격


       고흔 처녀들아 꽃을 꺽거라
       남양 형제들에게 꽃다발을 보내자
       비둘기를 날리자


       눈이 커서 슬픈 형제들이여
       대대로 너이가 섬겨온 상전 영미英米는
       오늘로 깨끗이 세기적 추방을 당하였나니

 

       고무나무 가지를 꺽거들고 나오너라
       종려나무 잎사귀를 쓰고 나오너라
       오래간만에 가슴을 열고 우서보지 않으려나


       그 처참하든 대포소리 이제 끗나고 공중엔
       일장기의 비행기 햇살에 은빛으로 빛나는 아침
       남양의 섬들아 만세를 불러 평화를 받어라

 


        싱가폴 함락


       아세아의 세기적인 여명은 왔다
       영미의 독아에서
       일본군은 마침내 신가파를 뺏아내고야 말았다

 

       동양 침략의 근거지
       온갖 죄악이 음모되는 불야의 성
       싱가폴이 불의 세례를 받는
       이 장엄한 최후의 저녁


       싱가폴 구석구석의 작고 큰 사원들아
       너의 피를 빨아먹고 넘어지는 영미를 조상하는 만종을 울려라


       얼마나 기다렸던 아침이냐
       동아민족은 다같이 고대했던 날이냐
       오랜 압제 우리들의 쓰라린 추억이 다시 새롭다


       일본의 태양이 한번 밝게 비치니
       죄악의 몸뚱이를 어둠의 그늘 속으로
       끌고 들어가며 신음하는 저 영미를 웃어줘라


       점잖은 신사풍을 하고
       가장 교활한 족속이여 네 이름은 영미다
       너는 신사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상을 해적으로 모신 너는 같은 해적이었다


       쌓이고 쌓인 양키들의 굴욕과 압박 아래
       그 큰 눈에는 의혹이 가득히 깃들여졌고
       눈물이 핑 돌땐 차라리 병적으로
       설웃음을 쳐버리는 남양의 슬픈 형제들이여

 

       대동아 공영권이 건설되는 이날
       남양의 구석구석에서 앵글로색슨을 내모는 이 아침


       우리들이 내놓는 정다운 손길을 잡아라
       젖과 꿀이 흐르는 이 땅에
       일장기가 나부끼고 있는 한
       너희는 평화스러우리 영원히 자유스러우리


       얼굴이 검은 친구여!
       머리에 터번을 두른 형제여!

 

       잔을 들자
       우리 방언을 서로 모르는 채
       통하는 마음 굳게 뭉쳐지는 마음과 마음

       종려나무 그늘 아래 횃불을 질러라
       낙타 등에 바리바리 술을 실어 오라
       우리 이날을 유쾌히 기념하자





1915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중앙불교전문(현 동국대)을 졸업한 불교인 미당 서정주는 ‘달성정웅達城精雄’으로 창씨개명까지 해가며 수많은 친일시는 물론 평론, 수필, 소설, 종군기자 종군기 등을 통해 겨레 청년들이 일제의 침략전쟁에 참전해 장렬히 전사할 것을 선동했다. 아래는 그의 친일시 2편이다.


일제의 해군 자살특공대 ‘가미가제’를 찬양하고 특별지원할 것을 열렬히 선동하는「헌시-반도학도 특별지원병 제군에게」는 친일신문 《매일신보》 943년 11월 16일자에, 자살특공대 ‘가미가제’에 지원했다가 죽은 조선인 최초전사자를 극찬하는 시 「마쓰이 오장 송가」는 《매일신보》 1944년 12월 9일자에 실려 있다. 이들은 벗, 청준, 사랑, 조국애, 희생 등의 인지상정을 교묘히 자극하며 선동한다. 아울러, 서정주는 8․15 해방 후에도 친일파 이승만 박정희뿐 아니라 광주 5․18 학살범 전두환과도 축시 찬조연설 등으로 각별한 사이였는데, 이에 그의 「처음으로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를 함께 게재한다. 그리하여 특별히 광주시민들과는 ‘미당문학상’의 현재적 의미를 되짚고자 한다. 



         헌시 獻詩
             -반도학도 특별지원병 제군에게

 


       정면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느니라 
       그리움에 젖은 눈에 가시를 세워 
       사랑보단 먼저 오는 원수를 맞이하자

 

       유유히 흐르는 우리의 시간이 
       이제는 성낸 말발굽 뛰듯 하다


       벗아 하늘도 찢어진 지 오래여라 
       날과 달이 가는 길도 비뚜른 지 오래여라 
       거친 해일이 우리와 원수의 키를 넘어선 지 
       우리의 뼈와 살을 갈기 시작한 지도 벌써 오래여라


       지극히 고운 것이, 벗아 
       우리 형제들의 피로 물든 꽃자줏빛 바다 위에 
       일어나려 아른아른 발버둥을 치는도다. 
       우리 혼령으로 구단九段 위에 짙푸를 
       사랑에, 사랑에 목말라 있도다


       정면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느니라

       그리움에 젖은 눈에 가시를 세워 
       사랑보단 먼저 오는 원수를 맞이하자 
       주사위는 이미 던지어졌다 
       다시 더 생각할 건 절대로 없었다


       너를 쏘자, 너를 쏘자 벗아
       조상의 넋이 담긴 하늘가에
       붉게 물든 너를 쏘자 벗아!
       우리들의 마지막이요 처음인 너
       그러나 기어코 발사해야 할 백금탄환인 너!

 

       교복과 교모를 이냥 벗어버리고
       모든 낡은 보람 이냥 벗어버리고


       주어진 총칼을 손에 잡으라!
       적의 과녁 위에 육탄을 던져라!


       벗아, 그리운 벗아,
       성장星章의 군모 아래 새로 불을 켠
       눈을 보자 눈을 보자 벗아……
       오백 년 아닌 천 년 만에
       새로 불을 켠 네 눈을 보자 벗아……


       아무 뉘우침도 없이 스러짐 속에 스러져 가는

       네 위엔 한 송이의 꽃이 피리라
       흘린 네 피 위에 외우지는 소리 있어
       우리 늘 항상 그 뒤를 따르리라




          마쓰이 오장 송가 松井伍長頌歌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런가
       언덕도
       산도
       뵈이지 않는,
       구름만이 둥둥둥 떠서 다니는
       몇 천 길의 바다런가


       아아 레이테만은
       여기서 멫만 리런가……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ㅅ소리……
       우리의 젊은 아우와 아들들이
       그 속에서 잠자는 아득한 파도ㅅ소리……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띄우고
       “갔다가 오겠읍니다”
       웃으며 가드니,
       새와 같은 비행기가 날아서 가드니, 
       아우야 너는 다시 돌아오진 않는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사람
       인씨印氏의 둘째아들 스물한 살 먹은 사내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공격대원
       정국대원靖國隊員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질 결사항전 대원 -주)

 

       정국대원의 푸른 영혼은
       살아서 벌써 우리게로 왔느니
       우리 숨 쉬는 이 나라의 하늘 위에
       조용히 조용히 돌아왔느니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정성껏 만들어 보낸 비행기 한 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간 내리는 곳
       소리 있이 내리는 고흔 꽃처럼

       오히려 기쁜 몸짓 하며 내리는 곳
       쪼각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국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항공 오장伍長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눌이여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런가
       몇 천 길의 바다런가


       귀 기울이면
       여기서도, 역력히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ㅅ소리……
       레이테만의 파도ㅅ소리……



        처음으로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중략)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받고 있나니

 

       이 나라가 통일하여 흥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쉬임 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육탄을 던져라” … “너는 죽지 말거라”
 
모윤숙 노천명 서정주-, 이들은 위에서 보듯 시를 너무나 잘 쓴다. 저토록 유능한 시인들이 자신들의 창작역량을 총동원한 친일시를 써서 이 겨레 청년들의 상정을 휘어잡고, 꽃다운 그들을 일제의 침략전쟁에로 이끌었다. 지금 읽어도 가슴 뛰는 이들의 친일시- 그 몇 구절들과 일본 여성시인 아키코가 쓴 앞의 시 「너는…」을 서로 견줘 다시 읽어보자.


기독교인 모윤숙은 이렇게 썼다. “나가라 아들아! / 서쪽나라 검은 오뇌 속으로 / 인류의 고달픈 싸움 마당으로 / 목숨이 무에랴?”, 아키코는 이렇게 썼다 “아아 동생아 네 생각에 운다 /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모윤숙은 이렇게 썼다 “‘돌아온단’ 약속은 잊어버리고 / 오직 나가라” “생명보다 중한 나라 그 나라가 / 지금 너를 나오란다 / 폭탄인들 마다하랴 어서 가거라”, 아키코는 이렇게 썼다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 막내둥이로 태어난 너이기에 / 부모의 정 더욱 깊었는데” “전쟁에서 /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모윤숙은 이렇게 썼다 “저는 갑니다 / 대아세아의 아들로 칼을 들고 / 나갑니다 // 어머니여! 안녕하소서 / 정든 책상 못 잊어운 책들 / 자랑스럽든 학문도 잘 잇거라 ”, 아키코는 이렇게 썼다 “그 부모가 너에게 칼을 쥐어주며 / 사람 죽이는 법 가르쳤을 리야” “남을 죽이고 너도 죽으라고 / 스물넷 되도록 너를 길렀을 리야”-. 


기독교인 노천명은 이렇게 썼다. “나도 사나이였드면 / 귀한 부르심 입는 것을- // 갑옷 떨쳐입고 머리에 투구 쓰고 / 창검을 휘두르며 싸움터로 나감이 / 남아의 장쾌한 기상이어든-”, 아키코는 이렇게 썼다 “넌 모르느냐, 상인 집안에 / 죽이고 죽으란 규율은 없나니”, 노천명은 이렇게 썼다 “앞으로 앞으로 오직 돌진이 있다 // 이 아침에도 대일본특공대는 / 남방 거친 파도 위에 / 혜성 모양 장엄하게 떨어졌으리”, 아키코는 이렇게 썼다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 여순성을 포위하여 빼앗든 / 말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더냐 /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노천명은 이렇게 썼다 “뜨거운 눈물이 피잉 도네 // 일본의 명예를 걸고 나간이여 / 훌륭히 싸워주 공을 세워주”, 아키코는 이렇게 썼다 “서로 서로 사람의 피 흘리며 / 짐승 같은 짓을 하고서 죽으라니 / 그렇게 죽는 게 사람의 명예라니” “아아 내 동생아, 전쟁에서 /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불교인 서정주는 이렇게 썼다. “사랑보단 먼저 오는 원수를 맞이하자” “너를 쏘자, 너를 쏘자 벗아 / 조상의 넋이 담긴 하늘가에 / 붉게 물든 너를 쏘자 벗아!”, 아키코는 이렇게 썼다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 천황은 러시아와의 이번 전쟁에 / 당신 스스로는 출전치 않았다”, 서정주는 이렇게 썼다 “교복과 교모를 이냥 벗어버리고 // 주어진 총칼을 손에 잡으라! / 적의 과녁 위에 육탄을 던져라!”, 아키코는 이렇게 썼다“그렇게 죽는 게 사람의 명예라니 // 아아 내 동생아, 전쟁에서 /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서정주는 이렇게 썼다 “웃으며 가드니 / 그대 /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 장하도다… 마쓰이 히데오여”, 아키코는 이렇게 썼다 “내 어머니는 / 슬픈 탄식 중에 더욱 애통히 / 아들 이름 부르며 집을 지키시고”, 서정주는 이렇게 썼다 “그대는 우리의 자랑 //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아키코는 이렇게 썼다 “태평성대란 천황치세에도 / 어머니의 흰머리 늘어만 가네 // 아아 내 동생아, 너는 부디 죽지 말거라”-.



  ‘모․노․서’와 나희덕… 그래, 너희도 죽지 마라


시 「너는 죽지 마라」를 천천히 다시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유능한 은행원은 돈을 잘 안다. 유능한 장교는 총을 잘 쏜다. 유능한 시인은 시를 잘 쓴다. 유능한 은행원은 고객을 속여 거액의 돈도 빼먹는다. 유능한 장교는 상관을 속여 쿠데타도 일으킨다. 유능한 시인은 언어마술로 젊은이 속여 불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도 되게 한다. 은행원이 잘 아는 돈으로, 군인이 잘 쏘는 총으로, 시인이 잘 쓰는 시로 범죄를 저지르면 그 죄질이 가장 나쁘다. 그런데 보라. 시를 아주 잘 쓴다는 모윤숙, 노천명, 서정주 등속-. 축약하여 ‘모․노․서의 무리들’은 앞에서 보았듯 너무나 잘 쓴 시로 반민족 범죄를, 민족반역을 저질렀다. 잘 쓴 시여서, 월등 탁월한 친일시여서 이 겨레 젊은이들이 깜빡깜빡 속았다. 


시도 못 쓰는 자들이 친일시 썼으면 말도 안 했을 것을. 시 못 쓰는 등속이 그런 시 썼으면 인간의 상정에는 가닿지도 않았을 것을. 그러면 이 겨레 젊은이들이 깜빡 속지도 않았을 것을. 그러면 꽃 같은 그 목숨 앗기지도 않았을 것을. 오, 유능한 시인들이 잘도 쓴 친일시여. 그러니 시 잘 쓰는 이자들의 죄질은 어떤가. 이자들이 민족제단 위에서 치러야 할 죄값은 또 얼마쯤인가. 그러니 저 일본 여성시인의 시 제목처럼 그래 너희도 죽지 마라. 잘 쓴 친일시의 죄값을 오래오래 달게 받으라. 모윤숙, 노천명, 서정주, 당신들 ‘모․노․서’는 이미 죽어 육신은 썩었으나 ‘사회적 생명’은 상기도 살았느니 그런 너흰 죽지 마라. 너희가 그 죄값을 다 치른 그날이 겨레의 진정한 해방이요 광복이요 독립일 것인즉-. 


아, 먹구름 낀 민족․민주 성지 빛고을. 아시아문화수도를 설건한다는 그 도시의 언덕에 덩실 서있는 하얀 준공립대. 그곳 문창과 여교수 나희덕, 시도 잘 쓴다는 그녀가, 자랑차게 꾸욱 움켜쥔 ‘미당문학상’ 상장이여.  


(2015. 8. 월간 <아시아문화>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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