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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회의는 무얼하고 있는가 물으시는 분이 있습니다. 특히 촛불시위와 관련해서요. 저도 작가회의 회원입니다만, 저는 오늘까지 하면 한 7번 정도 촛불시위에 나갔습니다. 사실 저 말고도 많은 선후배들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다다 생각은 다르지만, 그 가운데 많은 회원문인들은 모두 /'/개인/'/으로 그 자리에 오는 일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깃발/'/ 아래서는 모이고 싶지 않다는 회원도 있었죠. 각설하고....
촛불집회에 나가면서, 현장에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의 /'/촛불대중/'/은 /'/말만 많은/'/ 지식인보다 지혜롭고 위대하며, 또 유연하고, 뚜렷한 판단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촛불대중은 /'/집단지성/'/의 실체를 보여주고, 네트워크 운동의 현실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가령 이번 촛불집회에서 관철되고 있는 원칙 중의 하나인 <비폭력 불복종 운동>이라는 가치가 제가 그렇게 판단한 근거 중의 하나입니다.
한때 /'/깃발/'/이 상징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촛불대중들은 즐거움 속에서 소통하고, 무질서 속에서 창조하며, 고통 속에서 자율적으로 연대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과거처럼 사회원로인사들이, 혹은 유력 사회단체들이 시국성명서를 내고, 회원들이 깃발을 들고 집단적으로 집회에 참석하는 것, 필요한 일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것은 오늘의 촛불항쟁 앞에서는 사실 아주 낡은 표현방식입니다. 반대로 오늘 작가들의 의무는 대중들과의 <직접행동> 속에서 그것을 질서화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와 개념들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가령 다른 회원작가 여러분들은 /'/촛불대중/'/들의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혹은 이명박 체제를 어떻게 범주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집회의 최종목표는 어느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이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의 의미와 파장은 무엇일까요? 등등.
동시에 참으로 오늘의 촛불항쟁에 작가들이 최소한의 공감능력이나 한 줌의 도덕이 아닌 /'/윤리/'/가 있다면, 대중들이 /'/쓰레기/'/라며 야유하고 있는 그 <조중동>에의 기고나 인터뷰를 하는 행위라도, 최소한 촛불항쟁 기간 만이라도 자제하는 것이 최소한의 지식인의 /'/미시윤리/'/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언론민주화 운동 지식인들이 십수년 동안 떠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촛불대중들은 한 달도 안되는 시간 동안 <조중동>은 물론 광고주들이 최소한의 /'/자기검열/'/이라도 할 수 있게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사견을 한가지 더 말씀드리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작가회의를 두고 아직도 /'/파벌/'/ 운운하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문학이 이렇게 사소해지고 무력해진 시대에 파벌이 있다면 무엇할 것이며, 그런 비문학적인 행태를 사실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면, 사실 더 큰 문제는 작가회의라는 조직이 아니라, 작가라는 집단 전체가 어쩌면 대중으로부터 소멸될 운명에 있다고 보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사실 문학의 위기는 /'/단체/'/의 위기가 아니라, /'/문인/'/ 자신의 위기라는 인식이 절실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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