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내가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진짜다.

인간의 영혼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싶은 작가가 있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라고 고용이 됐는데 아직 그 판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장 앞에 섰다. 사장은 쓸 작품이 뭔지 말을 해보라고 했을 때 작가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머뭇거렸다. 성질 급한 영화사 사장은 뭐든 내용을 듣고 싶었고, 답답한 제작자는 말을 듣지 않는 작가에게 이 바닥의 처세를 일러 준다.

“내 경력에는 신경 쓰지 말게나.”

서두를 깔고, 영화사에 계약된 이상 작품의 소유는 회사 것이니 사장이 원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고, 머릿속에 있는 작품을 혓바닥을 놀려 사장의 작은 귓구멍에 쑤셔 넣으라고, 자연스러운 충고였고 고용인으로서 충실한 행동이었다.

어리바리한 작가는 쭈뼛거리며 붕어처럼 입술만 움찔거릴 뿐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이해는 하지만 유감스럽게 제작자나 사장을 만족시켜 줄 만큼 준비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사장이 들릴락 말락 한 욕설을 하더니 느닷없이 때려죽일 듯 침을 옆으로 흘리며 불같이 화를 냈다. 제작자는 사장의 욕설이 작가가 아닌 자신에게 들이대는 것을 알고 당황한다.

“이런 개자식이, 감히 예술가를 훈계해, 이분은 생계를 위해 창작을 하는 예술가라고. 고맙다고 하지 못할 할망정 훈계를 해. 훈계를? 당장 사과하지 못해? 무릎을 꿇으라고, 당장! 아니, 발바닥에 키스해! 못해? 이런 멍텅구리 같으니, 이 분은 작가라고 작가! 네가 인간임을 깨우쳐주는. 맙소사, 그런데 그 작은 똥구멍 같은 입으로 훈계 질이야. 당장 꺼져!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당장 해고야! 오, 작가 선생님 제가 대신 사과 드리게 해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예술성과 방법을 존중합니다. 존중하는 사람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저 친구를 대신해 이렇게 무릎을 꿇고 발에 키스하겠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긴 구두를 부여잡고 밑창에 입을 대고 ‘쪽’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춘다.

이 사장의 말을 한 줄로 정리하면, 작가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훈계받을 사람이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고, 만일 그런 일이 발생을 하면 발바닥에 입을 맞추어 사과해야 한다. 설사 더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는 권력자라 할지라도.

작가란 자고로 당연히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아닌가? 너무 어려운가?

다시 정리하자면, 작가는 존중받는 사람이다. 누구도 훈계할 수 없다. 피치 못할 잘못을 했을지라도.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창작을 위한 방법을 아는, 방법을 쓸 줄 아는 예술가니 용인되는 것이다.

창작은 뭐고 방법은 뭔가? 창작, 그리고 방법이라니? 하여튼, 이 말뜻을 한꺼번에 뭉쳐 버무린 다음 바닥에 50번은 때린 다음 정액을 쏟아 부어 잘 다듬어 숙성시키면 아마도 이런 말이 슬금슬금 자랄 것이다.

“작가를 훈계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단연코 개자식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오.”

물론 작가의 말이 아니다. 사장의 말이다. 작가는 입을 다물고 있었고, 사장은 무릎을 꿇고 발바닥을 빨았을 뿐이다.

권력이 권위적인가? 근엄하고 위세를 떠나? 아마도 세계적 배우라도 권력만큼 쇼를 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작가가 아무리 무슨 말을 해도 중요하지 않다. 듣고 있는 사람이 수첩을 꺼내 적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이 또한 총을 가진 새끼 권력자의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작가는 창작과 방법 딱 중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달리 말하면 방법이 창작처럼 보이도록 몸부림을 치는 것을 작가의 고통이라고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한 늙은 비평가가 카페에서 비평문을 쓰고 있었다. 이 늙은 비평가는 작가의 발바닥을 핥는 사장이 그려진 그림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니 사장과 작가가 한 그림 안에 있는 것 자체를 경멸한 나머지 그들 스스로 총을 들어 상대편 머리에 쏘기를 간절하게 바랬다. 그런 그에에 알랑방귀를 뀌는 작가에게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신들의 작품은 볼 필요도 없이 쓰레기고 매장하는데 서슴지 않을 것이오!”

그 말을 들은 작가는 “우리들의 노고와 열정을 전혀 개의치 않는 비평문으로 당신의 주름진 엉덩이를 닦지 그러시오.”라고 말을 내뱉었다.

그들의 증오의 이유는 단순하다. 그저 뭔가 작위적인, 직조된 개연성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작품이 아닌, 작가와 작품, 그리고 책 부수를 올리고 언론에 장식되는 작가들의 근엄한 표정에서 예술의 타락을 느낀다.

도대체 어떤 인생을 겪어야 이런 비평가가 되는지 모르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고, 펜 끝에 기름칠한 비평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작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글을 쓸 것이다. 길바닥에 알몸으로 던져졌을망정 다시 펜을 들어야 하고, 펜이 없으면 펜을 들고 쓰는 시늉까지 하면서 글을 읊조리며 글속의 인물이 되어 고함을 칠 것이다. 창밖을 뛰어내리면서도 뭔가 새로 태어나는 창작의 기쁨을 누리려 노력할 것이다.

가끔은 작가가 창작의 고문에 견디지 못한 끝에 창작공식을 찾아 애걸복걸하다가 한 세기에 영향을 끼친 선배작가들의 타락을 보기도 하고, 끝내 자신의 영혼에 피를 묻히기도 한다. 그러다 마치 작은 선물 상자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이 들어가는 고통스러운 작품을 만들어 낸다.

자신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장을 찾아가 작품을 내민다. 그의 작품을 꼼꼼하게 읽어본 사장은 스스로 보수주의자임을 나타내는 복장을 하고 처음 모습과 달리 작가에게 엄숙한 얼굴로 대한다.

“자, 봐라 말이야, 내가 다 읽어 봤는데, 이 작품은 개작이야. 실망이라고. 집에 가서 바닥에 깔고 자위하는 데 쓰라고. 영혼? 인간? 당신의 철학? 도대체 땀과 의지 몸과 몸이 부딪기는 치열함이 없어. 남의 어깨를 물어뜯고 눈물과 웃음 분노가 없단 말이야. 일반 사람들이 매일 인생이 뭔가를 고민하고 살만큼 한가한 줄 아나? 그들을 가르치고 싶나? 손가락질 하고 싶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쓰라는 말이 아니야. 가려운데 긁어주고 땀띠 난데 핥아줄 그런 글을 써야 사람들이 돈을 지불 한다고.”

“내 작품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길로 가고자 합니다.”

“당치도 않는 소리, 옳은 길을 가라고 내가 자네를 발바닥에 키스를 한 게 아니야. 세상이 당신 머릿속처럼 웅웅하고 돌아가는 줄 아나? 내가 자네의 지성을 모독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분명히 하세나. 자네는 진정한 사람들 위한 작품을 쓸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게 아니야, 작가가 아니라고, 불구작가야. 내가 분명한 자네 직분을 가르쳐주지. 내가 남들 쎄가 빠지게 일할 때 여기서 한가하게 자네하고 노닥거릴 수 있는 게 뭔지 아나? 지금은 전쟁 중이라고! 항상 정직할 수는 없다고. 더이상 자네에게 존경과 자비를 베풀수 없네. 이 도시에서 자네의 어떠한 작품도 발표하지 못하게 하겠어. 빨리 자네 몸을 내 눈앞에서 치워주지 않겠나?”

대부분 작가는 자기 대가리 하나쯤은 들어갈 상자를 싼 보따리를 들고 있다. 아무리 향을 뿌리고 방부제를 쏟아부어도 구더기가 꾸물꾸물 기어 나오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거대한 시장의 소용돌이 속에 정직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자문자답하는 권력이 작가의 엉덩이를 핥을 수도 있고, 걷어찰 수도 있는 곳이 우리가 서 있는 곳이다.

정직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창작의 공식에 흔들리는, 표절이든 아니든 저 넝쿨이 어디서 뿌리를 두고 있는지, 물을 뿌리고 있는 거대한 손이 무엇을 원하는지, 당위가 혹시나 장식품으로 전락해 있지나 않은지,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핥고 있는 것이 작품이 아닌, 누군가의 엉덩이가 아닌지? 꿀을 발라 논 뿌연 엉덩이가 달콤하겠지만, 혀가 썩지나 않을지, 부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방부제에 중독되어 있지나 않은지, 어쩌면 그런 엉덩이 하나 제대로 하나 핥지 못하는 푸념인지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